수단 동부 지역에서 이슬람 극단주의자로 추정되는 한 남성이 교회 건물에 불을 질러 전소시켰다고 현지 소식통이 전했다.
모닝스타뉴스는 지난 16일 동부 알 카다리프주의 엘 다오카에 있는 수단 그리스도의 교회가 수단 군인으로 의심되는 남성에 의해 전소됐다고 보도했다. 지어진 지 20년 된 이 교회에는 100여 명의 교인이 등록돼 있다.
익명의 소식통에 따르면 용의자는 이 지역에 교회가 있는 것을 반대해 온 지역 주민으로 밝혀졌다. 교회 측 변호사는 용의자가 종교적 자유를 침해한 범죄 혐의로 2년에서 5년의 징역형을 선고받을 것이라 예상했다.
사건 발생 직후 소셜미디어에는 방화 용의자의 체포를 요구하는 수단 기독교인들의 항의가 이어졌다. 기독청년연합(Christian Youth Union) 의장인 오사마 사이드 무사는 소셜미디어를 통해 “우리는 이 사건을 강력히 규탄하며 정부가 이를 조사하고 범인을 처벌할 것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2019년 오마르 알 바시르 통치하의 이슬람 독재가 끝난 후, 수단에서 종교의 자유는 2년간 진전을 보였으나 2021년 10월 25일 군사 쿠데타와 함께 박해가 재개됐다.
2019년 4월 바시르가 30년 집권에서 축출되자 수단 과도정부는 샤리아(일명 이슬람법)의 일부 조항들을 무효화하는 데 성공했다. 이 결과로 이슬람을 제외한 모든 종교 집단을 “이교도”로 매도하여 이슬람교를 떠날 시 사형 집행이 가능한 배교법은 사실상 폐지됐다.
그러나 지난해 군사 쿠데타 이후, 수단의 기독교인들은 이슬람 율법에 의한 가혹한 탄압이 재연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2019년 9월부터 과도정부를 총리로 이끈 압달라 함독 총리는 가택연금에서 풀려난 뒤 2021년 11월 쿠데타 세력과 권력을 공유하는 조건하에 복권됐다. 앞서 함독은 바시르 정권의 오랜 부패와 이슬람의 딥 스테이트(Deep State, 배후 권력집단) 척결을 약속해왔다.
수단에서 비국가행위자에 의한 기독교 박해는 쿠데타 전후로 계속되고 있다. 올해 오픈도어스는 전 세계에서 기독교인이 되기 가장 어려운 국가 목록에 수단을 전년도와 같은 13위에 올렸다. 수단에서 국가 차원의 종교 자유 개혁은 제정되지 않고 있다.
2021년 세계감시목록(WWL)에서 수단은 13위를 기록해 6년 만에 처음으로 10위권 밖으로 밀려났다. 미 국무부가 발간한 ‘2022 국제 종교 자유 보고서’에서 수단은 배교의 비범죄화, 교회 철거 중단 등으로 여건이 다소 개선된 반면, 이슬람 보수 세력이 여전히 사회를 장악하고 있다.
미 국무부는 2019년 수단을 종교 자유 침해에 관여하거나 용인하는 ‘특별우려국(CPC)’에서 한 단계 위인 ‘특별감시목록(SWL)’으로 격상시켰다가 2020년에 해제했다. 수단은 1999년부터 2018년까지 무려 19년간 종교 자유 특별우려국에 지정됐다.
수단의 기독교 인구는 200만 명으로 추산되며, 전체 인구 4300만 명 중 4.5%에 불과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