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금요일,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은 포르투칼을 2:1로 꺾고 천신만고 끝에 2022년 카타르 월드컵 16강에 진출했습니다. 대부분의 축구 전문가들이 한국의 16강 진출을 비관적으로 봤지만, 한국 국가대표팀은 16강 진출 확률이 4.9%까지 떨어졌던 부정적 시선을 극복하고 소위 '죽음의 조'라 불리는 H조에서 1승 1무 1패를 거두며 당당히 16강에 진출했습니다. 세상은 대한민국이 그렇게 할 수 있었던 이유로, 그들이 '원팀'이 되었기 때문이라고 분석하고 있습니다. 이번 대표팀에서 2002년 대표팀의 향기가 난다는 것입니다.
이 시대를 살고 있는 한국인들에게 있어 '2002년'이란 시간은 특별한 기억의 자리입니다.세계 축구의 변방 한국이 월드컵 첫 승이라는 염원을 이루었을 뿐 아니라, 16강이라는 큰 벽을 넘어 세계 8강, 그리고 4강까지 나아가는 놀라운 역사를 동시에 이룬 해였기 때문입니다. 아직도 한국의 월드컵 첫 경기가 열렸던 부산 경기장의 영상들을 기억할 수 있는 것은 그때 대한민국의 모습이 너무나 충격적이었기 때문일 것입니다. 마치 멈추지 않는 증기기관차 같았습니다. 뜨거웠고, 열정적이었으며, 모두가 한곳을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아름다웠습니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제가 놀라고 충격을 받았던 것은 세계 4강에 오른 우리 팀의 축구 실력 때문만이 아니었습니다. 솔직히 4강에 가기까지 적지 않은 운과 홈 어드벤테이지의 혜택을 본 것을 부인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혹 우리가 순전히 실력으로만 4강에 올랐다 치더라도, 정말 저를 놀라게 한 것은 우리의 축구실력이 아니라 우리의 하나됨이었습니다. 붉은 색 T-셔츠를 맞춰 입고 경기장을 찾은 수많은 사람들, 표를 구하지 못해 경기장에는 들어가지 못했지만 여전히 동일한 색의 옷을 입고 동일한 구호를 외치며 거리에 설치된 대형 스크린을 보며 목이 터져라 응원하던 사람들, 그리고 무엇보다, 그렇게 미친 듯이 응원을 하면서도 떠나고 난 자리엔 하나의 쓰레기도 남기지 않았던 그 기적과 같았던 사람들... 정말, 목놓아 부르짖었던 구호처럼 '대~한민국!'이 되기를 원했던 사람들... 생각해보면 정말 감동이 아닐 수 없습니다.
우리는 이민교회란 이름을 가지고 오늘날 분열로 점철된 한국 교회의 역사 앞에 서있습니다. 우리의 교회됨이 그러한 조국 교회의 역사 앞에 어떤 의미로 남을 수 있을까요? 조그만 반도마저 둘로 나눌 수 밖에 없었던 우리 민족의 슬픈 역사, 그리고 그와 닮은 꼴로 분열의 길을 걸어온 한국 교회의 역사를 뒤로 하고 이제는 하나됨을 꿈꿔야 하지 않을까요? 혹 그것이 신기루 같을지라도, 함께 그런 희망의 조각들을 붙잡아야 하지 않을까요? 모두가 같은 색깔의 옷을 입고 동일한 함성을 지르지는 못 할지라도, 한 마음으로 서로를 격려하며 주어진 믿음의 경기들을 '함께' 치러낼 수 있는 그런 교회들을 꿈꿀 수 있기를 소원합니다.
운동장에 서 계십니까? 죽을 힘을 다해 뛸 수 있기를 바랍니다. 관중석에 서 계십니까? 그렇다면, 비난만 하지 말고 목이 터져라 응원의 함성을 지를 수 있기를 바랍니다. 합력하여 선을 이루라고 말씀하시는 하나님의 기대가 그런 우리 가운데 일하실 줄 믿습니다. 작은 힘일지라도, 그것을 함께 모을 수 있는 사람들, 그래서 멈추지 않는 증기기관차처럼 '함께' 한 곳을 향해 달려갈 수 있는 그런 교회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여러분들을 사랑합니다. 장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