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제가 고등학생 때 한 권사님께 제게 이런 질문을 했습니다. "민규야 넌 비가 오면 뭘 하니?"사실 이런 질문을 처음 받아봐서 좀 난감했습니다. 저는 당시에 입시 준비하느라 날씨에 신경 쓸 겨를이 없이 바쁘게 살았기 때문이었습니다.
그 권사님은 이렇게 답했습니다. "난 비가 오면 창문을 열고 하늘을 보는 걸 좋아해." 지금 생각해보면 그 권사님이 다윗처럼 감수성이 좋으셨던 것 같습니다. 저도 더 어릴 적 비 오는 날을 다시 생각해보면 밖에서 개구리 울음소리가 아주 크게 들리던 것이 생각납니다.
제가 사는 아파트 뒤편에 시냇물 가가 있었는데 거기에 개구리들이 많이 살았습니다. 처음에는 한두 마리가 시작하더니 점점 커져서 나중에는 마치 연합 합창단처럼 얼마나 웅장하고 커지는지 잠을 못 잘 정도로 컸던 기억이 납니다.
또 놀다가 비가 오면 입을 열고 비를 먹어봤던 기억도 납니다. 어릴 적 친구들 머리에서 비 맞고 나는 시큼한 냄새도 기억이 납니다. 비탈진 학교 언덕에서 흐르는 빗물을 타고 떠내려가던 단풍 나뭇잎을 따라 친구들하고 달리기했던 기억도 납니다.
학교 앞에서 파란 비닐에 가느다란 나무 창살을 붙여서 우산 팔던 풍경도 생각납니다. 바람 불면 금방 뒤집혀서 오래 쓰지는 못했던 것 같습니다. 우비 쓰고 신문 돌리던 신물팔이들도 생각이 납니다.
시애틀 지역에 비가 오지 않다가 이 글을 쓰는 날부터 장대비가 오기 시작했습니다. 비록 개구리 소리는 들리지 않고, 제 목양실에 선팅이 되어 있어서 하늘은 보이지 않지만, 빗소리와 비 냄새는 그 예전과 똑같은 것 같습니다.
요즘 나는 비가 오면 무슨 생각을 하나 하고 되새겨 봤습니다. 어릴 적처럼 순수한 많이 없지만. 새벽에 뜨겁게 기도하고 나오다 비를 보면 성령의 은혜처럼 느껴질 때도 있고, 비가 너무 많이 오고 추워지면 성도님들이 교회 올 때 불편하면 어쩌나 하는 걱정이 먼저 들기도 합니다.
최근에는 놀이터 공사 빨리 끝내야 하는데 언제나 아이들이 신나게 뛰어 놀 수 있을까 걱정이 들고, 교회 지붕에 이끼가 끼면 어떡하나 생각도 합니다. 개인적으로는 학교 끝나고 아들들이 비 맞으면 어쩌나 하는 생각도 부모로서 듭니다.
어릴 적 권사님처럼 비가 오면 하늘을 좀 쳐다보는 여유도 필요할 것 같습니다. 시애틀에는 비가 자주오니 어쩌면 더 하늘 볼 일이 많아 좋을 것 같습니다. 비가 와서 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