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에 발발한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간의 전쟁이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점령하고 있던 주요 도시에서 러시아 군이 퇴각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지난 10일에도 러시아 군이 퇴각한 중요 거점 도시 중 하나인 헤르손에 우크라이나 군이 진입하기 시작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추운 겨울이 오기 전에 전쟁이 끝나기를 바라는 사람들의 열망이 더욱 간절해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전쟁이 일어난다는 것은 어떤 것일까요? 평화롭던 마을에 포탄이 떨어지고, 사랑하는 남편, 아들, 오빠, 혹은 동생이 전쟁터에서 죽었다는 소식이 들려오고, 살아남기 위해 가족들이 뿔뿔이 흩어져 피난 길에 오르거나, 또 뒤에 남겨진 사람들이 점령군들에게 수탈과 학대를 당하는 일들이 실제 우리 삶에 일어난다면, 우리는 과연 행복할 수 있을까요? 실제로, 얼마 전 피난 길에 혼자 남겨진 아이가 한 손엔 곰 인형을, 또 다른 손엔 과자 봉지를 든 채 울음을 터뜨리고 있는 영상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심금을 울렸는지 모르는 것입니다.
지난 금요일 기도회를 인도하는 중에, 우크라이나를 위해 기도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그곳의 교회들을 위해 기도했습니다. 추수감사주간을 맞이하는 그곳 그리스도인들을 위해 기도했습니다. 누군가는 죽었고, 누군가는 잃어버렸고, 누군가는 감당할 수 없는 고통 속에 신음하고 있지만, 감사주간을 통과하고 있는 우크라이나 그리스도인들이 하나님 앞에서 감사하는 마음을 잃어버리지 않게 해달라고 기도했습니다. 속히 전쟁이 끝날 수 있게 해달라고 기도했습니다.
아우슈비츠는 유대인 학살 현장으로 잘 알려진 곳입니다. 무려 백오십만 명의 유대인들이 그곳에서 체계적인 굶주림과 강제 노동을 당하다가, 결국 가스실에서 죽임을 당했습니다. 그리고 나치 독일은 그들의 시신을 가지고 비누를 만드는 만행을 저질렀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이런 질문을 했습니다. "하나님, 당신은 지금 어디에 계십니까? 당신은 왜 이런 죄악에도 침묵하십니까?"라는 질문이었습니다. 자기들이 보고 있는 이 악한 현실을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그후 전쟁은 나치 독일의 패배로 끝이 났고, 승리한 연합군이 수용소에서 수색 작업을 벌이던 중 아주 놀라운 것을 발견합니다. 벽에 작은 글씨로, "그 크신 하나님의 사랑 말로 다 표현 못하네 하늘을 두루마리 삼고 바다를 먹물 삼아도 한 없는 하나님의 사랑 다 기록할 수 없겠네"라는 찬송가 구절이 적혀 있었고, 그 밑에 "하나님은 이곳에 계십니다"라는 누군가의 고백이 새겨져 있었습니다. 어떻게 그런 절대절명의 순간, 그런 고백을 할 수 있었을까요? 어떻게 그렇게 두려운 순간에 조차 하나님께 감사할 수 있었을까요? 나같은 죄인을 위해 십자가를 지신 예수 그리스도의 사랑을 기억할 수 있었기 때문이 아닐까요? 그들이 구한 세상이 이 세상이 아니라 영원한 하나님의 나라였기 때문이 아닐까요?
추수감사주간을 지나고 있습니다. 우리 모두에게 이런 고백이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단순한 립 서비스가 아니라 세상의 그 어떤 상황도 흔들 수 없는 그런 전심의 감사가, 가장 추운 감사절을 맞이하고 있는 우크라이나 성도들에게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하나님께서 이곳에, 그리고 그곳에 함께 하심을 믿습니다.
여러분들을 사랑합니다. 장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