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코로나 걸렸어..." 장모님이 계신 상주로 떠날 채비를 하고 있는데 먼저 그곳에 가 있던 처형으로부터 연락이 왔습니다. 이런 저런 증상이 있어서, 혹시나 하고 검사를 해봤는데 코로나에 걸렸다는 것입니다. 그래도 증상이 나면서부터 마스크를 쓰고 잘 대처했으니 잘 생각해보고 올 지 안 올지를 결정하라는 것이었습니다. 처형 잘못은 아니었지만, 아프신 장모님을 뵈려고 그 먼 길을 왔는데 왜 하필이면 지금...이라는 생각에 조금은 원망스런 마음이 들었습니다.
"어머니 한 이틀 지나고 코로나 검사 한번 받아 보세요. 괜찮으시면 갈게요~" 어머님을 뵈러 오기는 했지만 그렇다고 막무가내로 가서 뵐 수는 없는 일이었습니다. 자칫 잘못하면 한국에 와 있는 두주 내내 격리만 하다가 갈 수도 있는 일이었기 때문입니다. 아내와 저 둘만 왔으면 그럴 작정으로 가서 뵐 수도 있었겠지만 오랜 만에 아이들도 왔으니...이런 저런 친척들을 만나게 하기 위해서 좀 더 조심해야 할 필요가 있었습니다.
결국 일정을 바꿔, 경북 영천에 있는 아버님 산소에 먼저 가기로 했습니다. 2007년 12월 아버님이 돌아가신 후 아이들이 한번도 산소에 가 본 일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원래는 장모님을 뵙고 돌아오는 길에 들릴려고 했었는데 상황이 이러니 산소에 먼저 들리는 것이 낫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이왕 1박을 해야 할 일정이라면 영천과 가까운 바닷가에서 1박을 하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으로 떠났지만 그것도 쉽지 않았습니다. 추석인데도 호텔에 방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예전에는 명절이 되면 모두 고향에 내려가곤 했었는데 지금은 사람들이 여행을 떠난답니다. 시대가 정말 많이 바뀌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녀석아 아빠가 알고 그랬어? 다 너희들을 위해서 그러는 거 아니야!" 왜 예약도 하지 않고 와서 이런 고생을 하냐는 큰 녀석의 볼멘 소리에 결국 성을 내고 말았습니다. 그렇잖아도 일이 계획한 대로 풀리지 않아 속이 상하고 있는데 조그만 불편도 참지 못하고 불평을 쏟아내는 큰 녀석의 말이 무척 섭섭했던 것입니다. 너무 욕심을 부렸나...라는 생각에 편치 않은 마음으로 잠을 청해야 했습니다. 그렇습니다. 큰 녀석이나 저나 욕심을 부린 일을 이루지 못하자 성이 났던 것입니다.
아버님의 산소가 있는 영천 호국원에 들린 후에도 장모님께 바로 갈 수는 없었습니다. 장모님이 코로나 증세로 입원하셨기 때문입니다. 하루 뒤에 음성으로 판정이 되셔서, 결국 부산에서 돌아오는 길에 어렵게 만나 뵐 수는 있었지만 참 모든 일이 쉽지 않았습니다. 정말 사람이 마음으로 자기 길을 계획할지라도 그 걸음을 인도하시는 분은 하나님 뿐이신 것입니다. 사랑하는 성도 여러분, 여전히 난리입니다. 이 난리 중에도 평안을 잃지 마시기를 바랍니다. 욕심 부리지 말고, 오늘도 우리의 걸음을 인도하시는 분이 하나님이신 것을 기억하며 믿음으로 승리하실 수 있기를 바랍니다. 이제 곧 뵙겠습니다.
여러분들을 사랑합니다. 장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