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00프랑을 연봉으로 받는 하급 공무원 '랑탱'은 사무실 상관 댁 야유회에서 본 아가씨를 만난 후 사랑에 빠집니다. 그녀는 얼마 전에 사망한 세무 공무원의 딸입니다. 가난한 어머니는 파리로 이사를 와서 괜찮은 혼처를 구할 요량으로 몇몇 부르주아 가문들을 자주 방문했던 터였습니다. 이런 모녀에게 랑탱은 그래도 괜찮은 신랑감이었습니다.
랑탱은 야유회에서 만났던 그 아가씨와 결혼을 하고 무척 행복한 삶을 삽니다. 그녀는 매력적이었고, 상냥했으며 남편도 최대한 돌보고 적당한 애교도 부립니다. 게다가 그녀는 알뜰하게 살림을 살며 남편을 배려합니다. 나무랄 데 없는 아내였고 좋은 남편이었습니다. 결혼한 지 제법 시간이 지나도 그들은 서로를 뜨겁게 사랑했고 두 사람은 행복했습니다.
그런데 랑탱이 아내에게 모두 만족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아내에 관하여 꼭 두 가지 못마땅한 점들이 있었습니다. 첫째는 극장가는 것을 너무 좋아하는 것이었고, 둘째는 인조 보석을 모으는 것이었습니다. 랑탱의 아내는 주변 사람들을 통해 입장권을 구해 남편과 극장에 갔습니다. 그리고 극장에 가면서 몸치장에 대한 습관이 생기고 보석도 좋아하게 되었습니다.
랑탱은 극장가는 것을 좋아하는 아내 모습은 어느 정도 이해했지만 가짜 보석을 모으는 아내의 모습은 여전히 이해하지 못했고, 마음이 언짢았습니다. 그래서 "여보, 진짜 보석을 살 능력이 없으면 타고난 아름다움과 우아함으로 장식된 자기 자신을 보여 주는 법이라오. 이것이야말로 가장 귀한 보석이지"라고 말하곤 했습니다. 그러나 그때마다 아내는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여보 왜 그러세요? 난 이것이 좋은데요. 당신이 옳아요 그러나 고칠 수가 없군요. 진짜 보석이라면 더 좋았겠죠."라고 대답했습니다.
그러던 어느 겨울 밤, 오페라 극장에 간 그녀는 와들와들 떨면서 돌아와 기침을 심하게 하더니 폐렴으로 죽었습니다. 아내가 죽자, 랑탱은 큰 슬픔에 빠집니다. 아내를 많이 사랑했기에 아내가 쓰던 가구 옷가지까지를 그대로 두고 그는 계속 슬퍼했습니다. 오랜 시간을 슬픔으로 보냈습니다.
그러나 어찌 된 영문인지 아내의 보석들은 보기 싫었습니다. 아내의 보석들을 보면 아내를 그리워하는 그의 애틋한 마음이 흔들렸습니다. 그는 아내가 죽은 후 재정관리가 엉망이 되어 돈이 궁했고, 아내의 모조보석을 팔기로 하고 보석상에 갑니다. 랑탱은 이렇게라도 돈을 마련해야 하는 자신의 처지도 부끄러웠고, 보석이 모조라는 것도 부끄러웠습니다. 그래서 조심스럽게 보석상에 들어갔습니다.
그런데 놀랍게도 보석상은 그 모조 보석들이 모두 진짜라고 말합니다. 랑탱은 얼떨떨합니다. 그리고 그는 생각합니다. "그럴 리가 없어! 바보! 오, 저 친구 정말 바보 아냐? 저 사람 말이 진짜라면 좋겠다만, 진짜 보석이랑 가짜 보석도 구분하지 못하는 보석상이네!" 그리고 다른 보석상을 찾아갑니다. 그러나 역시나 그 모조 보석들을 진짜로 판정합니다.
랑탱의 머릿속이 복잡해졌습니다. 가짜라고 생각했던 보석들이 진짜였습니다. 그런데 보석이 진짜라면 아내가 가짜였습니다. 사랑에 빠졌던 랑탱은 아내를 순수하고 착한 여자로 보았지만 그녀는 외도했고 남편이 아닌 다른 남자로부터 진짜 보석을 받으며 살았던 것입니다. 랑탱은 충격에 빠져 길바닥에 털썩 주저앉습니다. 랑탱은 '거짓' 행복 속에 살았습니다. 그리고 죽은 아내의 외도를 마주하며 배신감과 절망감에 무너집니다.
하지만 그는 돈이 필요했습니다. 그래서 다시 보석가게로 찾아갑니다. 처음 보석가게에 들어섰을 때 랑탱은 모조보석을 팔아야 하는 자신의 궁색함에 부끄러움을 느꼈지만 아내의 외도를 안 후의 랑탱이 보석 가게를 들어서면서 느끼는 부끄러움은 또 다른 수치심이었습니다. 이 모든 사실을 알고 있는 점원들과 보석상은 지나치게 명랑한 미소로 그를 맞이합니다.
이런 모욕적인 상황에서도 랑탱은 보석들을 팔아 받는 돈이 좋습니다. 보석을 돈으로 바꾸면서 그는 점점 더 기세 등등 해지고 자신만만해집니다. 심지어 보석상은 그에게 "이것들의 임자였던 분은 저축한 돈을 몽땅 보석에 투자했나 봅니다." 라며 농담을 하기도 하는데, 여기에 랑탱은 진지하게 "돈을 모으는 덴 이 방법도 괜찮을 겁니다."라고 대답을 합니다.
돈이 많아진 랑탱은 기분이 너무 날아갈 듯합니다. 그는 고급 레스토랑에서 점심을 먹고 비싼 포도주를 마십니다. 그리고 마차를 타고 블로뉴 숲을 한 바퀴 돕니다. 마차를 같이 타고 있는 사람들에게 경멸의 시선을 보내고,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나도 부자다! 나는 20만 프랑을 가진 부자다!'라고 외치고 싶은 욕망을 느낍니다. 그는 마차를 타고 직장으로 가서 사표를 제출합니다. 이제는 아내를 순수하게 사랑했던 그 랑탱은 없습니다. 랑탱은 흥청거리며 삽니다. 랑탱은 정숙한 여자를 만나서 두 번째 결혼을 했습니다. '그녀는 정직했지만 까다로운 여자여서 그를 괴롭혔다'며 소설은 끝납니다.
이상은 프랑스의 자연주의 작가 기 드 모파상(Guy de Maupassant)의 <보석>이라는 소설의 줄거리입니다. 모파상은 다양한 인간들의 허상과 위선을 재치와 섬세함으로 묘사하는 자연주의 작가입니다. 모파상의 발군의 인물과 풍경 묘사 그리고 섬세한 인간 심리묘사는 독자들의 호기심을 자극합니다. 그의 명료한 문체는 스토리를 흥미진진하게 합니다.
보석들을 팔아 마련한 큰돈을 즐기는 랑탱의 모습은 맘몬에 탐닉하는 현대인의 비극을 보여 줍니다. 재물에 몰입된 랑탱의 모습은 보석을 모으며 비밀스런 쾌락을 즐겼던 아내의 모습과 묘하게 오버랩(overlap) 되어 인간의 도덕성과 단정함의 허상을 질타합니다. 우리에게도 랑탱의 아내와 같은 발칙함과 랑탱의 속물근성이 도사리고 있음을 인정할 수밖에 없습니다.
랑탱은 가짜 속에서 행복했습니다. 아내가 남긴 모조 보석들이 진짜임을 알 때 아내의 삶이 가짜였음을 알게 되지만 그 가짜 때문에 랑탱은 부자가 됩니다. 그러나 그 부유함 때문에 랑탱이 행복하지 않았습니다. 반전이 거듭되는 소설은 허상을 붙잡고 살아가는 허망한 인생을 비웃고 있습니다. '헛되고 헛되며 헛되고 헛되니 모든 것이 헛되도다(전1:2)'라고 외쳤던 전도자의 메시지가 들려지는 소설입니다. 지금 소중히 여기며 의지하는 사람과 재물이 허상일 수 있습니다. 영원한 반석이신 하나님을 의지함이 참 지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