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전체 산하 기관이 낙태를 인권으로 선언하게 하는 유엔 총회의 결의안 협상이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다고 미국 크리스천포스트(CP)가 23일 보도했다.
미국 가족인권센터(Center for Family and Human Rights, C-Fam)에 따르면 결의안은 지난 10년간 거부됐던 낙태에 관한 내용을 이달 말까지 채택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결의안은 각국 정부가 정책적 문제로서 “안전한 낙태에 대한 접근”을 확보해야 하며 “모든 여성의 인권과 성 및 생식 건강의 증진과 보호를 보장해야 한다”고 선언한다. 또한 낙태를 명시적으로 “국제 인권”으로 선언하지는 않았지만 “법에 따라 그러한 (낙태) 서비스가 허용되는 경우”라는 단서를 달아 놨다.
가족인권센터는 미국과 유럽연합(EU) 등 서방 국가들이 결의안에 낙태 권리를 넣도록 압박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스테파노 젠나리니 가족인권센터 법률연구 부사장은 CP에 보낸 이메일 성명에서 “EU와 미국 정부는 낙태가 유엔의 외부 간섭 없이 국가 차원에서 결정해야 할 문제라는 총회의 오랜 합의를 무너뜨리려 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문제는 낙태가 인권 문제로 접근 가능한가 뿐만이 아니다. (낙태를 돕는) 국제적 지원의 무결성을 보장한다는 점”이라며 “여태껏 총회는 정부가 여성이 낙태를 하지 않도록 도와야 한다는 데 의견이 일치했다”고 반박했다. 또한 유엔이 성폭력 대응의 일환으로 결의안을 채택했다는 점에서 향후 여성의 낙태를 적극 권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젠나리는 성명에서 “낙태는 산모와 아이들에게 의료 및 사회적 지원을 제공하는 것보다 비용이 덜 든다”면서 “여기에 내재하는 긴장감이 있다. 어떤 여성도 정부나 국제기구로부터 낙태를 강요받아서는 안 된다”고 했다.
가족인권센터에 따르면, 유엔 대표단은 EU가 표준 규약과는 달리, 협상에서 저돌적인 모습을 보였음을 지적했다. 대게 결의안의 주요 후원자는 협상을 촉진할 뿐 자체적으로 교섭할 수 없다.
특히 결의안에 언급된 ‘안전한 낙태’(safe abortion)라는 용어는 유엔 회원국들이 가진 전통적인 견해와 반대된다. 앞서 유엔 인권이사회의 의결권 중 약 절반은 이집트, 바레인, 사우디아라비아가 제안한 ‘용어 삭제 수정안’을 지지했다. 현재 이 국가들은 낙태를 금지하거나 제한하고 있다.
가족인권센터에 따르면, 안전한 낙태를 장려하는 서방국가의 행보는 1994년 국제인구개발회의에서 유엔 총회가 합의한 내용과도 상충된다.
당시 카이로 회의에서 채택된 주의 사항에는 ‘유엔이 낙태 문제에 대해 어떤 결정도 내려서는 안 된다’고 명시돼 있다. 또 유엔은 ‘(각국) 정부가 여성들이 낙태를 피하고, 출산 전후로 자녀를 부양하도록 돕는 데 집중해야 한다’고 적혀 있다.
이번 결의안은 미국 연방대법원이 1973년 낙태를 합법화시킨 ‘로 대 웨이드’(Roe v. Wade) 판례를 폐기한 데 대한 서방권의 대응으로 분석된다.
연방대법원은 지난 6월 24일 ‘돕스 대 잭슨 여성보건기구’(Dobbs V. Jackson Women's Health Organization) 사건에서 대법관 찬성 6, 반대 3으로 미시시피주의 ‘임신 15주 후 낙태금지법’에 손을 들어줬다. 이로서 법원은 각 주 정부에 낙태규제 입법 권한을 돌려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