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성공회가 조력자살(Assisted suicide)을 합법화하는 법안에 반대하는 결의안을 통과시켰다고 영국 크리스천투데이가 보도했다.
영국성공회는 지난 10일 요크에서 열린 총회에서 ‘조력자살(금지)에 관한 법안의 변경 없이 완화 치료에 더 많은 국가 지원 제공’을 요구하는 안건을 통과시켰다.
이 안건은 치체스터 교구 평신도 회원인 사이먼 에어 박사가 발의한 것으로, 찬성 289표, 반대 25표, 기권 33표의 압도적 지지를 얻었다.
안건은 영국 정부에 “최고 수준의 치료와 보편적 접근이 가능하도록, 국민보건서비스(National Health Service) 내에 완화적 의료 서비스에 대한 재원 조달과 신속한 처리”를 촉구했다.
또 1961년 조력자살을 금지한 현행법(제2조)과 검찰국장 지침을 바꾸지 말 것을 명시했다. 해당 법은 영국 내 조력자살과 안락사를 금지하고 있으며, 위반 시 최대 14년까지 징역형에 처한다.
에어 박사는 2016년 조력자살을 합법화한 캐나다를 예로 들어 합법화의 맹점을 부각시켰다.
그에 따르면, 당초 캐나다의 조력자살법은 “정신적으로 결정이 가능하고, 심각한 신체적 건강 상태로 고통받는, 합리적으로 자연사가 예측되는 (건강) 쇠퇴기에 놓인 사람들”로 한정했다.
하지만 그는 “법적 소송 이후, 말기 질병 요건은 사라졌으며, 2023년 3월부터 ‘정신 질환이 유일한 기저 질환인 사람들’에게 조력자살이 허용될 예정”이라며 “영국에서도 자살법이 바뀌면 비슷한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 경고했다.
반면, 헤리포드 교구 평신도 회원인 에밀리 힐은 기조 발제에서 조력자살을 지지했다. 힐은 코로나19 호흡기 병동에서 일한 자신이 “수없이 많은 죽음을 목격했다”고 전했다.
힐은 발제 토론에 앞서 제공받은 논문이 “대안적 견해가 없고, 한 쪽(조력자살 반대) 편에 크게 치우쳐 있다”며 “왜 우리는 생명을 연장할 수는 있어도, 사람들의 평안을 위해 조금 더 일찍 생명을 끝내도록 적절한 도움을 주지는 못하는가?’라고 지적했다.
교단 내 의료적 부문에 목소리를 내고 있는 제임스 뉴컴 (칼리슬 교구) 주교는 조력자살 합법화에 반대했다.
그는 “내가 어디에 살고 어떤 일을 하는지 선택할 권리가 있듯이, 죽는 방식과 시간을 선택할 권리도 내게 있다. 하지만 내가 내린 결정이 나에게만 영향을 미치는 것은 아니”라며 “가족, 친구, 이웃, 내 담당의, 내가 사는 사회의 규범과 가치를 포함한 주변인들에게 영향을 미치고 죽는다. (조력자살) 선택은 보이는 것만큼 간단치 않다”고 했다.
지난해 몰리 미처 영국 상원의원은 말기 환자가 스스로 목숨을 끓을 수 있도록 하는 ‘조력자살 법안’(HL Bill13)을 발의했다. 이 법안은 지난 4월 말부터 현재까지 상원에서 심의 단계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