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법원이 낙태 합법화를 가져온 1973년 ‘로 대 웨이드’ 판결을 49년 만에 폐기했다.
미국 크리스천포스트에 따르면, 연방대법원은 24일 ‘토마스돕스 대 잭슨여성보건기구’ 사건에서 대법관 찬성 6, 반대 3으로 미시시피주의 ‘임신 15주 후 낙태금지법’에 손을 들어줬다.
다수 의견서는 새뮤얼 앨리토 대법관이 작성했으며, 클래런스 토마스, 에이미 코니 배럿, 브렛 캐버노, 닐 고서치 대법관과 존 로버츠 대법원장이 의견을 같이 했다.
앨리토 대법관은 “헌법은 낙태에 관해 권리를 부여하지 않는다. 로(대 웨이드) 및 (가족계획연맹 대)케이시 판결은 기각된다”라며 “낙태를 규제할 권한은 국민과 그들이 선출한 대표들에게 반환된다”고 명시했다.
또한 “로(판결)는 처음부터 터무니없이 잘못되었다. 논리는 유난히 약했고, 결정은 해로운 결과를 초래했다”며 “낙태 문제에 국가적 해결을 가져오는 대신, 논쟁과 분열을 심화시켰다. 헌법에 귀 기울여야 하고, 낙태 문제는 국민이 선출한 대표에게 돌려줄 때”라고 밝혔다.
1973년 대법원은 ‘로 대 웨이드’ 판결에서 여성의 낙태권을 헌법에 기초한 사생활 권리에 포함시켰고, 주정부의 낙태 제한 권한은 약화되었다. 또 법원은 1992년 ‘가족계획연맹 대 케이시’ 사건에서 태아의 생존 가능성이 있기 전의 낙태를 허용하며 다시 한번 낙태 권리를 강화했다.
진보 성향의 대법관인 스티븐 브레이어, 소니아 소토마요르, 엘레나 케이건 판사는 즉각 반대 의견을 냈다.
이들 대법관은 의견서에서 기존 판례를 옹호하며 “로와 케이시는 낙태 허용과 이를 규제하는 법 허용 사이에서 균형을 유지했다. 오늘 법원은 그 균형을 폐기한 것”이라며 “수정하는 그 순간부터, 여성은 말할 권리가 없다고 (판결은) 말한다. 주(정부)가 한 개인 및 가족이 막대한 비용을 치르더라도, 임신하도록 강제할 수 있게 됐다”고 지적했다.
또 “여기서 문제가 되는 미시시피 법은 임신 15주 후 낙태를 금지한다. 그러나 대다수 판결에 따르면 다른 주의 법은 10주 후, 또는 5주, 3주나 1주 후, 심지어 수정하는 시점부터 금지할 수 있다”며 “주들은 이미 오늘 판결을 예상하고 그러한 법률을 통과시켰다. 더 많은 주가 뒤따를 것”이라 경고했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26개 주에서 낙태를 금지할 것으로 보인다. AP 통신은 남부와 중부의 13개 주가 즉시 시행 가능한 낙태 금지 법안을 마련해 놨다고 보도했다.
2018년 필 브라이언트 미시시피 주지사는 낙태 금지 기준을 기존 ‘임신 20주 후’에서 ‘15주 후’로 변경하는 하원법안 1510호(HB 1510)를 통과시켰다. 이 법안은 산모의 생명을 위협하는 의료 응급 상황 또는 심각한 태아 기형으로 인한 낙태는 면제했으나, 강간 또는 근친상간은 제외했다.
그러자 이 법안은 낙태를 합법화한 ‘로’에 대한 도전의 서막이 되었다. 법안 통과 후, 미시시피주 낙태 시술업체인 잭슨여성보건기구는 주정부 보건책임자인 토마스 돕스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2019년 12월 연방 제5항소법원은 하급심을 지지하며 미시시피주 법에 영구 금지 명령을 내렸다. 돕스는 이 사건을 연방 대법원에 항소했고, 2021년 5월 법원은 심리에 합의해 12월 양측의 구두 변론을 심리했다.
지난달 2일에는 사무엘 엘리토 대법관이 쓴 소송 판결문 초안이 유출되어 정치 보도전문 매체 ‘폴리티코’를 통해 보도되자 논란의 불씨를 당겼다.
당시 의견서는 대법관 찬성 5, 반대 4로 49년 만에 ’로 대 웨이드’ 판례를 폐기할 것을 제안했고, 낙태 금지 여부는 주 정부에 결정 권한을 주는 것을 골자로 했다.
이는 낙태 권리를 요구하는 운동가들의 시위와 교회와 친생명단체 사무실에 대한 공격으로 이어졌다. 지난달 7일 새벽 뉴욕 주의 한 임신출산 지원센터 사무실에는 화염병이 날아들어 화재가 발생했다. 8일 위스콘신주 소재 친생명단체 사무실에도 화염병 테러가 발생했다.
이달 8일 새벽 메릴랜드주 체비 체이스에 있는 브렛 캐버노 연방 대법관 자택 인근에서는 총과 흉기를 소지한 남성이 배회하다 경찰에 체포됐다. 이 20대 남성은 낙태권 결정 초안에 분노해 대법관을 살해할 목적을 가진 것으로 밝혀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