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신촌 유플렉스 거리에서 진행된 '2022 생명감수성 캠페인'. 한국가족보건협회와 에이랩아카데미가 주최하고 전인기독학교 학생들이 동참했다. ⓒ송경호 기자

"12주 태아면 세포인 줄 알았는데 모형을 보니 눈, 코, 입, 손, 발 다 있는 사람이네요."

2020년 인공임신중절(낙태)죄 헌법불합치 판결 이후 관련 법안들이 나오고 이를 우려하는 국민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생명주의 운동 단체들이 가장 작고 연약한 생명인 태아를 바라보는 본질적인 시선이 배제되거나 가벼워선 안 된다는 취지로, 15일 신촌 유플렉스 거리에서 '2022 생명감수성 캠페인'을 개최했다.

한국가족보건협회와 에이랩아카데미가 '우리의 소싯적 이야기 "웨잇 포 미"(wait for me)'를 주제로 개최한 이 캠페인에는 전인기독학교 학생들도 참여했다. 이들은 광장 일대를 지나는 시민들에게 사람의 모습을 온전히 갖춘 12주 태아 모형 '심콩이'를 나눠 주며 생명의 소중함을 전했다.

이들이 12주 태아 모형을 들고 나온 건 태아의 발달 단계를 구분해 특정 시점 이전에는 낙태의 완전 자유화를 주장하는 이들이 있기 때문이다. 헌법재판소는 심지어 낙태죄를 위헌으로 결정하면서 낙태를 허용할 수 있는 '임신 초기'를 '임신 22주 내외'로 두기도 했다.

개회사를 전한 김지연 한국가족보건협회 대표는 "우리의 생명은 아름답고 선택받았으며, 우연히 생겨난 것이 아니라 목적하에 창조되었다. 우리는 실수로 태어나지 않았다"며 "우리는 모든 가능성을 가지고 있으며, 이 세상의 빛과 소금의 역할을 감당하게 된다. 왜냐하면 우리 모두는 소중한 생명을 가진 자들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어 "우리는 언제부터 소중한 존재였을까. 생후 1개월부터? 2개월부터? 어머니의 뱃속에 창조된 때로부터 이미 소중한 존재였다"며 "아무리 작아도, 아무리 어려도, 아무리 약해도 당신은 태중에서부터 소중했다. 이 땅의 모든 생명, 그 위대함을 응원한다"고 전했다.

유튜브 '포리베'라는 채널을 통해 온라인으로도 생명의 소중함을 전하고 있는 서윤화 아름다운피켓 대표는 "자녀를 키우는 모든 과정은 사랑과 보살핌으로 기다려야 하는 과정이다. 이 사랑의 기다림이 필요한 존재는 바로 '태아'"라며 "사랑으로 잉태된 태아는 아홉 달을 기다리며 무럭무럭 자라지만, 정작 그 부모는 너무나 힘겨워 기다림을 포기하려 한다"고 했다.

서 대표는 "우리는 이 기다림을 포기하려는 사람들을 도와야 한다. 어려운 상황과 마음을 공감해 주고 힘없는 손을 붙잡아 주어야 한다"면서도 "태아는 수정부터 인간의 일생을 시작한다는 과학적 사실을 더욱 알리고, 태어난 사람을 위해 아직 태어나지 않은 사람이 죽는 것은 잘못된 우생학적 논리라는 사실을 일깨워 주어야 한다"고 했다.

▲(왼쪽에서 세 번째부터 순서대로) 김지연 한국가족보건협회 대표, 유튜버 '책읽는사자', 서윤화 아름다운피켓 대표 등 관계자들이 '심콩이'를 들고 기념촬영하고 있다. ⓒ송경호 기자
▲사람의 모습을 온전히 갖춘 12주 태아 모형 '심콩이'. "웨잇 포 미"(wait for me) 캠페인의 주인공이다. ⓒ송경호 기자

작가이자 유튜버로 활동하고 있는 사자그라운드 대표 '책읽는사자'는 "최근 사극 드라마 촬영 중 고꾸라진 말이 죽은 사실이 알려지며, 사람들은 격한 슬픔과 분노를 느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사람이 생명을 잃는 것에는 조용하다"며 "단지 엄마 뱃속에 있다는 이유로, 태아들이 겪는 끔찍하고 슬픈 일을 쉽게 볼 수 없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어 "동물의 생명권보다 사람의 생명권은 더욱 중요하다. 오직 인간만이 '더 나은 세상'을 만들 수 있는 이성적인 존재, 신의 형상이 담긴 사랑의 존재이기 때문"이라며 "엄마 뱃속에 있는 많은 태아들의 눈물을 볼 수는 없지만 느낄 수 있다. 깨닫고 돌이켜 더 나은 선택을 할 수 있다. 우린 '사람'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어 학생 대표로 발언에 나선 전인기독학교 고1 이시온 학생은 "원하는 임신은 '우리 아기', 원하지 않으면 '세포'라고 하니 말이 안 된다"며 "에이랩아카데미의 생명주의 성교육을 배우며 동물의 생명을 해친 법은 강화하면서 사람의 태아를 죽이는 것은 괜찮다는 것은, 뭔가 잘못되어 간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이 학생은 "경제적 편의를 위해, 장애나 가난 때문에, 혹은 범죄자의 자녀라 죽여도 된다는 것이 모순적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누구나 후천적으로 장애인이 될 수 있고 선천적인 장애인도 소중한데, (장애 때문에 낙태가 합리화된다면) 어딘가 불편한 사람들은 모두 죽여도 된다는 말로밖에 들리지 않았다"고 했다.

이어 "12주 아기 모형이 생각한 것보다 작았지만 눈, 코, 입이 다 있는 사람이었다. 이런 아기를 죽이는 것을 인권이라고 속이면서, 정작 아기의 인권을 무시하는 모순적인 태도를 보이는 이들을 이해할 수 없었다. 많은 사람들이 생명을 대하는 축복된 일을 가볍게 생각하지 않고 책임을 질 수 있는 성숙함이 있었으면 좋겠다"며 "저희 학생들에게 생명 하나하나가 얼마나 소중한지 알 수 있는 생명 감수성 지수를 높이는 교육을 해 달라"고 전했다.

이날 '심콩이'를 받아 든 민현주(33)씨는 "저희 아기가 이 만할 때 초음파 화면으로 보며 설렜던 기억이 난다. 이렇게 예쁜 아기들이 축복받으며 태어나 수 있도록 해 달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