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유럽 스칸디나비아 반도는 매우 추운 곳이다. 노르웨이, 스웨덴, 핀란드와 러시아 일부 지역까지 포함하는 북유럽을 흔히 라플란드 (Lapland)라 부른다.
이 지역은 넓은 호수와 산악지형 바다와 숲과 같은 지형을 두루 갖추고 있다. 10월부터 3월까지 이어지는 매서운 추위로 사람이 살아가기 어려운 자연환경이지만, 이미 1만 년 전부터 이 지역을 지배하고 있던 소수 민족이 있다.
사미족이라 불리는 이 소수민족은 전 세계적으로 공전의 히트를 쳤던 애니메이션 영화 '겨울왕국 2'에서 이야기를 이끌어 가는 중요한 인물들로 등장했다. 사미족의 기원은 정확하게 알려지지 않았지만, 핀란드 핀족과 같이 검은 눈동자 검은 머리를 가진 사람들이 많아, 아시아권에서 대이동을 한 것 아닐까 추정하고 있다.
이들의 주요 산업은 순록과 관련 있는 것으로, 순록에게서 고기와 유제품, 가죽 등을 얻어 생활과 산업에 활용해 삶을 이어왔다. 순록으로부터 기본이 되는 식량을 얻었고, 가죽으로는 옷과 텐트를 만드는 재료를 얻었다. 질긴 힘줄을 이용해 실을 만들어 사냥과 낚시에 사용했고, 순록의 뿔을 통해 필요한 생활 도구를 만들었다.
기독교로 개종하기 전 이들은 모든 사물에 신이 있다고 믿는 정령숭배 사상을 가지고 있었다. 순록에도 영혼이 깃들어 있고 서로 교감할 수 있다고 믿어, 순록의 귀에 일련의 문양을 새겨넣어 자신의 소유로 삼았다.
사미족에게 순록은 식량과 생활 용품, 이동 수단과 화폐 가치뿐 아니라 자신들의 존재까지 순록과 동일시하는 삶을 살았다. 사미족 조상들의 혼이 순록에 영향을 미치고 순록들은 그 영향으로 사미족들에게 풍요와 다산 축복과 필요한 모든 것을 제공 한다는 신화를 가지고 있다.
그들이 가지고 있는 신화 속 인물 여신 '비브'는 매일 순록의 뿔로 된 고리를 타고 하늘 위를 자유롭게 날아 다니며 지상에 필요한 것을 돌본다고 믿는다.
그래서 사미인들은 여신 비브를 위해 순록을 제물로 바치고 태양이 뜨기 전 순록의 우유로 만든 버터를 문지방에 발라 축복을 기원하기도 했다.
또 순록과 사람의 모양을 자유자재로 바꿀 수 있는 순록 인간 민다쉬의 탄생으로, 순록으로부터 극한의 환경을 이기고 생활하는 것처럼 삶의 지혜를 인간도 얻을 수 있게 되었다고 믿는다.
이처럼 사미족에게 순록은 단순한 신화를 넘어 떼려야 뗄 수 없는 생존의 동반자임을 알 수 있다.
"사미족은 전통적으로 사냥, 낚시, 동물포획 그리고 가장 잘 알려진 순록 목축을 하며 생존해 왔다. 노르웨이 법이 사미족에게 동물을 소유할 독점적 권리를 인정할 정도로, 순록은 그들의 문화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이다. 순록은 교통 수단과 의복으로 사용되고, 통화 조세 제도를 대체해 심지어 화폐로 통용된 적도 있었다."
"사미 목동들은 자신이 소유한 순록떼와 생명 주기에 정통한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이상 캐서린 메이, <우리의 인생이 겨울을 지날 때(웅진지식하우스)> 196-197쪽)."
▲핀란드 로바니에미의 산타 마을 산타클로스. ⓒ픽사베이 |
북유럽 국가들의 동화 정책과 이주 정책으로 생활방식과 전통적인 삶의 모습을 점점 잃어가던 사미족이 세상에 주목을 받기 시작한 것은 산타클로스 마을이 사미족과 연관되어 있다는 것이 알려지면서부터다.
산타클로스가 살고 있다고 알려진 핀란드 북부 도시 로바니에미 역시 사미족들이 살아왔던 지역으로 알려졌다. 이 지역 사람들 역시 순록을 기르며 운반 수단으로 사용한다. 요정같이 독특한 옷을 입고, 혹한기에는 찾아오는 모든 사람들에게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잠자리와 음식을 제공한다.
다음 날 혹한의 날씨를 견딜 수 있는 각종 선물과 음식을 제공하는 그들의 삶을 통해, 산타클로스 이미지가 만들어졌다. 순록, 산타클로스의 독특한 복장, 풍성한 선물과 선행, 그리고 12월 새로운 한 해를 바라보며 여신 비브에게 제사의식을 드렸던 전통이 합쳐져, 산타클로스가 세상에 등장한 것이다.
제 1·2차 세계대전 이후 황폐해진 유럽 각국에 산타클로스는 새로운 쉼과 희망의 아이콘으로 등장했다. 1950년 핀란드는 공식적으로 라플란드 로바니에미를 산타 마을로 공식화했다.
전 세계적으로 산타 마을에 보내오는 편지는 매년 약 50만 통이 넘는다. 14개국 언어로 편지를 발송할 수 있고, 지금은 캐나다와 핀란드로 산타클로스에게 편지를 발송할 수 있다.
※캐나다 산타 마을 주소: Santa Claus North Pole HOH OHO Canada
핀란드 산타마을 주소: Santa Clau's Main Post Office Fin-96930 Artic Circle Rovaniemi FINLAND (핀란드는 반드시 대문자를 사용해야 함)
교회 전통와 역사에 의하면, 산타클로스는 소아시아 리키아 파티라 시에 있던 성 니콜라스 대주교가 가난하고 소외된 아이들에게 선물을 나누어 주고 돌봐주었던 일에서부터 기원했. 라틴어로 '상투스 니콜라우스'로 불리던 주교 이름이 영어식으로 산타클로스가 됐다고 알려져 있지만, 아직 정확한 기원은 알려지지 않았다.
19세기 초 미국 작가 워싱턴 어빙이 산타클로스를 소개하면서, 뚱뚱하고 파이프 담배를 물고 있는 모습으로 알려졌다. 이후 1931년 코카콜라가 제품 광고에서 빨간 옷과 흰 수염 모자, 풍성한 선물 꾸러미를 등장시켜 지금의 이미지가 완성됐다. 결국 현재 산타클로스 이미지는 미국의 거대 상업주의가 만들어낸 이미지라는 것이 정설이다.
산타클로스는 미국의 쇼핑 시즌 선물을 주고 받는 문화와 맞물려. 크리스마스에 등장하는 대표적인 인물이 됐다. 한 해 선행을 하고 착한 일을 한 아이들에게 선물 보따리를 풀어주는 산타는 어린이들에게 환상과 꿈을 주는 인물이며, 기쁨과 설레임을 주고 기다림의 시간을 선사하는 인물이다.
대다수 어린 아이들이 산타의 실존을 믿고 있을 뿐 아니라, 산타가 올해 성탄절에 자신의 집에 찾아올 것이라고 믿는다. 그래서 미국에서는 산타클로스가 가상의 인물이며 실제로 선물을 주는 실존 인물이 (아빠나 엄마) 따로 존재한다는 것을 인지하느냐에 따라, 아이들의 성장기를 분류하기도 한다.
매년 성탄절 산타클로스를 기다리는 아이들에게, 산타의 실체를 알리는 것이 필요할까? 언제쯤 아이들의 동심을 깨는 현실 인식이 필요할까?
교회에 산타클로스가 등장하는 것은 신앙적인 모습일까? 아빠 엄마가 산타클로스였다는 사실을 말해주는 것이 필요할까? 필요하다면 언제 이야기해야 할까?
주변 이야기를 들어보면 생각들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는 것을 본다. 필자는 별로 낭만 없는 아버지라, 아이들의 동심 파괴자를 자처하고 Pre-K(유치원)에 다니던 두 딸에게 "산타는 없다"고 말해 버렸다. 결국 두 딸아이가 "아빠는 거짓말쟁이"라며 펑펑 울던 모습이 기억난다. 그후로도 몇 년 동안 아이들은 산타의 존재를 믿으며, 산타를 기다렸다.
제1·2차 세계대전을 겪은 유럽 각국이 초토화돼 어려워지자 가장 두드러지게 나타났던 현상들 중 하나는, 어린 아이들이 방치되거나 산업 현장에 투입돼 인권 문제가 대두된 것이었다. 그런 문제가 제기되면서 등장한 일 중 하나가 산타클로스를 통해 선물을 나누고 격려해 주는 일이었다.
산타클로스의 등장은 기쁨을 나누고 격려하며 희망과 소망을 주는 일이었다. 결국 교회가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 나누어야 할 궁극적인 소망과 희망, 인생의 목적도 진짜 인생의 선물이 무엇인지를 보여주는 일일 것이다.
교회 행사에 산타가 등장해 선물을 나눠주고 축하하며 행사를 치르는 일도 얼마든지 가능할 것이다. 그러나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 얻어지는 영생의 선물이 얼마나 값지고 귀한 것인지를 가르치는 일이 선행돼야 한다.
예수님이 주시는 영생의 선물보다 더 마음을 빼앗기게 하는 선물이 있다면, 누가 그 선물을 주는지 따지는 일은 의미가 없다. 가장 중요한 선물이 무엇인가를 아는 것이 중요하다.
성탄절 절기는 부활절과 함께 교회 전통에서 가장 중요한 절기다. 12월 25일이라는 날짜보다 더 중요한 것은, '왜 예수께서 이 땅에 성육신하셨는가?'이다. 그 의미를 정확하게 전달하고 나누는 것이 성탄절에 가장 필요하다.
많은 사람들이 '산타가 성탄의 주인공이 됐다'고 근심 걱정한다. 하지만 교회의 과제는 산타와 경쟁하는 것이 아니다. 성탄의 진정한 의미, 선물의 진짜 가치, 선물을 전달하는 이가 주고 싶은 영원한 선물이 무엇인지 등 다시 본질로 돌아가는 것이다.
산타가 뚱뚱하든 날씬하든, 코로나 바이러스 때문에 국경을 넘을 수 없든 백신 패스를 사용해 국경을 넘든, 교회가 줄 수 있는 선물을 확실하게 준비하는 것이 본질을 회복하는 길일 것이다.
박종순 목사
제자들 교회
<열혈독서>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