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의 자유와, 인간의 자유가 만나다
자기 의 주장에 보내는 하나님의 고발장
욥, 모든 질문이 사라지던 날
김리아 | 신의정원 | 144쪽
"욥기는 개인의 경건한 의를 초월해서 하나님의 의를 전적으로 신뢰하는 의로 비약하여 존재 변화를 경험한 어느 위대한 인간에 관한 이야기다."
심리학을 다소 곁들여, 저자는 욥기 속 주인공 욥에게 닥친 일련의 사건들이 '호된 영혼의 성인식'이며, '일종의 자기 정체성을 찾아가는 과정'이라고 표현한다. 이를 통해 욥은 진정한 중보자가 됐을 뿐 아니라, 신적 자비와 사랑과 용서를 전해주는 자가 됐다.
저자에 따르면 욥이 친구들과 논쟁하며 하나님께 불평하는 까닭은, 의로운 사람에게 고통을 주시고 악인들이 만사형통하기 때문이 아니다. 오히려 둘을 똑같이 대하신다는 것이다. 욥은 이 고통이 윤리적으로 의인과 악인을 뚜렷이 구분한 결과가 아님을 알아챘다.
"오직 믿음은 비인격적 비감정적 복종이 아니라, 온전하게 인격적이고 온전하게 동기까지 승복하는 힘이다. 여기서 하나님이 욥을 의롭게 보시는 이유가 발견된다. 욥은 진정한 믿음의 투쟁을 이제 시작했고 하나님에 대한 분노와 자기에게 일어나는 불신에 대한 분노와 불의도 다뤄져야 한다. 하나님이 불의해 보이는 현상에 의해, 욥의 안에 있던 불의가 표면화되고 있는 것이다."
논쟁이 계속되면서 욥 감정 깊은 곳의 불의와 불신이 더욱 드러나고, 은연중 하나님 대신 자리한 '좋아 보이는' 세계관이 자신의 삶에 주권을 갖고 있었음을 깨닫는다.
그래서 욥기는 "하나님의 자유와 인간의 자유가 만나는 책(구티에레즈)"이고, "하나님이 스스로 의롭다고 하는 사람에게 보내는 고발장(저자)"이다. 그리고 고통의 계기를 통해 그 벌어진 틈새로 '신의 얼굴을 보게 된 자'의 이야기다.
의인 욥의 고난은, 아이러니하게도 하나님의 살아계심을 증명하고 있다. "그분은 어떤 도덕적 인과적 질서를 창시하고 자동 기계처럼 돌아가게 하고는 감시 관리하는 노인네가 아니다. 빛과 어둠을 총괄하시고 복과 저주를 우리 앞에 두시며, 복의 근원이 사람의 행실이 아니라 당신이라고 말씀하신다."
▲가스파레 트라베르시(1722-1770)의 '아내에게 조롱당하는 욥(Job mocked by his wife). 폴란드 바르샤바 국립미술관 소장. ⓒ위키 |
욥은 고난을 통해 이를 깨달으면서, 자기 의와 환경을 넘어 아무 것에도 매이지 않은 하나님, 자기 의의 틀에 맞게 맞게 보답해야 하는 하나님이 아닌 참 하나님께 진실로 기도하게 된다.
욥은 기나긴 논쟁 가운데 '흔들리지 않는 내적 의', 오직 하나님의 의에 기반해 새로 거듭난 정체성에 눈뜨게 된다. 욥의 의는 하나님 안에서만 정당하다. 의인이라던 욥은 회개한다. 그리고 하나님에 대해 귀로만 듣다가, 눈으로 보게 됐다고 고백한다.
끝으로 어둔 밤을 지나는 모든 이들을 향해 "어떤 큰 목소리가 내 안에 있어 통찰과 미래를 열어주는 비전과 사랑으로 부를 때, 그럼에도 불구하고 '네' 하고 대답할 때, 이기심으로 갇혀 있던 나는 해방되고 내 안에 숨겨놓은 우주적 에너지가 인류의 역사를 위해 발현되는 크고 은밀한 출발점이 될 것"이라고 격려하고 있다.
저자는 책에서 '인내하는 신앙의 승리'와 '왜 의인이 고난을 받는가'라는 욥기에 대한 전통적 2가지 주제에 의문을 제기한다. 전자는 욥의 정당함이 무엇을 말하는지 이해하기 어렵고, 후자는 누구라도 잘못을 했어야 하는 희생양 메커니즘에 빠지기 때문.
그래서 이러한 의문들이 살아계신 하나님과의 관계 속에서 어떠한 결론에 이르렀는지에 주목하고, 그리스도인 안의 '자기 의'를 돌아보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