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란치스코 교황이 전 세계 가톨릭 신자들의 의견을 취합해 공식 의제화하는 개혁에 나섰다.

영국 BBC 등에 따르면, 교황은 지난 10일 바티칸시국 베드로대성당에서 집전한 세계주교대위원회 개막 미사에서 "향후 바티칸의 미래를 결정하기 위해 전 세계 모든 가톨릭 신자들의 뜻을 모으는 대장정을 시작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2년에 걸쳐 여성 사제 서품, 사제들의 결혼, 동성애 문제 등 다양한 사안들이 논의될 예정이다.

이번 여정은 3단계로 구성돼 있는데, 전 세계 교구 신자들에게서 광범위한 현안에 대한 의견을 듣는 단계, 각 대륙별 주교들이 모여 평신도들이 논의한 의제를 공식화하는 단계, 2023년 10월 교황청에서 주교들이 1개월간 머리를 맞대고 공론화된 의제를 토의하는 단계이다.

시노드(주교회의)가 마무리된 후에는 교황이 논의된 현안에 대한 자신의 견해와 결정 사항을 담은 '사도적 권고'를 작성해 배포하게 된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확실성이라는 방어벽에 갇혀 있지 말고, (변화를 위해) 서로에게 귀를 기울여야 한다"며 "우리는 이번 여정의 모험에 준비가 됐는가? 아니면 '쓸데없다'거나 '늘상 이런 식으로 해 왔다'는 등의 변명 뒤에 숨은 채 미지의 것을 두려워하고 있는가?"라고 물었다.

이어 "이번 과정이 당면한 현실 세계의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는 '지적 활동'에 그쳐선 안 된다"며 "변화를 두려워하며 '현실 안주의 유혹'에 빠지지 말라"고 했다.

가톨릭계에서는 이번 논의를 통해 교회 내 여성의 역할 확대, 동성애 또는 동성결혼 인정, 사제들의 결혼 허용 등 찬반이 갈리는 이슈 뿐 아니라 빈곤 퇴치, 기후변화 등 폭넓은 주제에 대한 토의가 이뤄질 것으로 보고 있다.

BBC는 "일각에서 이번 작업이 모국어 미사 전면 허용 등을 결정한 1960년대 제2차 바티칸 공의회 후 60년 만에 이뤄지는 가장 과감한 개혁 시도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또 "이번 작업으로 가톨릭교회의 원칙에 갑작스러운 변화를 기대하기 어려울 수 있다"면서도 "평신도의 관심사가 교황청에서 논의되는 것을 허용하는 것만으로도 커다란 변화"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