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법원이 워싱턴 DC에 소재한 성서박물관에 길가메시 서사시의 일부를 묘사한 고대 판본 조각의 반환을 명령했다.
미국 크리스천포스트의 최근 보도에 따르면, 뉴욕 동부지법은 2014년 미국 대형 공예품 회사인 ‘하비라비 스토어’가 구입해 성서박물관에 전시됐던 ‘길가메시 드림 판본(Gilgamesh Dream Tablet)’을 몰수할 것을 명령했다.
길가메시는 고대 메소포타미아 수메르 왕조 초기 시대인 우르크 왕조의 초대 왕이며, 판본은 기원전 2000년대에 그의 신화나 서사시를 기록한 점토판을 말한다.
케네스 A. 폴라이트 주니어 법무부 형사과 보좌관은 “길가메시 드림 판본의 몰수는 미국 미술 시장에서 밀수되는 문화재를 없애기 위한 미 국무부의 지속적인 노력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이 조각은 2003년 미국, 영국, 호주, 스페인, 폴란드가 주축이 된 연합군이 이라크를 침공, 사담 후세인 정권이 붕괴되자 많은 고대 유물들이 도난당하거나 실종될 당시에 이라크에서 입수됐다.
이 유물은 출처 불명인 상태로 여러 차례 판매되다가 2014년 경매장에서 하비로비가 구매한 것으로 전해진다. 2019년 미국 당국은 성서박물관에서 길가메시 판본을 압수했고, 이듬해인 2020년에 유물에 대한 몰수를 청구하는 민원이 접수됐다.
뉴욕 주택 증권 조사소의 피터 피츠휴는 지난해 성명에서 “우리는 이라크 문화 역사의 일부를 되찾게 한 우리의 조사에 자부심을 느낀다”며 “이 희귀한 판본은 이라크에서 약탈되었고 몇 년 후 주요 경매 회사에서 판매되었는데, 출처가 의심스럽고 입증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 수사에 협조한 하비로비 CEO이자 성서박물관 이사장인 스티브 그린도 박물관을 위해 역사적 유물을 수집하는 과정에서 실수가 있었음을 인정했다.
그린은 지난해 성명에서 “2009년 성서박물관에 소장품을 구성할 성경 사본과 유물을 수집하기 시작했을 때, 수집의 세계에 대해 아는 것이 거의 없었다"고 해명했다.
그는 "나를 안내했던 잘못된 사람들을 믿었고, 초기 몇 년 동안 나도 모르게 부도덕한 거래상들과 거래했다는 것이 잘 알려져 있다”며 “제가 부족한 부분 중 하나는 구매한 품목들의 중요성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했다는 것”이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