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어다니는 천사 이야기
김재신 | 비아토르 | 180쪽 | 12,000원
기적이나 천사를 본 적이 있냐고 묻는다면 좀 난감하다. 그런 경험이 전혀 없다고 말하기도, 또 그렇지 않다고 말하기도 그렇다.
믿음은 꼭 어떤 사실을 분명히 보거나 논리적으로 증명돼서 믿는 것은 아니다. 조금은 믿기 힘든 사건이나 상식적으로 이해되기 힘든 사건도 내가 잘 아는 친구나 진실성 있는 사람이 이야기한다면, 우리는 그들의 말을 신뢰할 수 있다. 내가 직접 겪거나 보지 않았어도 말이다.
반면 뉴스나 신문기사는 좀더 사실에 근거하기에 믿을 수 있다고 말한다. 그런데 어떤 뉴스기사가 나면 이것이 증거여서 믿는다고 말하지만, 그것이 가짜뉴스일 수도 있고 어떤 사실의 일부를 과장하거나 왜곡해서 전한 것일 수도 있다.
심지어는 사진이나 동영상도 그렇다. 또 진영 논리에 근거해 문제 있는 자료에 의한 보도나 평론인 경우도 있다. 그런 점에서 믿음은 꼭 논리적이거나 팩트를 정확히 알아서 생기는 것은 아니다.
물론 이것이 믿음이 진실에 기초하지 않아도 된다는 말은 아니고, 설명할 수는 없지만 그렇게 믿어지고 확신이 생긴다는 뜻이다. 특히 하나님을 의뢰해서 살아가는 이들이 그렇다.
그들은 꼭 자신들이 남들보다 더 능력이 있거나 가진 것이 많아서 주의 일을 행해나가는 것이 아니다. 믿음으로 나아갈 때 나의 부족함에도 불구하고 그 결여를 채우시고 도우시는 하나님을 경험하기 때문이다.
이번에 읽은 『걸어다니는 천사 이야기』도 그렇다. 어떻게 보면 세상이란 경쟁사회에서는 아무 짝에도 쓸모없는 사람들 같고, 도저히 세상 스피드를 좇아올 수 없는 사람들이다. 하지만 하나님의 사람들은 세상과는 다른 속도로 살아간다.
이스라엘 백성들이 광야를 지나갈 때도 그렇다. 청장년들과 건강한 사람들의 속도에 맞췄다면 광야는 며칠이 되지 않아 쉽게 다 횡단했을 것이다. 그러나 그들 안에는 노인도 있었고 임산부와 어린 자녀를 데리고 있는 이들도 있었을 것이다. 장애를 가진 이들과 환자도 있었을 것이다.
그들의 움직임과 옮기는 것을 생각한다면, 광야를 거쳐 가는 것은 결코 빠를 수 없었을 것이다. 그래서인지 구름기둥과 불기둥도 마냥 이스라엘 백성을 이끌지만은 않고, 어떤 때에는 몇날 며칠을 한 곳에 머물기도 했던 것도 다 그런 연유 아니었을까?
사실 그런 점에서 교회 공동체는 신앙좋은 사람들이나 건강한 사람들 위주로 운영되어서는 안 된다. 가장 연약한 이들을 위주로 진행해야 한다.
그러나 적지 않은 교회들이 그렇지 못하다. 부흥을 위해, 교회 건축의 효율성을 위해 연약하고 도움이 안되는 이들을 배제하거나 회피하곤 한다.
사실 돌아보면 필자에게도 그런 면이 없지 않아 있었다. 연약한 이들을 나름 신경쓰다 보면, 교회 지도자들에게서 왜 도움 안 되는 이들을 더 자주 심방 가고 시간을 더 쓰느냐고, 이전 교회에서 질책을 듣기도 했었다.
사실 쉽지 않다. 언제나 목소리 높고 비판적이고 교회를 흔드는 이들은 유능하다고 평가받는 이들이기 때문에, 어려움 속에 있는 이들을 좀더 우선적으로 돌보는 일이 쉽지 않다. 그들은 소외되더라도 크게 말할 수도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주님은 약자를 외면하지 않으셨다.
책의 저자는 중증장애인을 돌보는 요셉의 집을 운영하는 사역을 하고 있다. 열악한 환경에서 그들을 위해봉사하고 건물을 지어 나가는 과정 속에서, 가진 것 없는 시설에 역사하시는 하나님, 돕기 위해 불현듯 등장한 천사들의 이야기를 담는다.
사실 이 책에 등장하는 이야기들은 세련되지도, 매끄럽지도 않다. 더구나 약간은 억측 아닐까 하는 이야기도 있을지 모른다. 그렇지만 분명한 것은 하나님은 하나님의 사람들을 사용해 놀라운 일을 행하신다는 사실이다.
이들은 대형교회나 학벌 있는 사역자도 아니기에, 세상에서는 이러한 이들이 있는지, 그러한 사역이 있기는 한건지도 모른다. 일부 세상 교회들은 그들을 버린 지 오래고 잊기도 했다.
하지만 볼품없고 가진 것 없는 하나님의 사람들은 ‘내게 능력 주시는 자’ 안에서 모든 것을 할 수 있곤 하다. 그들에게 은과 금은 없지만,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구름기둥과 불기둥을 보고 만나를 경험한다. 자기들의 능력으로 나아갔던 이스라엘 군사는 패배했지만 주의 능력으로 나아갈 때 여리고는 허물어진다.
필자에게도 그런 경험들이 있곤 하다. 그런 경험에 대해 예수 그리스도를 만났다고도 하고, 천사가 나를 도왔다고도 한다. 그 경험이 있을 때 사람과 교회는 달라진다.
최근 한 달에 한 번씩 설교하러 가게 된 모 장애인 선교단체에서 찬양한 형제는 찬양은 둘째 치고, 대표기도 소리도 제대로 알아들을 수 없다. 하지만 그의 중심을 본다.
몇 년 전 떠난 이전 교회 모 형제가 생각난다. 새벽기도 때 불현듯 전동휠체어를 타고 나타났던 형제는 이후에 교회를 등록하고 섬기고 훈련을 받았다.
필자와 동갑이었던 그 형제는 암 후유증으로 말은 어눌했고 몸은 점점 굳어져 가고 합병증으로 여러 질병을 앓았다. 필자가 그 교회를 나온 뒤에도 여러 번 만나고 돕기도 했는데, 결국 세상을 떠났다. 그 속에서도 주님을 그렇게 사랑했던 형제가 그립다.
우리는 세상적으로 밑지는 장사 같은 사역을 두려워해서는 안 된다. 내 힘으로 하면 효과적일지 모르지만 아마도 천사의 도움은 기대하기 힘들 것이기에….
문양호
크리스찬북뉴스 편집위원
함께만들어가는교회 담임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