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7 정상회의 개최국인 영국의 보리스 존슨 총리가 언론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시편을 인용했다고 미국 크리스천포스트가 14일 보도했다.
영국 매체 ITV의 기자인 로버트 페스턴은 존슨 총리에게 그가 현재 로마 가톨릭 신자인지를 묻자, 총리는 “나는 이런 깊은 문제에 대해 분명 귀하와는 논의하지 않는다”며 대답을 피했다.
기자는 이어 노동당 대표인 키어 스타머 경이 ‘자신은 신을 믿지 않는다’고 한 발언을 전달하자, 총리는 “어리석은 자는 그의 마음에 이르기를 하나님이 없다 하는도다”라는 시편 14편 1절을 인용하는 것으로 답변을 대신했다.
보리스 존슨 총리는 지난달 런던 웨스트민스터 대성당에서 약혼녀 캐리 시먼즈와 깜짝 결혼식을 올리면서 그의 신앙을 두고 영국 내에 비판이 제기됐다.
33세의 정치운동가이자 환경보호론자인 시먼즈는 2020년 4월에 존슨과의 사이에서 태어난 아들 월프레드를 두고 있다.
뉴스위크에 따르면, 이 결혼식은 가톨릭 신부인 다니엘 험프리스가 주례를 맡았으며, 이 신부는 지난해 이 부부의 아들에게 세례를 주었다.
존슨은 두 번을 이혼할 당시에 그가 가톨릭이 아닌 성공회 신자였고, 로마 가톨릭 교회 밖에서의 재혼은 허용된다는 점에서 용인됐다. 반면 그가 이혼과 다혼, 혼외 자녀 출산으로 인해 가톨릭의 교리와 배치된다는 비판 여론도 거세다.
지난달 30일 영국 매체인 ‘가디언’은 “가톨릭 성직자와 신도들은 왜 존슨이 성당에서 결혼할 수 있었는지 묻고 있다”고 보도했다.
워링턴에 위치한 성 조셉 성당의 마크 드류 신부는 BBC와의 인터뷰에서 이혼을 하는 가톨릭 부부들에게 가톨릭 교회에서 재혼을 할 수 없다고 말해야 한다고 밝혔다.
드류 신부는 “옳든 그르든, 그것은 교회가 이중잣대를 적용하는 것처럼 그들에게 보인다”며 “이번 결정이 교회를 나쁘게 보이게 만들까봐 두렵다”고 밝혔다.
가톨릭 잡지 ‘더 타블렛’ 특파원인 크리스토퍼 램은 BBC 라디오 5에 출연, 존슨의 세 번째 결혼이 부자와 권력자를 위한 법과 다른 모든 사람들을 위한 또 다른 법이 있다는 것을 반영한다고 했다.
램은 “왜 이혼한 사람들은 교회에서 결혼하는 것이 허용되고 다른 사람들은 결혼할 수 없느냐는 느낌이 들 것”이라고 말했다.
영국의 고위 당 관계자는 총리의 기독교 신앙과 가톨릭 개종과 관련해 “그의 몸에는 종교적인 뼈대가 없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실제로 존슨의 증조부인 알리 케말 씨는 터키계 이슬람 언론인이자 정치인으로써, 이슬람 경전인 코란 전체를 암송한 것으로 전해진다.
존슨 총리는 이튼 칼리지 재학 당시에 가톨릭 신앙에서 영국 성공회로 개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