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을 대상으로 하는 범죄가 날로 흉악해지고 있다. 그래서인지 여성과 관련한 범죄가 발생하면 언론에서는 마치 대한민국의 모든 남성이 여성들에게 위협적인 존재이며, 한 개인의 일탈로 일어난 범죄 사건에 대해서도 남자라는 이유로 모두가 일말의 미안함과 책임감을 느껴야 할 것처럼 보도한다.
그러나 현실에서 만나는 대부분의 한국 남자들은 매우 선량하다. 가끔은 선량함이 지나쳐 초식남(초식동물처럼 온순하고 섬세함을 지닌 남자를 지칭)이 늘고 있는 건 아닌지 걱정이 될 때도 있다.
필자는 종종 등산을 하는데, 낮에 혼자 산을 오르는 여성들을 가끔 만난다. 그럴 때면 대한민국이 참 좋은 나라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이 세상의 많은 나라에서는 낮이어도 여성들이 혼자 산을 오르는 일을 상상할 수 없다. 너무 위험한 일이기 때문이다.
대한민국은 밤늦게까지 활기차게 움직이는 나라로 유명하다. 그래서인지 꽤 늦은 밤에도 여성들이 혼자 길거리를 다닐 수 있다. 그런 나라 역시 세상에 그리 많지 않다. 그러고 보면 한국이란 사회는 세계적인 기준으로 볼 때 비교적 여성들이 안심하고 생활을 할 수 있는 치안 선진국이다. 아마도 그 이유의 상당 부분은 한국 남자들 대부분이 착하고 신사적인 사람들이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이라는 곳에서 만든 성교육 동영상에서는 남자아이들에게 자신을 '잠재적 가해자'라는 인식을 하도록 유도해 많은 논란이 되고 있다. 남학생에게 만약 자신의 말이나 행동이 여성에게 불쾌감이나 위협을 주었다고 생각되면 자신은 그럴 의도가 없었다는 것을 스스로 증명해야 한다고 하면서, 그것을 남자가 마땅히 감당해야 할 '시민적 의무'라고 가르친다.
건강한 자아 정체성은 아이들의 성장에 밑거름이 되지만, 자신을 '잠재적 가해자' 또는 '잠재적 성범죄자'라고 인식하고 자라는 남자아이들이 과연 건강한 시민이 될 수 있을까? 그리고 자기의 아버지와 형제, 남자 친구들을 모두 잠재적 가해자로 여기며 불안하게 자라나는 여자아이들은 성인인 된 후 남자들을 만나서 건강한 관계를 형성하며 가정을 가꾸어갈 수 있을까?
'성인지 감수성' 교육이라는 이름으로 급진 페미니스트들에 의해 행해지는 이런 비정상적인 사상교육이 대한민국의 남자들뿐 아니라 여자들의 의식도 병들게 하고 불행하게 만들고 있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자라나는 남자아이들에게는 여성을 보호하고 존중하는 훌륭한 매너와 인품을 가진 '신사'가 되는 것이 얼마나 멋지고 가치 있는 일인지, 그리고 여자아이들에게는 피해자 의식에 사로잡혀 불만과 증오를 키우기보다는 신뢰와 사랑으로 함께 살아가는 것이 얼마나 행복한 삶인지에 대해 가르치는 것이다. 이런 교육이 우리 사회의 밝은 미래를 위해 더 필요하고 바람직한 교육이다.
남자와 여자는 모두 소중한 인격체이며, 창조될 때부터 서로 돕고 사랑하며 존중할 것이 요청되는 관계이다. 기독교에서는 '인간은 하나님의 형상으로 창조되었다'고 한다. 우리는 약자를 보호하고 가족을 위해 헌신하며, 국가에 충성하고 불의에 맞서는 용기 있는 남성들의 모습 속에서 거룩하고 신실하신 하나님의 형상을 발견하게 된다. 또한 따뜻함과 돌봄, 아름다움에 대한 감성, 지혜롭고 편협하지 않은 마음가짐을 가진 여성들에게서 은혜롭고 존귀하신 하나님의 형상을 발견하게 된다. 이 두 존재가 서로 보완하면서 온전한 하나님의 형상이 이 땅 가운데 구현되는 것이 얼마나 아름다운 일인지.... 상상만 해도 흐뭇해진다.
오랫동안 우리는 남녀 간에 정의롭지 못한 차별을 했거나, 당했던 경험이 있다. 이는 죄로 물든 세상에서 필연적으로 나타나는 '타락'의 모습이다. 그러나 예수님이 오신 이후 '회복'의 역사는 시작되었고, 이제 21세기의 우리들은 남녀를 불문하고 모두가 인간의 존엄성을 가지고 자신의 개성과 잠재력을 충분히 발휘하는 사회가 바람직하다는 공감대를 충분히 가질 만큼 성숙하고 발전했다.
그 과정에서 많은 훌륭한 선배 여성들의 희생과 그들의 대의에 공감한 남성 동지들의 도움이 있었다. 물론 여전히 우리 사회에는 남녀 간에 이견이 많고 서로가 서로를 차별하고 있다고 여겨지는 요소들도 남아 있지만, 이런 문제들은 함께 머리를 맞대고 해결해야 할 숙제이지 서로를 미워하고 적대시하면서 투쟁으로 풀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그러니 제발 이제 우리, 서로 사랑하자. 어설프고 열등의식에 절어있는 소수의 급진 페미니스트들의 선동에 속지 말고, 우리의 현실 속에서 만나는 진짜 사람들의 얼굴을 보고, 서로 사랑하자.
정소영(미국변호사, 세인트폴 세계관 아카데미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