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신앙은 어디에 있는가(오른쪽)>와 <인생에 대하여>.
<나의 신앙은 어디에 있는가(오른쪽)>와 <인생에 대하여>.

성경에 빌붙은 수많은 전통과 왜곡된 주장 걷어내고
예수님의 가르침 자체 지키려는 생각 잘 드러내보여
사람들 교회에서 멀어지게 하는 교회권력 신랄 비판

나의 신앙은 어디에 있는가
톨스토이 | 홍창배 역 | 바다출판사 | 352쪽 

인생에 대하여
톨스토이 | 이강은 역 | 바다출판사 | 272쪽

"그리스도로부터 주어진 평화의 계명은 단순명료한 것으로, 불화의 모든 경우를 예견하고 그것을 예방하는 것이며, 이 지상에 하나님의 왕국을 계시하는 것이다. 결국 그리스도는 정확히 메시아다."

<나의 신앙은 어디에 있는가>와 <인생에 대하여>는 지난해 10월 발간된 바다출판사의 레프 톨스토이(Lev Nikolayevich Tolstoy, 1828-1910) 서거 110주년 기념 '톨스토이 사상 선집' 중 첫 두 권이다.

서거 110주년을 맞아 2020년부터 여러 미디어에 소개된 <인생독본>을 비롯해 톨스토이 관련 서적들이 다수 출간되는 가운데, 바다출판사의 이 선집은 톨스토이 사후 러시아 모스크바 테라(Teppa)에서 펴낸 100여권의 '톨스토이 전집'을 번역한 정본이다. 특히 <인생에 대하여>는 <인생론>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톨스토이는 <전쟁과 평화>, <안나 카레리나>, <부활> 등을 쓴 소설가로 잘 알려져 있지만, 신앙을 가진 후 <고백록>, <교리신학 연구>, <신의 나라는 네 안에 있다> 등 신앙에 대한 글도 많이 남겼다. 이번 '톨스토이 사상 선집' 중 첫 권이 <나의 신앙은 어디에 있는가>인 점만 봐도 알 수 있다.

1884년 발표한 <나의 신앙은 어디에 있는가>에서 톨스토이는 2천년간 성경 위에 빌붙어 있던 수많은 전통과 그릇되고 왜곡된 주장들을 걷어내고, 예수님의 가르침 그 자체를 지키고자 하는 자신의 생각을 잘 드러내고 있다. 당대 종교 권력과 교회의 가르침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도 담겨 있다.

"비판하지 말고, 정죄하지 말라"는 그리스도의 말씀을, 단순히 개인적 차원을 넘어 '사법부를 제정하지 말고 그 안에서 가까운 이들을 재판하지 말라는 뜻도 의미하는 것 아닐까?'로 발전시킨 것이 대표적이다. 저작권을 포기하고 농민 공동체를 만들었으며 죽기 직전 가출을 감행했던 급진 개혁가·실천가의 면모가 여실히 드러나는 대목이다.

"그리스도는 말한다. 악에 대적하지 말라고. 그런데도 심판의 목적은 곧 악에 대한 저항이다. 그리스도의 지령은 악에게 선을 행하라는 것이다. 그리스도는 말한다. 선한 자와 악한 자를 구별하지 말라고.

그런데 재판관들은 바로 이 판별에만 관심 있다. 그리스도는 말한다. 모든 사람을 용서하라고. 한 번만 용서하는 것이 아니라, 일곱 번만 용서하는 것이 아니라, 무한히 용서하라고. 원수를 사랑하라고. 증오하는 자들에게 선을 행하라고.

그런데도 재판관들은 용서하지 않고, 다만 공공의 적이라고 불리게 된 자들에게 선이 아닌 악을 행할 것을 명령한다. 이러한 생각에서 떠오른 바는 그리스도가 이 재판들을 반드시 금했을 것이라는 점이다."

톨스토이
▲올해 서거 111주년을 맞은 레프 톨스토이.

톨스토이는 "속옷을 가지고자 하면 겉옷까지 내어주라"는 산상수훈 말씀에 대해서도 "그리스도가 모두에게 송사하는 행위 자체를 금한다는 의미"로 발전시킨다. 그는 이에 대해 예수님의 제자들이 쓴 서신과 초대교회 교부들의 가르침까지 동원하면서 자신의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그러면서 직접적으로 이야기하고 있다. "비판하지 마라. 재판에 의해서 형을 선고하지 말라. 심판하지 마라. 사형하지 마라. 사형을 하면 할수록 악은 더 커진다. 악으로 악을 제압할 수 없다. 정죄하지 마라. 그러면 너희가 정죄받지 아니할 것이다. 용서하라. 그리하면 너희가 용서받을 것이다."

이 외에도 산상수훈 중 마태복음 5장 21-48절 내용을 '그리스도의 5계명'이라며 중시하고 있다. 톨스토이는 이를 통해 단순히 한 개인의 평화와 행복이 아니라, 전 세계에서 전쟁과 미움이 사라지는 온 우주적 하나님 나라를 꿈꾸고 있다. "모든 사람들이여, 그리스도의 가르침을 따르라. 그리하면 하나님의 왕국이 이 땅에 있으리라(201쪽)."

<인생에 대하여>도 "새 계명을 너희에게 주노니 서로 사랑하라(요 13:34)"로 시작해 "수고하고 짐진 자들아 모두 내게로 오라. 내가 너희를 편안케 하리라(마 11:28, 톨스토이 번역)"로 끝날 정도로 성경과 예수님의 말씀을 토대로 인생관과 세계관, 생명을 바라보는 확장된 시선 등을 펼치고 있다.

출판사 측은 "<나의 신앙은 어디에 있는가>는 톨스토이의 종교 저술 작업의 사상적 근간이 되는 산문인 동시에, 후기 문학작품들을 해석하는 열쇠"라며 "그리스도의 가르침을 온전히 이해한 정신적 대변환기 이후 재정립한 기독교적 세계관·인간관이 작품에 투영됐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그리스도의 가르침이 내포하는 원래의 뜻은 사라지고 사람들이 편의와 특정한 목적에 따라 첨삭한 가르침이 아니라 기독교의 진정한 가르침이 무엇인지 논증하며, 스스로 변화된 자신의 삶을 고백한다"며 "회심 후 6여년간 신앙과 그리스도의 가르침에 천착한 톨스토이는 사람들을 오히려 교회로부터 멀어지게 하는 교회권력과 사회제도 등을 신랄하게 비판한다"고 소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