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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실 부당한 권력 맞서 종교의 자유와 권위 지키고
사회적 약자들 인권과 사회 정의 위해 헌신한 교부
올바름과 이로움 논의, 사추덕 기독교적 해석 펼쳐

성직자의 의무

암브로시우스 | 최원오 역 | 아카넷 | 657쪽

"탐욕은 치명적입니다. 돈은 그것을 가진 사람은 더럽히고, 갖지 못한 사람에게는 도움이 되지 않는 몹쓸 유혹입니다. 돈이 때로는 도움이 된다고 인정할지라도, 그것은 열악한 상황에서 간절히 바라는 사람에게만 그러합니다(447쪽)."

"과부나 고아가 감당할 수 없는 권력자의 횡포가 터져나올 때 교회의 도움으로 저항하고, 여러분에게는 주님의 계명이 부자의 호의보다 더 가치 있음을 보여준다면, 여러분의 직무는 영광스레 빛날 것입니다(463쪽)."

최근 안산 Y교회 오모 씨와 목회자 자녀들인 정인이 양부모 등 성직자와 그 가족의 일탈이 미디어 등을 통해 계속 터져 나오면서, 목회자(성직자) 윤리 재정립이 다시 화두가 되고 있다.

<성직자의 의무>는 밀라노의 주교 암브로시우스(Ambrosius, 344-397)가 쓴, 성직자들과 그리스도인들을 위한 '첫 윤리 교과서'다. 저자는 황실의 부당한 권력에 맞서 종교의 자유와 권위를 지키고, 사회적 약자들의 인권과 사회 정의를 위해 헌신한 교부로, 이러한 내용의 책을 쓰는데 최적화된 인물이다.

책에서는 시작부터 끝까지 올바름(honestum, 義)과 이로움(utile, 利)에 대한 논의가 이어진다. 이 책의 논의를 이어받아, 아우구스티누스(Augustinus, 354-430)가 올바름과 이로움을 '향유(frui)와 이용(uti)' 개념으로 '토착화'했다고 한다.

특히 "이로움(utilitas)이란 금전적 이익을 계산하는 것이 아니라 사도가 말하는 바와 같이 신심을 지니는 일"이며, "이로운 것은 또한 의로우므로", 저자는 "우리를 구원하신 그리스도를 섬기는 것은 의롭다"고 정리한다. "올바른 것은 이롭고, 이로운 것은 올바르며, 이로운 것은 의롭고, 의로운 것은 이롭다는 것이 분명합니다(349쪽)."

1권 올바름(Liber Primvs), 2권 이로움(Liber Secvndvs), 3권 올바름과 이로움의 상충(Liber Tertivs) 순으로 구성돼 있으며, 이는 키케로(Cicero, B.C. 106-43)의 <의무론>을 그대로 따랐지만, 성경에서 구한 다양한 소재로 '그리스도교 윤리'를 새롭게 정립하고 있다.

특히 키케로가 <의무론>에서 제시한 예지(叡智, prudentia), 정의(正義, justitia), 용기(勇氣, fortitudo), 절제(節德, temperantia) 등 가장 중요한 네 가지 덕을 의미하는 사추덕(四樞德)을 기독교적으로 해석했다.

암브로시우스
▲밀라노 주교 암브로시우스.

저자는 아브라함이 외아들 이삭을 바치라고 요구했을 때 했던 행위 안에 이 사추덕이 모두 들어있었다고 해석한다. 하나님을 믿고 자식에 대한 애정을 창조자의 명령보다 앞세우지 않았고(지혜), 받은 것을 되돌려드리려 했으며(정의), 이성으로 욕구를 붙들어 맸고(용기), 이삭이 무슨 일인지 물을 때 흔들렸지만 굴복하지 않았다(절제).

이 외에도 밑줄 그을 문장들이 많다. "성경은 지혜의 잔치입니다. 성경 각 권은 각각의 요리들입니다. 어떤 접시의 요리를 가져갈지 먼저 생각한 다음 손을 뻗치십시오. 그리하여 그대가 읽는 것이나 그대의 주 하나님께 얻는 가르침을 행동으로 실천하고, 그대에게 베풀어주신 은총을 의무를 다해 갚으십시오(227쪽)."

"그리스도인은 다른 사람을 자기보다 앞세우고, 결코 자만하지 않으며, 자신에게 어떤 영광도 돌리지 않고, 자신의 공로에 보상을 주장하지 않는 사람입니다. 그대는 왜 다른 사람의 이익을 빼앗기보다 오히려 손실을 견디는 데 더 친숙하지 않습니까? ... 올바름과 추악함은 어울릴 수 없습니다(501쪽)."

"마음이 깨끗하고 진실해야 합니다. 저마다 단순한 말을 하고, 자기 몸을 거룩하게 지녀야 하며, 속이는 말로 형제를 잘못 이끌지 말아야 합니다. 올바르지 않은 것은 그 무엇도 약속하지 말고, 약속했더라도 추악한 짓을 하는 것보다 약속을 지키지 않는 편이 더 견딜 만합니다(549쪽)."

원제는 <의무론(De officiis)>으로, 비단 성직자들뿐 아니라 모든 그리스도인들에게 해당되는 내용이라고도 할 수 있다. 교부 시대에 <의무론>으로 불리다, 17세기 말 프랑스 성 마우루스 수도원 베네딕도회 편집자들이 이 작품을 <성직자의 의무(De officiis ministrorum)>으로 출간하면서 오늘에 이르렀다.

이 책은 아우구스티누스를 비롯해 대 그레고리우스(Gregory Ⅰ the Great, 540-604), 세비야의 이시도루스(Isidoro de Sevilla, 560?-636), 12세기 클레르보의 베르나르두스(Bernardus Claraevallensis, 1090-1153), 토마스 아퀴나스(Thomas Aquinas, 1225-1274) 등 많은 교부와 중세 신학자들에게 영향을 끼쳤다.

한국연구재단총서 학술명저번역 625권으로, 라틴어 원문과 함께 수록돼 있다. 책에는 해제와 저자 암브로시우스의 연보, 저술 목록, 키케로 <의무론>과의 대조표, 관련 성경구절 등으로 도움을 주고 있다. 저자 암브로시우스는 히에로니무스(Hieronymus, 347-420), 아우구스티누스, 대 그레고리우스와 더불어 서방 교회 4대 교부로 불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