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들레헴은 예루살렘과 더불어 기독교 역사에서 가장 중요한 성지입니다. 매년 성탄절 전후로 베들레헴은 신비한 장소로 묘사됩니다. 예수님이 태어난 마구간도. 아기 예수를 처음으로 만난 양치기들도, 목자들이 천사 가브리엘을 만난 언덕도, 동방박사들을 인도했던 별들도 모두 아름답게 그려집니다. 물론 베들레헴이 현재의 모습은 그리 아름답지 않습니다.
베들레헴이 예수님의 출생지고 기독교의 성지이지만 현실은 전형적인 아랍 도시입니다. 현재 기독교인들은 도시 인구의 20%내외가 거주합니다. 그런데 베들레헴은 기독교 성지 순례자들을 대상으로 한 관광산업이 도시 경제를 좌우합니다. 이런 점에서 베들레헴의 최대 라이벌이 이슬람이라고 하는 것이 아이러니입니다. 물론 예루살렘에도 기독교 신자가 희귀합니다. 두 도시가 예수 팔이 장사를 하는 관광지입니다.
현재 베들레헴은 예루살렘에서 약 10여 킬로미터 떨어져 있는 작은 도시입니다. 베들레헴은 해발 770여 미터 산지에 있습니다. 베들레헴(히브리어:בית לחם)이라는 말은 히브리어로 집을 의미하는 'Beth'와 빵, 떡, 등의 의미를 가진'Lehem'이 합쳐져 "떡집 혹은 빵집"이란 뜻입니다.
베들레헴의 역사는 꽤 오래되었습니다. 창세기에서 이미 등장합니다. 야곱이 베냐민을 출산하다가 죽은 라헬을 장사한 곳(창35:19)입니다. 베들레헴은 에브랏(창35:19, 48:7, 미5:2)으로 불리기도 했습니다. 베들레헴은 룻기의 나오미와 보아스의 고향이기며 그 후손 다윗의 고향이기도 했습니다. 사사 시대에는 미가의 집 제사장의 고향도 베들레헴이며, 에브라임 지방의 한 레위인의 첩의 고향도 베들레헴입니다. 역대하에서는 솔로몬의 아들 르호보암이 견고한 성읍을 건축한 곳이기도 합니다.
베들레헴은 1948년 제1차 중동 전쟁의 결과 요르단이 점령하였으나, 1967년에 6일 전쟁의 결과 이스라엘이 점령했습니다. 오슬로 평화 협정에 따라 1995년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 자치정부에 도시의 통치권을 넘겨주고, 그 해 12월 21일 군대를 철수했습니다. 베들레헴 인구는 2만 5천 명 가량인데 지난 2000년간 성지순례 객이 끊이지 않고 찾아 늘 붐비는 도시입니다.
베들레헴이 예수님의 탄생지라는 공적인 확인은 2세기 초대 교회 지도자인 순교자 저스틴(Justin Martyr) 감독입니다. A.D.100년경 사마리아에서 태어난 저스틴은 철학을 공부하며 진리를 찾다가 복음을 접하고 신앙인이 된 사람입니다. 베들레헴 지역에 익숙했던 그가 예수님의 탄생지를 세상에 알렸지만 정작 교회에서는 4세기 이후에 예수님 출생지를 공인합니다.
베들레헴에 있는 예수님 탄생기념 교회(Church of the Nativity)는 동굴 교회입니다. 이 동굴 교회는 콘스탄틴 황제의 어머니 헬레나가 처음 세운 것으로 유명합니다. 원래 이 자리에 기독교 말살을 도모했던 히드리아누스 황제는 기독교를 조롱하고 기독교의 확산을 막기 위해 AD 135년경에 아도니스 신을 위한 신전을 세웠는데, 333년에 교회가 세워졌습니다.
헬레나는 313년에 개종을 한 후 아들 콘스탄틴을 설득해서 기독교를 로마 제국의 종교로 공인하게 했습니다. 325년에 헬레나는 이스라엘에 성지 순례를 하며 세 개의 교회를 세웠습니다. 첫째는 예수님 무덤 장소에, 둘째는 예수님 탄생 장소에, 셋째는 예수님 기도 장소(올리브산)에 지었습니다.
베들레헴은 초대 교회에 신앙 공동체가 발달했던 것 같습니다. 로마 교회 제5대 교황(재위: 100년~107년)인 에바리스토가 베들레헴출신이었습니다. 자료에 의하면 에바리스토 교황은 교황 클레멘스의 뒤를 이어 로마 5대 교황이 됩니다. 그는 안디옥으로 이주하여 활동하다가 교황으로 세움 받지만 베들레헴에서 신자가 되어 안디옥으로 이주했습니다. 짐작하건대 베들레헴에는 상당한 기독교 공동체가 발달하였을 것으로 추정합니다.
예수탄생교회는 로마 카톨릭 교회, 그리스 정교회, 그리고 아르메니아 정교회가 공유합니다. 세 종단이 성당의 소유권과 사용권을 팽팽한 긴장 속에 공유합니다. 탄생교회의 대부분은 그리스 정교회 소속이지만 예수탄생동굴 위의 제단에서 왼쪽은 아르메니아 정교회가 소유하고, 구유동굴 부분인 구유제단과 구유는 가톨릭 소유라고 알려집니다. 이런 소유권 주장이 관광 수입과 결부되어 있어 비릿한 세속의 냄새가 진동합니다.
모든 성지 순례자들은 예수탄생교회에 겸손의 문으로 들어갑니다. 이 문은 높이 1.2m의 작은 문입니다. 누구나 겸손히 무릎을 꿇어야 이문을 통과할 수 있어서 '겸손의 문'이라고 부릅니다. 겸손이 성탄절 정신입니다.
한편 12월 25일 성탄절은 예수님의 탄생일이 아니라 예수님 탄생 기념일입니다. 예수님의 탄생일을 12월 25일로 처음 주장한 사람은 3세기 초 로마의 역사학자 히폴리투스였습니다. 당시는 별로 인정받지 못했습니다. 4세기 중엽, 12월 25일을 성탄절로 정하여 전통을 지키고 있습니다.
성탄절의 의미는 베들레헴이나 12월 25일에 있지 않습니다. 성탄절 의미는 구원을 위해 친히 인간이 되시는 굴욕을 당하신 예수님을 영접하고 믿음에 있습니다. 예수님을 믿고 예수님을 따르지 않으면 성탄절이 의미가 없습니다. 성탄절에 예수님을 마음의 말구유에 모셔야 합니다. 마음에 예수님을 모시면 그 마음이 예수님을 닮고, 삶이 예수님을 닮아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