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는 과학 데이터 부인하지 않으면서도
보이는 것들이 전부가 아님도 알려주어야
다음세대, 성경 속 정체성·목적 찾게 해야
1. 고등학교에서 교육되고 있는, 별에서 온 우리?
2015년 개정된 교육과정은 2018년 일부 적용되었고 2020년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전국 고등학교 1학년 학생들의 '공통과학'에 적용되고 있다. 공통과학은 이과나 문과를 구분하지 않고 고등학교 1학년 학생이라면 모두 배워야 하는 과목 중 하나이다.
천재교육 출판사의 고1 공통과학 교과서를 보면, 1단원 첫 시작이 '물질의 생성'이다. 그 첫 문장은 "나는 무엇이었을까?"라는 질문으로 시작하고 있으며, 나를 이루는 물질과 그 기원에 관해 우주의 역사와 연결하는 것을 1단원 1장 교육의 목표로 삼고 있다.
내용을 좀 더 살펴보자. 고등학교 1학년 나이인 16세 학생들에게 16년 전 이 세상에 온 사람으로서 나의 시작을 현생 인류 '호모 사피엔스'의 등장으로 여기는 20만 년 전 나와 연결하도록 하고 있다.
또한 지구의 시작이라고 여기는 45억 년 전 나는 무엇이었는지, 그리고 우주의 나이로 칭하는 138억 년 전 나는 그곳에서 무엇이었는지를 연결하도록 교육하고 있다.
별은 우주의 연금술사이며, 처음 가장 가벼운 수소, 헬륨, 극소량의 리튬에서 중력이 생기며 더 무거운 원자들이 만들어지고 우리에게까지 이르렀다고 구체적으로 가르치고 있다.
하지만 태양은 부피의 92.6%가 수소 원자이며, 약 7%가 헬륨이다. 나머지 0.4% 안에 탄소와 산소가 미미하게 관찰된다고는 하지만, 그 이상의 무거운 원자는 어디까지나 이론적인 가능성일 뿐 관찰된다고 보기 어렵다.
빅뱅도 증명할 수 없는 가설에 불과한데, 교과서에서는 우리 존재의 근원이 빅뱅이며, 우주가 생기고 별이 생겨났을 때 우리를 이루는 물질이 그때도 있었을 것이고, 그것이 우리의 시작이라고 사실처럼 교육되고 있다.
무엇보다 이 내용을 배우는 기독교 신앙의 믿음을 가진 학생들의 정체성은 어떻게 자리잡을까? 고등학교 1학년 공통과학 교과서의 첫 시작에서 교육되는 내용은 사실 이미 오래 전부터 '빅 히스토리(Big History)'라는 문구로 여러 매체를 통해 전해지고 있었다.
세상이 이토록 치밀하게 과학적 가설을 역사적 사실로 가르치고 있는 이 시대에, 우리는 우리의 시작인 하나님에 대해 어떻게 가르치고 믿음을 전승할 수 있을까?
2. 빅 히스토리와 빅 히스토리 교육
'빅 히스토리'는 빅 히스토리 연구소 소장인 데이비드 크리스천(David Christian)에 의해 처음 제시됐다. 2013년 밥 베인(Bob Bain)과 공저로 저술한 그의 책 <빅 히스토리>에서 이를 정의하고 있다.
'빅 히스토리'란 이 세상 모든 것이 어떻게 해서 오늘날과 같이 되었으며, 그 이야기 속에 우리는 어디에 위치해 있고, 그 모든 것들이 어떻게 될 것인지를 설명하는 큰 그림의 역사 이야기라고 말한다.
데이비드 크리스천은 138억 년의 빅 히스토리 타임라인을 제시하며, 빅 히스토리를 세상 모든 것의 기원 이야기를 창조해낸 인류의 오랜 전통과 연계하여 설명한다.
2017년에는 같은 제목으로 두 번째 책을 발간했다. 이 책에서는 대폭발, 별의 탄생, 원소의 생성, 행성의 형성, 생물의 출현, 인간의 진화, 문명의 발달, 산업의 부상이라는 여덟 단계의 '문턱(threshold)'을 기준으로 삼고 있다.
대폭발 이후 우주와 지구, 생명과 인간 사회를 구성하는 수많은 요소와 조건들이 결합하면서 새로운 주체가 등장하는 전환점을 중심으로 '빅 히스토리'가 전개된다고 설명하고 있다.
특히 사업가로서 세계 거장인 빌 게이츠가 1,000만 달러(한화 약 100억 원)를 투자하고, 인생의 3번째 프로젝트(3rd project)라고 부를 정도로 애정을 가지고 빅 히스토리 교육을 확산시키고 있다. 국내에서도 여러 학교에서 이 빅 히스토리 교육을 접목하여 교육하고 있다.
이 빅 히스토리 교육은 이 세상의 모든 지식은 너무 많아서 다 알 수도 없고, 다 알 필요도 없다고 가르친다. 필요한 건 내가 이 삶을 살아가면서 행복하게 살 수 있는데 필요한 지식만 획득하면 된다는 목표 아래, 스스로 능동적인 학습의 주체자가 되는 훈련을 한다고 한다.
깊이 알지 않아도 역사의 큰 그림으로 세상을 보고, 그 안에서 내가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를 찾아가라고 한다. 자세히 알 필요 없이, 빅뱅에서 지금까지의 진화로 이루어진 내가 사실이라고 믿고 자신의 행복을 찾으라는 것이다.
우리는 우리가 만들어낸 우리의 자화상과 우리의 노력으로 행복해질 수 있을까? 최소한 믿음의 자녀들에게 우리는 무엇을 어떻게 가르쳐야 할까? 우리가 놓치고 있는 것은 무엇일까?
▲보이저 2호 발사 모습. ⓒNASA |
3. 우주를 바라보는 과학자들의 세계관
우주를 알고자 하는 노력은 오랜 시간 지속되어 왔다. 우주에서 인류가 가장 멀리까지 가본 곳은 지구와 가장 가까운 달이다.
1969년 7월 20일, 미국의 유인 우주선인 아폴로 11호에 의해 인류는 처음으로 지구 밖의 다른 곳에 발자국을 남겼다. 인류의 엄청난 도약으로 지금까지 회자되고 있다.
사실 아폴로 11호가 안전하게 착륙하고 돌아올 수 있었던 데는 아폴로 1-10호의 역할과 연구가 크게 기여했다. 1978년 12월 22일, 아폴로 8호는 달의 안전한 착륙지를 탐사하는 과제를 갖고 세 명의 승무원이 인류 처음으로 지구 밖에서 지구를 관찰했고, 너무나 아름다운 지구 사진과 영상을 전 세계인들에게 선물하였다.
그리고 12월 24일 우주의 황량함 속에서 지구의 황홀함에 감탄하며 창세기 1장을 낭독함으로서 창조주 하나님을 찬양했다. 이는 전 세계에 생중계되었다.
한편 우주 가장 멀리까지 보낸 무인 우주선인 보이저 1호와 2호는 태양계 행성들을 관찰하는 것을 목표로, 1977년 9월과 8월에 각각 쏘아 올려졌다.
지구 더 멀리에서 지구를 촬영해 보낸 보이저 1호의 지구는 너무도 작은 하얀 점이었다. 이 프로젝트에 참여한 칼 세이건(Carl Sagan) 박사는 1994년 <창백한 푸른 점(The Pale Blue Dot)>이라는 책을 통해 "지구는 광활한 우주에 떠 있는 보잘것없는 존재에 불과함을 사람들에게 가르쳐 주고 싶었다"고 본인의 의견을 가득 피력하였다.
지구는 우주의 중심도 아니고 중요한 곳도 아니기에, 우주 어딘가에 또 다른 생명체가 있을 것이라는 여운을 남기고 있다.
아폴로 8호의 승무원 과학자들이나 칼 세이건은 관찰한 사실을 두고 자신들 믿음의 고백을 하고 있음을 눈여겨봐야 한다. 두 부류의 과학자 모두 과학적 사실을 이야기하기보다, 자신의 믿음의 신념과 세계관으로 바라본 우주를 고백하고 있다.
우리는 우주를 파악하는 데 한계가 있다. 물리적·시간적 한계 안에 관찰된 자료로는 우주를 설명하기에 터무니없이 부족하다. 다만 우리는 믿음의 자녀들에게 무엇을 알려주고 가르쳐야 하는지는 분명해진 것 같다.
4. 결론
하나님이 사랑하심으로 예비하고 부르신 한국의 교회, 한국의 믿음의 1세대가 죽음을 걸고 지켰던 한국교회는 오늘날 커다란 장벽의 위기를 실감하고 있다.
오늘날 한국교회가 경험하고 있는 다음 세대의 위기가 단지 교회학교 수의 감소라는 양적 위기뿐 아니라, 앎과 삶이 분리되고 신앙의 변화와 성숙을 이루지 못하는 무기력한 교육이라는 질적 위기를 맞고 있다.
이 혼란과 위기의 시기에 다음 세대를 세우고 신앙을 전수하기 위해서는 가장 기본인 신앙의 기반을 온전히 다지는 것에서 시작해야 할 것이다.
성경 말씀에서 알려주고 있는 처음과 마지막의 큰 그림, '빅 히스토리'를 제시해 줄 수 있어야 한다. 빅뱅 못지않게 창조의 처음은 과학으로 설명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또한 빅뱅과 같이 믿음이 필요하다.
보이는 데이터를 부인하지 않으면서도, 보이는 전부가 아니라는 것도 알려주어야 한다. 무엇보다 자신을 창조주로 선포하고 있는 성경 말씀을 통해, 자신의 정체성과 삶의 목적과 의미를 찾도록 기성세대부터 알아야 하고 전해주어야 한다.
"이스라엘의 왕인 여호와, 이스라엘의 구원자인 만군의 여호와가 이같이 말하노라 나는 처음이요 나는 마지막이라 나 외에 다른 신이 없느니라 (이사야 44:6)".
오경숙 박사
한국창조과학회 본부장
前 국가핵융합연구소 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