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 25일 별세한 삼성전자 이건희 회장은 "마누라와 자식을 빼고 다 바꾸라"란 말을 한 이후 삼성전자를 세계적인 기업으로 만들었다. 그는 1993년 위기 의식을 강조하기 위해 1,800여 명의 임직원을 상대로 4개월간 열변을 토하며 교육했다고 한다. 그가 직접 쓴 책에는 "92년 여름부터 겨울까지 나는 불면증에 시달렸다. 이대로 가다가는 사업 한두 개를 잃는 것이 아니라 삼성 전체가 사그라질 것 같은 절박한 심정이었다. 그때는 하루 4시간 이상 자본 적이 없다"고 적혀 있다.
93년도 필자는 가족과 함께 미국 버지니아의 리버티 신학대학원에 공부하기 위해 한국을 떠났다. 미국에 도착해서 집을 정한 이후 월마트에 가서 TV를 사려고 하는데 당시 유학생들이 가장 사고싶어하는 것은 소니(SONY) TV였다. 한국에서는 SONY의 유명세만 들었지 삼성, LG 등 국산품 외에는 접하기 어려웠는데 모처럼 외국에 나와서 유학생들은 SONY TV를 사는 분위기였다. 당시 미국 가전 마켓에서 우리의 삼성, LG 등의 제품은 구석에서 먼지를 뒤집어쓰고 있었다. 그런 삼성이 곧 SONY를 따라잡았고 지금은 세계 굴지의 가전 및 반도체 기업이 되었다. 여기에는 이건희 회장의 불면증에 시달릴 정도의 절박함과 위기감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다.
우리의 선교를 돌아본다. 코로나19 팬데믹 현상으로 온 세계가 얼어붙어 있고 교회 성장과 선교도 먹구름이 끼어 있다. 인도와 중국의 경우 이미 2~3년 전부터 선교사들의 비자발적 철수 내지는 추방이 이루어지고 있었다. 코로나19가 장기화 되면서 '포스트 코로나(post corona)'가 아니라 '위드 코로나(with corona)'를 준비해야 할 때이다. 기업가들이 잠을 이루지 못하며 절박한 심정으로 위기를 타개했다면 우리 선교사들은 어떤 각오로 새로운 선교를 준비해야 할 것인가. 우리에게 기업가와 같은 절박함이 필요하다.
역사적으로 선교의 상황이 호락호락한 적은 없었다. 기독교 강대국들이 식민정책을 펼 때도 식민주의자들은 자국의 선교사들에게 호의를 베풀지 않았다. 선교사들을 자기들의 식민정책에 방해되는 세력으로 간주하고 불이익을 주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선교는 여기까지 달려왔다. 지금은 선교의 변곡점에 와 있다. 하나님께서 어떤 뜻이 있어서 우리에게 코로나19와 같은 상황을 주셨는지 알 수 없으나 합력하여 선을 이루시는 하나님의 계획이 있을 것이다. 하늘길이 열리기를 기다리기 전에 절박한 심정으로 하나님께 기도하면서 지금 주어진 상황에서도 할 수 있는 일이 많다.
한 예로 주변의 외국인들에게 전도와 양육을 시도해 볼 수 있다. 지금 한국에는 우리가 보냈던 170여 개 국가의 선교지보다 더 많은 국가의 사람들이 들어와 있다. 많은 외국인 유학생들과 노동자들은 한국말을 제법 구사한다. 한국인을 만나 친구가 되어 한국말을 배우고 싶어 하기도 한다. 친구가 되어주는 것이 선교의 첩경이다. 우리의 선교지는 해외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 가까이에 있다.
이용웅 선교사(열방선교네트워크 대표, 의정부 태국인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