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영향력 있는 복음주의자 크리스토퍼 라이트(Christopher J. H. Wright)의 다니엘서 강해서가 출판됐다. 이번 책에서 그는, 그리스도인들이 타락한 세상을 어떠한 시각으로 바라봐야 할 지에 대해 다니엘서를 가지고 이야기한다.
저자에 따르면, 다니엘서는 이 세상을 "적대적이며 위협적인 문화"라고 본다. 또 세상은 "타락한 인간들이 하나님과 그분의 백성에 맞서 자신들의 반역적인 뜻을 실행하려고 하는" 무대다. 그러나 그런 세상 가운데서도 하나님을 믿는 백성들은 "모든 일을 하나님이 주권적으로 통제하고 계신다"는 믿음을 견지해야 함을, 다니엘서는 강조하고 있다고 말한다.
이 세상이 "타락과 저주의 공간"이라는 판단은, 그리스도인으로 하여금 '어떻게 지상의 왕국에서 살아가는 동시에 하나님 나라의 시민으로서 살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갖게 한다. 구체적으로는 "어떻게 다른 종교의 문화나, 세속적이며 점점 더 이교화되고 있는 서양 문화, 비기독교적 문화 속에서 신앙을 보존할 수 있을까?"라는 물음이다.
이 물음은 저자가 영국의 현실을 보며 떠올리는 물음이기도 하다. 영국에서 그리스도인 교사들은 자신의 신앙에 대한 헌신을 공개적으로 드러낼 경우 '세뇌 교육'이라는 죄목으로 징계를 받게 된다. 빠르게 세속화되고 있는 '성 윤리' 분야에서도 그리스도인들은 목소리를 내기 힘들다. 성경에 어긋난 성 윤리를 지탄하면 불관용적이라고 비난받기 때문이다. 빵집을 운영하는 한 그리스도인 부부는 '동성 결혼을 지지하라'는 문구가 장식된 케이크 판매를 거부하자, 평등에 대한 법 조항을 어겼다는 이유로 법원으로부터 유죄 판결을 받았다고.
다니엘서도 이 문제를 정면으로 다루고 있다. 다니엘과 그의 세 친구는 "다윗의 도성에서 이스라엘 하나님의 정부를 섬기는 일을 하게 될 것"이라고 기대했을 테지만, 정작 그들이 마주한 현실은 "그들이 알고 있는 모든 것으로부터 분리된 채 이교를 믿는 이방인의 적국에서 사는 것"이었다. 그들은 "온통 외국인들, 낯선 문화, 무엇보다도 수많은 신과 우상들에 둘러싸여 살게 되었"다.
그러나 그들은 신앙과 현실 사이의 엄청난 간극에도 불구하고 "믿음의 순수성을 지켜냈"는데, 그 비결은 바로 '하나님의 통치에 대한 믿음'이었다고 저자는 말한다.
다니엘은 "통제를 벗어난 것처럼 보이는 세상에서도 하나님은 여전히 통제하고 계시다"는 믿음을 잃지 않았다. 이에 매일 하루에 세 번 무릎을 꿇고 하나님과 예루살렘에 대해 생각했으며, 자신의 방향성을 항상 올바르게 유지할 수 있었다고.
저자는 다니엘의 이 믿음이 현대를 살아가는 그리스도인들에게도 요청된다고 말한다. 아무리 세상이 어둡고 미래도 없어 보일지라도 "그 또한 주권적인 주 하나님의 손에 달려 있다는 것을 명심"할 때라야만, 이 땅에서 '하나님의 선교'라는 책무를 충실히 감당하며 하나님의 백성답게 살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는 "악이 승리하는 것처럼 보이고 언젠가 그런 악의 세력이 마지막으로 최고조에 이를 테지만 그런 다음 하나님의 권세가 마침내, 그리고 영원히 그것을 파괴할 때가 올 것"이라고 담담히 말한다.
또 인생은 마치 '순례의 길'과 같아서, 이 땅에서는 세상과 부딪히며 힘겹게 신앙을 지켜내야 할지라도 언젠가는 "하나님이 의도하신 대로 우리가 정말로 집으로 삼을 수 있는 세상"에서 살게 되므로, 이 땅에서의 싸움에 휩싸여 절망하지 말라고 격려를 전한다.
크리스토퍼 라이트는 영국 열방기독대학(All Nations Christian College) 학장 및 총장을 역임했으며, 현재 존 스토트가 30여 년간 수행했던 역할을 이어받아 랭엄파트너십인터내셔널(Langham Partnership International) 국제 디렉터로 일하고 있다.
크리스토퍼 라이트의 다니엘서 강해 ㅣ 크리스토퍼 라이트 저, 박세혁 역 ㅣ CUP ㅣ 424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