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복음과 세계종교』는 종교다원주의 사회에서 기독교의 의미를 조명한다. 저자 안점식 교수(아세아연합신학대, 선교학)는 불교, 이슬람, 힌두교 등 세계 주요종교와 기독교를 비교하면서, 기독교의 복음에 인간 구원의 길이 있음을 역설한다.
불교와 관련해, 저자는 기독교와 불교가 본질상 동일하다고 보는 일각의 주장에 반박한다. 기독교의 사상이 불교의 '보살 사상'과 통한다면서 예수를 보살이라고 보거나, 십자가 공로 사상을 '공덕 사상'이라고 이해하려는 등의 시도는 기독교를 충분히 이해하지 못한 결과라는 것.
그는 "세계관을 분석해 보면 대승불교의 보살 사상과 기독교의 대속은 상당한 차이가 있다"며 "대승불교의 중생제도를 굳이 '구원'이라는 개념으로 표현한다고 해도, 보살 사상은 다신론적 구원"이라고 말한다. 기독교처럼 유일한 구원자를 전제하지 않는다는 것. 오히려 불교는 보살이 되는 길은 모두에게 열려 있다고 하면서 '모든 사람이 구원자가 될 수 있는' 논리를 편다.
보살의 공덕 역시, 예수의 십자가 대속과 비교 대상이 될 수 없다. 보살은 '죄의 문제'를 해결해주지 못하기 때문이다. 보살의 공덕은 중생들이 정토에 태어나도록 도와주는 역할에 그칠 따름이지, 인과업보라는 우주적 매커니즘 속에서 악업을 해소하는 것은 중생 스스로 해야 할 일이다.
기독교와 이슬람을 비교하면서는, 기독교의 '하나님'과 이슬람의 '알라'는 속성이 근본적으로 다르다고 말한다. 하나님은 존재론적으로 "인격적인 분"인 반면, 알라는 존재론적으로는 인격적이나 "피조물과 인격적 관계를 맺지 않는다"는 점에서 "비인격적"이다.
하나님은 피조물과 인격적 관계를 맺고, 자신의 형상대로 인간을 창조했으며, 특히 '성자 하나님'에서 인격적인 속성이 극명하게 드러난다. 이와 달리 알라는 존재론적으로는 인격적이기 때문에 자비를 베풀 수 있고 기도의 대상이 될 수 있을지는 몰라도, 기독교에서 말하는 바 "날마다 인격적 교제를 나눌 수 있는 존재는 아니"다. 법정에서 재판관과 피고 모두 존재론적으로 인격적이지만 이 둘이 인격적 관계는 맺지 않는 것과 같다.
'인격적 관계' 여부는 매우 중요한데, 이것을 통해 '구원의 가능성' 여부가 결정되기 때문이다. 기독교의 하나님은 "인간과 관계를 맺으시는 분"이기 때문에 "비록 인간이 죄인이라 하더라도 구원하고자" 하신다. 이에 "하나님이 죄 없는 사람이 되셔서 이 세상에 오시게" 되었으며, 성자 하나님께서 "인간의 죗값을 대신 치르셨"다. 이와 달리 이슬람의 알라에게서는 용서하고 구원하는 신의 모습을 발견할 수 없다.
힌두교와 관련해서는, 힌두교와 기독교의 신관에 확연한 차이가 있다고 말한다. 힌두교의 신은 남신과 여신의 짝으로 되어 있다. 창조신 '브라마'의 파트너는 지식의 여신 '사라스바티', 풍년의 신 '쉬바'의 파트너는 심판의 여신 '칼리'인 식이다. 이에 대해 "성경이 하나님이 그분의 형상대로 남자와 여자를 창조했다고 말하는 것과 반대로, 힌두교는 남자와 여자라는 인간의 형태를 신에게 투영하여 신을 남신과 여신으로 만든다"고 비교하며, 신에게 인간의 형상을 부여한 결과로 힌두교는 "인본주의적 결과"를 맞게 되었다고 말한다. 인간의 욕망이 종교 형태에 투영되어 "풍요와 다산의 기복 신앙, 그리고 성과 관련된 신비주의"를 중시하게 된 것.
저자는 "타종교 안에서도 부분적으로 진리가 발견되고, 이러한 것들에서 그리스도인들은 배울 점이 있"지만, "하나님의 형상으로 지어진 인간들이 갈망하고 추구해 온 것들은 오직 복음 안에서만 진정으로 성취된다"고 말한다.
복음과 세계종교 ㅣ 안점식 ㅣ 죠이북스 ㅣ 331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