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피연·서울시, 감염법 위반·미필적 고의살인 혐의 고발
추미애 장관·이해찬 대표 등 정치권도 "압수수색 해야"
기독교계 "공권력 동원·모든 정보 공개·조직 해체" 촉구
신천지 교주 이만희 씨가 점점 궁지로 몰리고 있다. 지자체와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고발이 이어졌고, 정치권도 가세해 연일 이 교주와 신천지에 대한 사법 당국의 '강제수사'를 촉구하고 있다. 그 동안 꾸준히 '신천지 해산'을 촉구해온 기독교계까지 목소리를 더 높이고 있어 그야말로 전방위 압박이 가해지고 있다.
이 교주는 지난 2일 전격 기자회견을 자청해 국민들 앞에 무릎을 꿇고 사죄했지만 "잘잘못을 따질 때가 아니"라거나 기자들을 향해 "조용히 하자"며 호통을 치는 등의 모습을 보여 국민적 분노를 더욱 자극했다. 이 기자회견을 두고 "쇼 아니냐"는 반응까지 나왔다. 최근 한 여론조사에선 응답자의 86%가 '신천지 압수수색'에 찬성한 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코로나19 사태 후 이 교주를 가장 먼저 고발한 곳은 전국신천지피해자연대(전피연)였다. 이들은 지난달 27일 대검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가진 뒤 곧바로 고발장을 검찰에 접수했다. 당시 전피연은 고발장에서 "숨겨진 장소와 신도들에 대한 실체가 드러나지 않으면 이번 코로나19의 확산을 막을 수 없다"며 "검찰은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기 위해 신천지 본부 등에 대한 압수수색을 단행해야 한다"고 했었다.
이후 대검은 이례적으로 고발장 접수 당일 사건을 수원지검 형사6부에 배당하고 이튿날 고발인 조사까지 마치며 수사 의지를 보였지만, 전피연은 5일 추가 고발장을 제출해 검찰의 강제수사를 다시 촉구할 예정이다. 전피연 관계자는 "더 늦기 전에 정부가 강제권을 발동해 정확한 실태를 파악하는 게 급선무"라며 "이런 조치를 취할 경우 우려되는 점보다 그렇게 하지 않아 오는 피해가 훨신 더 클 것"이라고 했다.
이후 지자체의 고발도 이어졌다. 서울시는 지난 1일 신천지 교주 이만희 씨를 비롯해 12개 지파장들을 미필적 고의로 인한 살인죄, 상해죄 및 '감염병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다. 박원순 시장은 "신천지교 이만희 총회장과 12개 지파장들을 강제수사 해야 감염병을 하루 빨리 수습할 수 있다"고 했다.
부산시는 따로 신천지나 이 교주를 고발하진 않았지만 오거돈 시장은 지난 1일 정례브리핑에서 "(신천지 측이 제출한 신도) 명단의 신뢰성 부분은, 우리 시를 포함해 경기도 등에서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국민 앞에 명확히 밝혀져야 한다"며 정부가 신천지 과천본부를 압수수색해 줄 것을 요청했다.
정치권도 연일 강제수사를 촉구하고 있다. 최근 법무부 추미애 장관은 "당국의 역학조사를 방해하거나 거부하는 등 불법행위가 있으면 압수수색 등으로 강제수사로 강력하게 대처하라"고 일선 검찰청에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4일 국회 대정부질문에서도 같은 취지로 발언했다.
이해찬 대표를 비롯한 더불어민주당 의원들도 여기에 힘을 싣고 있다. 이 대표는 4일 최고위원회의 모두발언에서 "신천지 교단 이만희 총회장의 인터뷰를 봤다. 진정성이 전혀 느껴지지 않고 방역 현장에서도 중요 신도 명단과 시설 위치를 감추고 있다는 의혹이 계속 되고 있다. 이런 비협조는 코로나19 대응 전선에 어려움이 많다"며 검찰의 강제수사를 촉구했다.
기독교계도 신천지와 이 교주를 압박하고 있다. 한국교회총연합(한교총)은 4일 발표한 성명에서 "이제라도 사회적 피해를 줄이려면, 교주 이만희는 신천지 내부자들의 모든 정보를 사회에 공개하고, 스스로 해체하는 절차를 밟아야 한다"고 했다.
앞서 샬롬나비(상임대표 김영한 박사) 역시 "더 늦기 전에 공권력을 동원해 현재 국내에 30여 만으로 추정되는 신천지 집단을 전수조사해야 한다"며 "그간 인권을 유린당한 신도들과 가출한 청소년들의 실태를 정확히 조사해 법률을 위반하고 사회질서를 해친 것이 드러나면 이들 조직의 해체도 검토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한편 이 교주는 이번 코로나19 사태와 관련되지 않은 문제에 대해서도 경찰의 수사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CBS노컷뉴스는 4일 "경기 과천경찰서는 신천지 교회 자금을 횡령했다는 혐의로 이만희에 대해 수사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며 "이번 수사를 촉발한 고소인은 다름 아닌 '신천지의 2인자'로까지 불렸던 이만희의 전(前) 내연녀 김남희"라고 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