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사는 왜 존재하며, 왜 목회하는가? 아직 목사가 되기 전의 신학생이라면 이 문제를 놓고 치열하게 고민할 테지만, 이미 목사가 된 이들에게 이런 고민은 시간 낭비로 여겨질 지 모르겠다. 신간 『목자의 마음』은 목회자들이 '목회하는 이유'를 다시 생각해볼 수 있도록 도와주는 책이다.
저자 최영기 목사는 지난 2012년, 20년간 담임하던 교회를 은퇴했다. 그가 목회를 시작하게 된 계기는 꽤 드라마틱하다.
원래 그는 공학도였다. 서울대 전자과를 졸업하고, 오하이오 주립대학에서 박사논문을 준비하던 중, 한 전도대원이 길에서 나눠 준 신약성경을 호기심으로 읽다가 비로소 예수님을 만나게 되었다. 그때부터 대학원에서 기도모임, 성경공부를 열며 평신도 사역에 열정을 바쳤다. 실리콘 밸리에 소재한 배리언(VARIAN) 사에서 직장생활을 할 때에는, 청소년들을 위한 범교회적 성경공부 모임을 조직했고, 섬기던 교회에서 장년주일학교를 조직해 7개로 시작한 소그룹을 32개까지 성장시키기도 했다. 그러던 중 목회자로 부름을 받고, 41살의 뒤늦은 나이에 골든게이트 침례신학원에 입학해 신학석사 학위를 받았다. 이후 휴스턴 서울교회의 담임목사로 부임해 20년간 사역했다.
휴스턴 교회에서 그의 꿈은 '신약적인 가정교회'를 만드는 것이었다. 이에 전통적인 목회자 심방 형태의 '구역조직'을, 평신도 목양 공동체인 '가정교회'로 바꾸는 혁신을 이루었다. 1993년 23개로 시작한 가정교회가, 은퇴하던 때에는 180개로 늘어났다. 주일예배 장년 출석인원도 120명에서 1,000명으로 성장을 이뤘다. 새신자 대부분이 불신자여서 더욱 의미있는 성장이었다.
최영기 목사는 목사가 '소명' 때문에 존재한다고 말한다. 소명은 "하나님으로부터 오는" 사명이다. 그것은 신비한 방법을 통해 소명자에게 전달되기도 하지만, 보통은 평범한 방법을 통해 전달된다고. 진짜 소명인지를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이 몇 가지 있다. "첫째, 하나님의 필요가 보이는가? 둘째, 하나님의 필요를 채우고 싶은 강한 욕구가 있는가? 셋째, 하나님의 필요를 채울 수 있는 은사를 갖고 있는가?" 그는 소명의 처음도 끝도 '하나님의 필요'여야 한다고 강조한다.
또 소명자의 마음은 '이미 다 된 곳'이 아니라 '새로운 곳'에 가 있어야 한다. 그는 "남의 눈에 뜨이지 않는 사역이 눈에 뜨이고, 남이 가고 싶어 하지 않는 곳이 가고 싶어진다면 소명을 받을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라고 말한다.
목사가 목회를 하는 이유는, 성경대로 살 수 있도록 성도들을 이끌어주기 위해서다. 그는 '성경대로'가 중요하다고 말한다. 이에 대해, "대부분의 성도들은 성경 말씀에 순종한다. 오늘날 교회에 불순종이 판을 치고 목사에 대한 존경심이 사라진 것은 교인들에게도 문제가 있겠지만, 목사에게 책임이 있다"며 "성공주의, 물질주의, 권위주의 등 세상적인 가치관을 그대로 도입하여 목회를 하니 지각이 있는 성도라면 쉽게 순종할 수 없다. 성경에 기초한 목회를 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는 '가정교회'를 성경에 기초한 교회의 모델로서 제시한다. 그가 말하는 가정교회란, 평신도가 지도자가 되는 것을 특징으로 하는 교회다. 평신도 리더를 필두로 가정집에서 6~12명이 매주 한 번 이상씩 모여 교회의 본질적인 기능인 예배, 교육, 교제, 전도와 선교를 수행하는 공동체를 교회에서 운영한다. 이 모델은 "예배 중심의 수동적인 신앙생활과, 가르쳐서만 제자를 만들려는 성경공부 중심의 제자 훈련에서 탈피"하여, 불신자를 전도하고 그들에게 섬김의 삶을 보여주기 위해 적합하며, 그 근거는 신약에 나타난 초대교회에 있다고 말한다.
그는 가정교회 모델에 대해 "현재로서는 신약교회를 대표하는 최선의 원리라고 생각되지만, 수십 년이 지난 후 신약교회를 더 잘 대표할 수 있는 원리가 성경에서 발견되면 그 시스템을 과감히 버릴 수 있어야 한다"며 목회 소신을 밝힌다.
최영기 목사는 현재 국제가정교회사역원에서 활동하며 목회자 재교육에 힘쓰고 있다.
목자의 마음 ㅣ 최영기 ㅣ 두란노 ㅣ 552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