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움의 기쁨이 가득한 2020년 새해가 얼마 지나지 않아 훼드럴웨이 제일장로교회 3대 담임 최병걸 목사가 은퇴를 선언했다. 올해 61세로 목회 후반을 충분히 사역할 수 있는 나이라 지역 목회자들에게 적잖은 충격과 궁금증을 안겨줬다.
최병걸 목사로부터 조기 은퇴에 대한 이유를 들어봤다. 그는 조기 은퇴하는 이유로 '차세대 신앙 전수'를 꼽았다. 고령화되는 한인 이민교회를 바라보면서 손을 놓고 고민만 하기보다는 리더십 교체를 통해 젊은 층이 모이는 교회를 이루기 위한 자구책이라고 했다. 또 건강하게, 아무 문제없이, 하나님만 의지하며 은퇴할 수 있어서 감사하다고 했다.이하는 일문 일답.
- 조기 은퇴 선언이 갑작스럽다는 분위기다.
"은퇴 소식을 들은 분들에게는 갑작스럽게 들렸을지 몰라도 개인적으로는 작년 초부터 당회와는 작년 후반부터 함께 의논하고 준비해 왔다."
-은퇴에 따른 여러 의문을 제기하는 이들도 있다.
"조금은 이른 나이에 은퇴를 선언하니 주변에서 세 가지를 가장 많이 물어보더라. 첫째는 '건강에 이상이 있는가?' 둘째는 '교회에 무슨 일이 있는가?' 셋째는 '은퇴 이후를 미리 준비해두었는가?'이다. 그런데 이 세 가지 모두 은퇴와 전혀 무관하다. 이런 말들을 들으면 처음에는 조금 황당했지만 다시 생각해보니 이런 말들 속에 하나님의 크신 은혜가 숨겨져 있었다. 그래서 하나님께 세 가지 제목으로 감사를 드렸다. 건강하게 은퇴할 수 있게 하신 것, 아무런 문제없이 은퇴할 수 있게 하신 것, 세상적인 준비가 아니라 여전히 하나님을 의지하면서 은퇴할 수 있게 하신 것, 이 세 가지가 은퇴를 하면서 하나님께 감사하는 부분이다."
-은퇴를 결심하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
제일장로교회는 하나님의 은혜 가운데 이민 사회에서는 보기 드물게 두 교회가 통합한 이후 아름다운 성장을 이룬 교회다. 제일장로교회를 통해 2세 교회가 든든히 새워져서 독립을 이룬 일도 참 자랑스러운 일이다. 그런데 교회는 성장하는데 그 안에 한어권 젊은 층이 엷어지는 것은 느꼈다. 이민사회가 고령화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해도 젊은층이 든든하지 못하면 교회의 미래가 사라질 수밖에 없음을 보게 됐다. '어떻게 하면 젊은이들을 교회로 이끌 수 있을까?'를 두고 기도하다가 가장 먼저 얻은 기도의 응답이 '리더가 젊어야 한다'는 것이다. 항간에는 '리더만 젊으면 자동적으로 젊은 층이 모이느냐'고 회의적인 입장을 보이는 분들도 있지만 일단 '리더가 젊어야 젊은층이 모일 수 있다'는 결론을 내리고 교회의 앞날을 위해 은퇴하기로 결심했다.
-후임 선택 과정은 어떻게 진행됐나?
"일반적으로 후임 청빙 과정은 청빙위원회를 구성하고 광고를 내면 지원자들이 지원서를 내고 그 가운데서 몇 명을 추려서 설교를 들어본 후 교인들이 투표를 한다. 그러나 이번 청빙은 기존의 방식과는 조금 다르게 했습니다. 청빙위원회에서 여러 후보자들을 동시에 천거하지 말고 한 사람씩 천거해서 천거된 사람이 공동의회를 통과하면 거기서 청빙을 멈추자고 제안을 했다. 왜냐하면 여러 후보자를 동시에 천거해 결정하는 과정에서 교회가 어려움을 당하는 모습을 봤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 감사한 부분이 당회가 나를 믿고 후임을 천거해달라고 부탁한 부분이다. 이번 청빙절차가 다른 교회들에 참고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후임 이민규 목사와 친분이 있었나?
"이민규 목사와는 같은 교단 소속이라는 것 외에 서로 잘 알지 못하는 사이였다. 교단 주소록에 나와 있는 교단 목사님들을 일일이 찾아보고 분석하는 가운데 찾게 됐다. 담임하는 교회 홈페이지에 들어가서 설교를 들어보고, 목회방향도 찾아보고, 교회와 맞는지도 연구해본 후 얻어진 결과다. 청빙위원회에 보고했더니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니 내가 직접 찾아가서 면접을 하고 오라고 해서 알라바마까지 찾아가 면접을 하고, 그 결과를 두고 청빙위원들이 심도 있게 토론한 후 청빙위원회와 당회에서 만장일치로 후보자로 결정했고, 공동의회에서도 압도적인 지지를 얻어 후임으로 청빙하게 됐다."
-후임 결정한 후 위임기간을 갖지 않는 이유는?
"일반적으로 전임 목사와 후임 목사가 오랜 기간을 함께 있으면 교회가 혼란에 빠질 수밖에 없다. 후임 목사가 전임 목사의 눈치를 보지 않고 소신껏 일할 수 있는 기회를 주기 위해 미리 인수인계 사항을 준비해서 넘겨준 후 곧장 은퇴하기로 결심했다."
-은퇴 후의 계획은 무엇인가?
"목사는 항존직이라고 해서 '평생 목사로 살아가야 한다'고 말하지만 개인적으로 목사 은퇴는 목사라는 직분을 내려놓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목사가 목사로 살지 않으면 도대체 누구로 살려고 하느냐고 반문하시는 분들도 있을 것이다. 목사보다 더 어렵고 힘든 일이 있는데 그것은 바로 성도로, 그리스도인으로 사는 일이다. 목사 은퇴 후에는 성도로, 그리스도인으로 살아가려고 한다. 성도는 하나님께서 책임지시는 하나님의 자녀라는 말이다. 그리스도인은 예수 그리스도에게 속한 사람이라는 말이니 주님께서 제 삶을 책임지시리라 믿고 남은 후반기를 살아가려고 한다."
-후임 이민규 목사에게 바라는 점이 있다면?
"하나님께서 모세가 죽은 후 여호수아에게 하신 말씀으로 대신하고 싶다. "강하고 담대하라! 이 율법책을 네 입에서 떠나지 말게 하며 주야로 그것을 묵상하여 그 안에 기록된 대로 다 지켜 행하라 그리하면 네 길이 평탄하게 될 것이며 네가 형통하리라"(수 1:8) 마지막으로 이민교회에 전하고 싶은 말은 이민교회가 더 이상 세대와의 차이를 극복하지 못하면 이민교회는 더 큰 어려움에 처할 수 있다. 세대 차이를 극복할 수 있는 가장 빠른 길은 보다 젊은이들이 교회의 리더가 되어야 교회를 더 건강하게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한다. 철저히 말씀 안에서 한국적인 문화의 특색을 살리면서 다문화와 소통하는 교회가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