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에는 ‘질그릇’에 관한 비유가 여럿 나온다. 그 중에서도 많은 크리스천들이 즐겨 암송하고 사랑하는 말씀이 고린도후서 4장 7절 ‘우리가 이 보배를 질그릇에 가졌으니 이는 심히 큰 능력은 하나님께 있고 우리에게 있지 아니함을 알게 하려 함이라’라는 말씀이 아닐까? 애틀랜타중앙장로교회(담임 한병철 목사) 2층 한 켠에, 질그릇처럼 수수한 인생이지만 그리스도라는 보배를 담고자 찬찬히 빚어 가시는 하나님의 심정을 담아 그릇을 빚는 곳을 찾았다. 바로 ‘문희 세라믹스’ 대표 김문희 작가다.
한국에서 도저(조각) 공예를 전공하고 일하다 주재원인 남편을 따라 애틀랜타에 왔다 정착하게 됐다. 숨가쁜 이민생활과 아이들 뒷바라지 때문에 자신의 재능은 잠시 묻어 둘 수밖에 없었지만 차고 한켠에서 여전히 이것 저것 만들고, 미국인이 하는 스튜디오에서 찾아 일주일에 두 번씩 배우면서 공동작품활동도 하는 등 예술적 갈증을 조금씩 채우고 있었다. 오랜 기도제목 중 하나가 아이들이 대학을 가면 자신만의 스튜디오(공방)을 갖는 것이었는데, 마침 교회가 이전하고 2층에 빈 공간이 있다는 것을 알고 목사님과 당회에 요청드렸을 때 흔쾌히 사용을 허락받았다고 한다. 스튜디오에는 작품 전시 및 판매와 함께 물레와 가마를 갖추고 있어 소수정원의 클래스를 열고 있으며, 둘루스 지역 허진스 아트센터(Hudgens art center) 출장강의도 계속하고 있다.
“사실 나이가 들어 전공과 다른 부분에 도전한다는 것이 쉽지는 않았어요. 나만의 색깔(스타일)을 찾아야 한다는 조급함이 들다가도 진흙을 만지다 보면 마음이 다시 평안해지고 생각이 정리되면서 혼자 있는 시간을 즐기게 돼요. 오랫동안 정말 하고 싶었고, 또 평생할 일이라면 주변의 이야기나 시류에 휩쓸리기 보다는 제 내면에 있는 걸 끌어내보는게 진짜 제 색깔을 찾는 빠른 길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2년에 한번씩 벅해드에 스와코치갤러리에서 쇼도 하는데, 전 나름대로 모던하게 만들었다고 생각하는데 사람들은 굉장히 동양적이라고 하더라고요. 어릴 때부터 보고 자란 한국의 항아리라던지, 도자기, 그릇 등의 선이나 색깔이 의도하지 않아도 표현되는 것 같아요.”
스튜디오는 그녀의 성장과정을 담은 듯하다. 실험적인 작품부터 실용적인 작품들, 무채색의 무심한 듯 시크한 작품부터 화려한 색깔과 터치가 들어가 눈을 즐겁게 하는 작품들, 아주 작은 종지같은 작품부터 푸근한 항아리를 닮은 작품들, 한치의 오차도 없는 정형의 작품들부터 실수했나 싶을 정도로 좌우가 비대칭인 작품들….그릇뿐 아니라 다양한 장식품과 악세사리도 진흙으로 만들 수 있다는 감탄을 자아내는 작품들이 즐비했다.
한 쪽에 자리잡은 ‘성찬기’는 이를 대하는 이들의 마음 속 호수에 하나님과 자신의 관계에 대한 질문을 던지며 잔잔한 물결을 일으키는 듯하다. 중앙장로교회에도 성찬기 세트를 헌물하기도 했고, 종종 손주 돌을 기념해서 혹은 자녀 결혼을 기념해 그릇 세트를 만들어 달라거나 교회 헌물할 수 있는 성찬기 주문이 들어오기도 한다.
“30-40대 여성들이 주로 관심을 갖고 클래스에 오시는데, 다들 비슷하게 말해요. 흙을 만지면서 마음이 좀 안정되고 치유되는 것 같다고요. 처음에 가르쳐주는 건 곧잘 하는데, 뭔가 자신을 표현해 보라고 하면 망설이고, 뭘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어려워하기도 해요. 저도 그랬지만 누구의 아내로서 혹은 엄마로서, 어디 회사의 직원으로서가 아니라 온전히 자신에 집중하는 시간이 없어서 그런 것 같아요. 그래도 꾸준히 하면서 점점 자신을 풀어 낸다고 할까요? 내가 흙을 만지지만 흙이 나를 만지는 듯한 그런 시간이 되고 있어요.” 클래스에 대해 물었을 때 돌아온 답변이다.
하나님께서도 비록 진흙같이 보잘 것없어 스스로 가치를 두지 못하는 우리를 정성껏 빚으시고, 때로는 가마같이 뜨거운 고난도 이기게 하시며 단단하지만 아름다운 보배를 담는 그릇으로 만들고 계시지 않을까? 인터뷰를 마치고 문희 세라믹스를 나서며 마음 가득 담긴 따스함에 미소가 스쳤다.
작품 구매과 클래스에 대한 문의는 전화404 7174518, 인스타그램에서 ‘moonheekimceramics’ 혹은 페이스북에서 ‘Moon Hee Kim’을 검색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