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쉽게 읽으려는 마음을 바꾸라
2. 다른 책 두 권을 먼저 읽으라
3. 미국식? 적용 앞서 이해하라
팀 켈러 목사(Tim Keller)는 '21세기의 C. S. 루이스'로 불리며 뉴욕 맨해튼 한복판에서 도시 목회의 가능성을 새롭게 불러일으키고 있으며, 그의 책은 현재 한국 기독교계에서 가장 많이 읽히고 있다.
그러나 '팀 켈러 목사의 책 읽기가 어렵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이에 팀 켈러 목사 저서 읽기 모임을 이끌며 강의도 하고 있는 고상섭 목사(그 사랑교회)가 그에 답했다.
고상섭 목사는 "팀 켈러의 책이 어렵다는 이야기를 많이 듣는다. 어렵다는 이야기와 함께 많이 들은 말은 '미국식'이라는 말"이라며 "미국에 맞도록 설교한 것이기 때문에, 한국적 상황과 맞지 않다는 이야기도 많이 들었다. 어렵고 미국적이라 우리 상황에 맞지 않다는 이야기는 모두 수긍이 가는 말이기도 하다. 그러나 그 말을 수긍한다는 전제 하에 첨언을 조금 덧 붙이고 싶을 때가 있다"고 2일 SNS를 통해 밝혔다.
고 목사는 "팀 켈러 목사의 책은 가독성 있게 쉽게 읽히는 책은 아니다. 논증을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논리적 흐름을 따라서 읽어야 하는 책이라, 벤치에 앉아서 책장을 넘기듯 읽어서는 무슨 말인지 잘 모르고, 읽어도 아무것도 남지 않을 수도 있다"고 인정했다.
그러면서 "특히 <팀 켈러, 하나님을 말하다> ,<팀 켈러의 답이 되는 기독교> 같은 책들은 변증을 다루는 책이기 때문에 더 어렵게 느껴질 수도 있다. 설교집의 경우에도 단순히 성경을 강해하는 것이 아니라, 그리스도 중심적으로 설교를 하고 복음적 적용이 있기 때문에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책들"이라며 "좋아하는 문장이나 쳅터에 은혜를 받을 수는 있지만, 전체를 이해하기는 어려울 수도 있다"고 전했다.
그는 "성경공부를 위해 집필된 <당신을 위한 ...> 시리즈는 성경을 펼쳐보면서 공부를 해야 진면목을 발견할 수 있는 책이라, 단순히 그 책만 읽어서는 전체를 파악하지 못하고 읽을 확률이 높다"며 "그래서 그나마 일반 사람들이 쉽게 접할 수 있는 책으로 <팀 켈러의 탕부 하나님> <팀 켈러의 방탕한 선지자> <예수를 만나다>, <팀 켈러의 왕의 십자가> 정도를 꼽을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후 세 가지를 이야기했다. 먼저 "팀 켈러의 책을 가독성 있게 쉽게 읽으려는 마음을 좀 바꾸어야 한다"고 했다.
고상섭 목사는 "청년사역을 하면서 자주 듣는 질문 중 한 가지가 '성경이 어렵다'는 말이다. 영어도 잘하는 사람들에게, 왜 한글로 기록된 성경이 어렵게 느껴지는 것일까"라며 "영어는 단어를 모르면 사전을 찾고 문법을 공부하지만, 성경을 읽을 때는 모르는 단어에 대해 성경사전을 찾지 않고, 모르는 문맥들은 그냥 지나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고 목사는 "성경이 어려운 이유는 한글을 읽지 못한다는 뜻이 아니라, 내용이 무슨 뜻인지 잘 모르겠다는 말일 것"이라며 "주석을 찾고 목회자에게 묻고 사전을 찾는 과정이 필요하다. 단순히 가독성 있게 통톡 정도의 시간투자로 성경을 이해하려 하기에, 어렵게 느껴질 때가 많은 것 같다"고 말했다.
또 "팀 켈러의 책은 반복해서 읽고 공부해야 하는 책이다. 그가 어떤 논리적 순서를 밟는지를 따라서 읽어가면, 전제주의 변증 방식을 어떻게 설교 안에 녹여내는지를 확인할 수 있고, 포스터모던 시대 설교의 방식에 대해서도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다"며 "어렵다는 이유로 버리기에는 너무나 많은 목회적 지혜들이 담겨 있는 책들"이라고 강조했다.
두 번째로는 "<개혁 신앙의 정수(에드워드 피셔, 부흥과개혁사)>와 <온전한 그리스도(싱클레어 퍼거슨, 디모데)>를 먼저 읽고 팀 켈러의 책을 읽는 것이 도움이 된다"고 주장했다.
고 목사는 "팀 켈러의 설교를 많이 듣거나 본 사람들은 대부분 공통적인 이야기를 한다. 그의 설교에서 동일한 패턴이 바로 복음을 이야기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것을 신선한 방식으로 전달하기 때문에, 지루하지 않고 새롭게 다가오는 것"이라며 "그 복음을 전달하는 방식과 복음의 이해가 <온전한 그리스도>에서 말하는 복음의 이해와 일맥상통한다"고 했다.
그는 "<팀 켈러의 탕부 하나님>뿐 아니라 <팀 켈러의 방탕한 선지자> 같은 책들은 본문과 예화까지 고스란히 <온전한 그리스도>의 내용들이 들어있다"며 "그 책들을 보지 않아도 은혜를 누리고 팀 켈러의 복음을 깨달을 수 있지만, <온전한 그리스도>와 <개혁 신앙의 정수>를 보고 나서 다시 팀 켈러의 책을 보면, 이전에 보이지 않았던 '복음의 패턴'들이 더욱 선명하게 드러나는 경험을 하게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팀 켈러 목사의 저서들. |
세 번째로 '미국식'이라는 말에 대해 "100% 동의가 되면서도 100% 동의가 되지 않기도 하는 말"이라고 주장했다.
고상섭 목사는 "사실 모든 외국 저자들의 책은 다 외국식이다. 성경도 유대식이다. 그래서 성경을 공부할 때 당시 배경도 이해하고, 그 배경 안에서 이뤄지는 원리를 이해해서 그 원리를 오늘의 문화 속에 적용해야 한다"며 "미국식이라 우리나라 실정에 맞지 않은 것은 팀 켈러뿐 아니라 많은 외국 저자들의 책들이 그럴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고 목사는 "물론 미국 예화나 들어보지 못한 미국의 사회과학 서적들을 통해 논증하는 부분들은 부분 발췌이고 번역도 매끄럽지 않아서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들도 있다. 그러나 모든 부분이 다 그런 것은 아니고, 쉽게 이해되는 부분도 많다"며 "미국식은 미국인이라 당연할 것이고, 우리는 미국 안에서 그가 논증하고 사역하는 과정을 잘 이해하고 그 원리들을 파악해서, 오늘 우리에게 적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어 "그래서 내게 적용할 것을 미리 찾게 되면, 이해가 더 어려워질 수 있다"며 "먼저는 저자가 무슨 말을 하는지를 선명하게 이해하는데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 적용은 잘 이해하고 난 다음에 이루어지는 것"이라고 밝혔다.
고상섭 목사는 "모티머 애들러는 <독서의 기술>에서, 분석적 독서를 통해 저자의 말이 무슨 말인지 명확하게 이해하고 난 다음 자신의 찬성과 반대를 제시하라고 말했다"며 "우리는 팀 켈러를 잘 이해하지 못한 상황에서, 너무 빨리 자신의 견해를 가지고 찬성 또는 반대하는 경향이 강한 것 같다"고 전했다.
그는 "또 한 가지 팀 켈러를 변호해 본다면, 그는 다양한 청중들을 염두에두고 설교하는 스타일이다. 논증을 위한 예화도, 적용을 위한 예화들도 준비할 만큼 철저한 스타일"이라며 "<예수를 만나다>에서 오종향 목사님의 서문을 보면, 그의 설교를 들은 초등학교 6학년 아이가 'He is so clear'라고 말하는 대목이 나온다. 콜롬비아 경영대학원을 다니는 자신도 팀 켈러의 표현과 방식이 조금 어려웠는데, 어떻게 초등학생이 그의 설교를 좋아하는 것일까"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영어의 차이라고 말할 수도 있지만, 팀 켈러 설교의 포용성 때문이라고 생각한다"며 "팀 켈러는 <팀 켈러의 일과 영성>에서 전문적인 직업을 가진 사람들은 '...게 생각할 것이다', 그리고 전문적인 직업이 아닌 사람들은 '...게 생각할 것이다'로 나눠서 다른 관점을 한 설교 안에 담아낼 때가 있다"고 예를 들었다.
그는 "초등학교 6학년 아이는 팀 켈러 설교의 모든 논증을 다 이해하지 못했을 수도 있지만, 자신의 눈높이에 맞는 이해를 늘 가지게 됐을 것"이라며 "팀 켈러는 사회과학 서적과 철학적 논증으로 설명하기도 하지만, '나니아 연대기'와 영화나 잡지 등의 예화를 통해서도 동일한 것을 설명한다"고 했다.
고 목사는 "그래서 그의 설교는 한 번 듣고 모든 것을 다 이해하는 설교가 아니라 원리와 동기를 제시하는 설교이기 때문에, 몇 번을 들어도 새로운 깨달음을 주는 설교"라며 "팀 켈러의 설교는 정말 공부를 많이 한 사람들이 들어도 충분히 납득이 가고, 초등학생이 들어도 납득이 가는 방식의 설교이다. 두 마리 토끼를 다 잡기 때문에, 어떤 부분은 내가 이해하기 어렵기도 하고, 어떤 부분은 쉽기도 하다"고 분석했다.
더불어 "혹시 좋아하는 목사님의 설교가 몇 년 지나서 별로 좋아지지 않는 경우가 있지 않은가? 저도 과거에 열광했던 목사님인데, 지금 전혀 듣지 않는 설교자들도 있다"며 "청중의 수준이 높아진 것도 있고 마음의 교만도 있을 수 있지만, 설교자의 설교 패턴과 내용이 늘 동일하기 때문일 수도 있을 것"이라고 했다.
고상섭 목사는 "좋은 요리사는 고객의 입맛에 맞추는 사람이 아니다. 그러면 늘 좋아하는 것을 해주어야 할 것"이라며 "훌륭한 요리사는 고객의 입맛을 건강한 식단으로 한 발 앞서 유도할 수 있어야 한다. 너무 앞서가면 건강하지만 먹지 않을 것이고, 너무 뒤쳐지면 먹긴 하지만 건강해지지 않을 것이다. 고객보다 반 발 앞서 고객의 입맛을 선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고 목사는 "저는 팀 켈러의 책들을 읽으면서, 조금씩 여러 가지 방면에서 성장하는 것을 느낄 때가 있다. 문화에 대해, 사람에 대해, 세상의 정의에 대해, 직업과 삶의 통합에 대해"라며 "처음엔 생소했다. 그러나 조금 어렵지만 나를 선도해가는 팀 켈러 덕분에 더 많은 영역이 확대되는 것 같다"고 고백했다.
또 "설교는 중학생에게도 이해돼야 한다는 이야기가 있다. 그러나 그 말이 설교가 중학생 수준이 돼야 한다는 말은 아닐 것"이라며 "팀 켈러는 단순히 은혜를 끼치는 설교자가 아니다. 목회 원리와 설교 원리, 논증 방식등 더 깊은 원리를 알게해 준다. 그런 것을 덮어두고 표면만 이야기했다면, 쉽지만 우리가 배우지 못했을 것"이라고 했다.
고 목사는 "그런 원리를 가르쳐 주는 책 치고는 쉬운 편이다. 반틸의 <변증학>을 몇 번 읽었는데, 도무지 이해하기 쉽지 않았다. 그런데 팀 켈러의 책을 읽고 나서 반틸을 읽으니, 이전보다는 더 쉽게 읽을 수 있었다"며 "아무도 가르쳐 주지 않는 논증의 방식, 인간에 대한 이해, 문화 속에 흐르는 내러티브의 실체 등을 드러내주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반복해서 읽어야 하고, 공부하듯 읽는 것이 좋다. 팀 켈러를 좋아하는 이유는 읽을수록 엄청난 진액이 계속 흘러나오기 때문"이라며 "제 수준을 넓혀주고 깊이를 더해주는 귀한 책들이다. 운동은 힘들다. 그러나 건강한 체력을 가져다 준다. 팀 켈러의 책은 그런 PT(개인 트레이닝) 같은 책"이라고 글을 맺었다.
고상섭 목사는 지난 6월 20일에도 '팀 켈러 책이 어렵다는 질문'을 많이 받는다며 "팀 켈러는 매일 'Daily Keller' 라는 페이스북 페이지를 통해 주옥 같은 문장들을 올리고 있다"며 "그것을 분류해서 자료로 정리만 해도, 설교 대지가 될 수도 있고, 많은 인사이트를 주는 자료가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그는 "팀 켈러를 열심히 연구하거나 공부했던 것은 아니다"면서도 "단지 좋아하기에 반복해서 관련 서적들을 읽었다. 나름 방법이라면 소제목을 따로 분류해 카테고리를 먼저 만들어서 공부하는 편"이라고 소개했다.
이와 관련, 최근 본지 칼럼에서 김도인 목사(아트설교연구원)는 "팀 켈러 목사는 성경 해석과 세상을 바라보는 상황에 대한 통찰력이 남달랐고, 글을 쓸 때 신학적·성경적으로 쓰는 대신 일상에서 끌고 온 것이 놀라웠다"면서도 "듣는 입장에서 내용이 좋지만, 읽는 입장에서는 글이 어렵다. 팀 켈러 목사가 읽혀지는 글쓰기를 하지 않거나, 미국과 한국의 정황이 다르다고밖에 설명할 수 없다"고 밝힌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