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렵고 심오한 풀이 대신, 모든 말씀 쉽게 풀어줘

신학도 성(性)도 초월해 모두를 끌어안고 싶어해
주석, 신학·주장 대신 하나님과 음성 있는 그대로 

'박윤선 목사님의 기도와 말씀과 온유와 겸손의 영성을 염원하며'라는 주제로 김명혁 목사(한복협 명예회장, 강변교회 원로)와 박병식 목사(송파제일교회 원로)가 16일 오전 서울 강변교회(담임 이수환 목사)에서 대담 후, 김철영 목사(세계성시화운동본부 사무총장) 사회로 토론을 진행했다. 다음은 토론 주요 내용.

-박윤선 목사님의 신앙과 영성, 유산에 관한 말씀을 잘 들었습니다. 박병석 목사님은 박 목사님께 직접 수업을 들으셨는데, 가장 기억에 남는 가르침이 있으신지요.

박병석 목사: 박윤선 목사님이 1963년부터 총신대에서 강의하셨는데, 저도 졸업할 때까지 목사님 강의를 들었습니다.

목사님의 가르침은 단순했습니다. 어려운 말씀, 심오한 말씀을 하실 수 있었지만, 모든 말씀을 쉽게 풀어 주셨습니다. 그것이 아직도 마음에 남아 있습니다.

-박윤선 목사님은 한국 개혁신학의 거장으로 불리는데, 아까 김 목사님은 박 목사님이 '개혁신학'을 강조하지 않으셨다고 하셨습니다.

박병석 목사: 의도적으로 '칼빈주의'라는 말 대신 '개혁주의'라고 하신 분입니다. 합동신학교가 개교할 때 일부에서 '개혁신학교'로 하자고 했지만, 박윤선 목사님이 오히려 반대하셨습니다. 우리가 할 수 없이 나눠졌지만, 다시 합동 측으로 돌아가서 하나 되어야 한다는 이유였습니다. 꽤 순수하신 분이셨지요.

-박윤선 목사님이 한국교회 신학교 난립과 교단 분열상에 대해 언급하신 적이 있으신지요.

김명혁 목사: 박윤선 목사님은 하나님께 붙잡혀서, 하나님만 아셨던 분입니다. 굳이 '개혁주의', '칼빈주의'를 강조하시진 않았습니다. 그저 기도와 말씀에 진력하시면서 하나님께 붙잡혀 은혜를 받으며 살아야 한다고 하셨습니다.

예수님께서 죄인을 부르러 왔다고 하신 것처럼, 신학도 성(性)도 초월해서 모두를 끌어안고 싶어하셨습니다. 그래서 주선애 교수님을 초청해 1년간 강의를 들은 것입니다.

가족과 친척을 위해 먼저 기도하지 않으셨습니다. 그래서 가족과 친척들이 약간 배신감을 느낄 정도였습니다. 가족들이 그런 배신감을 표현하는 것도 아주 나쁜 일은 아니라고 봅니다. 솔직한 일이지요. 박 목사님이 너무 수준이 높고 우리와 달랐기 때문입니다.

박병석 목사: 이만열 장로님이 한국교회 분열에 대해 말씀하시면서, 박 목사님께 '가시는 곳마다 교단이 나눠진다'고 하셨습니다. 그때 박 목사님은 한 말씀도 변명하지 않고 듣고만 계셨다고 합니다.

나중에 말씀을 들어보니, '싸우는 것보단 나눠지는 게 낫다'고 하셨습니다. 싸우는 것은 하나님 뜻이 아니라는 것이지요. 그러면서도 '개혁신학교'라는 이름 대신 '합동신학교'로 하자고 하신 분입니다. 다시 합해야 한다는 강한 마음의 부담이 있었던 것입니다. 하지만, 어쩔 수 없이 나눠진 것에 대해선 변명하지 않으셨습니다.

김명혁 박병석 2019년 5월
▲토론이 진행되고 있다. 왼쪽부터 김철영 목사, 김명혁 목사, 박병석 목사. ⓒ이대웅 기자

-아무래도 가정보다는 신학에 몰두하셨지요. 디모데전서 3장 5절에는 '사람이 자기 집을 다스릴 줄 알지 못하면 어찌 하나님의 교회를 돌보리요'라고 하셨는데요.

박병석 목사: 박 목사님이 네덜란드에서 사모님이 돌아가신 뒤 귀국하셨습니다. 자녀들 앞에서 눈물 흘리며 아내에게 너무 소홀했다고 사과하셨습니다. 그런 말씀을 자주 하셨다고 합니다. 마음은 사랑하지만, 하나님 사랑을 앞세우다 보니 가족·친척들에 대한 그런 표현들을 쓴 것이겠지요.

김명혁 목사: 손양원 목사님이 '애양원 환자들을 부모보다, 처자보다, 나보다 더 사랑하게 하시옵소서'라고 기도하셨습니다. 이것과 통하지 않을까 합니다. 디모데전서 말씀도 있지만, 예수님도 당신을 위해 부모나 자식을 버리라는 말씀을 하신 적이 있습니다(마 19:29). 하지만 너무 강하고 세기보다 순수한 마음으로 하셨기에 감동을 받는 것입니다.

-박윤선 목사님은 한국 최고의 성경 주석가로 불립니다. '박윤선 성경 66권 주석'의 핵심 키워드는 무엇인가요.

김명혁 목사: 말씀을 읽을 때마다 무슨 신학이다 주장이다 그런 것이 없었습니다. 단순하게 말씀을 있는 그대로 받아 해석했습니다. 거기에는 신학과 주장이 없는 것이지요. 하나님과 예수님 음성을 그대로 받고자 했습니다.

박병석 목사: 코넬리우스 반틸 같은 분들에게서 신학을 배우셨지만, 그보다 웨스트민스터 신학교 메이첸 학장님이 평생 독신으로 살면서 성경 연구에만 몰두하는 모습을 배우신 것 같습니다.

-우리가 계승해야 할 박윤선 목사님의 유산은 무엇일까요.

김명혁 목사: '하나님께 미치는 것'입니다. 사도 바울이 예수님에게 미쳤던 것처럼, 박 목사님이야말로 하나님께 미치고 기도와 말씀에 미친 분이셨습니다.

그러면서도 교단을 초월해서 모두를 품었습니다. 가족들뿐 아니라 모두를 위해 기도했던 폭넓고 따뜻하고 부드러운 분이십니다. 저도 모두를 끌어안는 박 목사님의 모습을 배우고 싶습니다. 그렇게 단순하고 소박하신 분이 어디 있을까요. 한경직 목사님도 그렇게 부드럽고 착하고 따뜻한 분이셨지요.

박병석 목사: 돌아가시기 한 달 전 교역자 수련회 때도 간이 다 녹은 상태에서 강의하셨습니다. 주변에서 말렸지만, 본인이 버텼습니다. 강의 후 한참을 안 보여서 찾으러 다녔는데, 그 몸으로 산에서 기도하고 계셨습니다.

김명혁 목사: 자기 생명을 돌보지 않고 마지막까지 그렇게 헌신하신 분입니다. 마지막 병원에서도 산에 가서 기도하고 싶다고 1주일간 계속 말씀하셨습니다.

박윤선
▲김명혁 목사와 함께한 박윤선 목사.

-이단 사이비가 늘어나고, 재림주를 자처하는 교주도 많습니다. 포용적이라고 말씀하셨지만, 바른 신학을 지키려면 어느 정도 선은 필요하지 않을까요.

박병석 목사: '박윤선 목사님의 가르침을... 하고 이야기하면 요즘 젊은 세대들은 받아들이지 않습니다. 합동신대 뒷동산에 당신의 무덤이 있지만, 그의 주석을 읽지 않습니다.

1880년대까지 칼빈의 설교집이 45권 있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 시대에 그의 설교집이 필요한가 하면서 팔아버렸다고 합니다. 그래서 지금까지 열 몇 권만 회수할 수 있었고, 칼빈은 오늘날 신학자로서만 알려지고 있습니다.

이런 글들을 읽지 않기 때문에 이단들이 나올 때도 각자 나름대로 해석하며 따라갑니다. 연합기관들도 받을 수 없는 곳을 받게 되면 여러 문제들이 생겨납니다. 기준이 없어져 버린 시대 같습니다.

-김명혁 목사님이 이 시대에 박윤선 목사님을 가장 닮은 분 아닐까요. 마지막으로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김명혁 목사: 히브리서 11장을 읽어야 합니다. 왜 11장에서 신앙의 선배님들에 대해 한 장 가득 써놓고 12장에서 '그러므로 예수를 바라보라'고 했겠습니까? 그렇게 귀한 선배님들이 세상에 없기 때문입니다.

그런 분들을 바라보면서, 저도 부족하지만 세상 유행을 지나치게 따르지 않고자 합니다. 예수님부터 사도 바울, 폴리캅부터 시작되는 신앙의 선배님들을 바라보고 배우는 것이 중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