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남침례회 총장 J.D 그리어(J.D. Greear) 목사는 최근 자신의 블로그에 우울증에 관한 글을 남겼다.
J.D. 그리어 목사는 '기독교인들이여, 당신의 우울증은 사실이다. 하나님의 인도하심도 사실이다'라는 제목의 글에서 영국 남극횡단 탐험대 대장이었던 어니스트 섀클턴(Ernest Shackleton)의 이야기를 먼저 꺼냈다.
섀클턴은 탐험대원들과 함께 인듀어런스 호를 타고 남극으로 떠났다. 그러나 얼음으로 배가 부서지고, 대원들은 바다표범과 펭귄, 홍차 밖에 없는 엘리펀트 섬에 표류하게 되었다. 섀클턴은 대원들과 함께 구조대를 만나기 위한 항해에 나서는데 결과적으로 조난을 당한지 643일 만인 1916년 8월 30일 전원이 무사히 구조되는데 성공한다.
그리어 목사는 "당시 영하의 날씨도 힘들었지만, 가장 좋지 않았던 것은 날씨가 아니라 어둠이었다. 남극은 5월 중순이면 해가 져서 8월까지 떠오르지 않는다. 이를 경험한 이들은 남극의 밤처럼 외롭고 황량한 것은 없다고 말한다"고 설명했다.
"여호와의 분노의 매로 말미암아 고난당한 자는 나로다 나를 이끌어 어둠 안에서 걸어가게 하시고 빛 안에서 걸어가지 못하게 하셨으며 종일토록 손을 들어 자주자주 나를 치시는도다 나의 살과 가죽을 쇠하게 하시며 나의 뼈들을 꺾으셨고 고통과 수고를 쌓아 나를 에우셨으며 나를 어둠 속에 살게 하시기를 죽은지 오랜 자 같게 하셨도다 나를 둘러싸서 나가지 못하게 하시고 내 사슬을 무겁게 하셨으며 내가 부르짖어 도움을 구하나 내 기도를 물리치시며"(예레미야애가 3:1~8)
그리어 목사는 "지금 예레미야 선지자는 빛도 소망도 없다고 느끼고 있다. 아마도 당신은 하나님께서 듣고 계시지 않은 것처럼 느껴질 수 있다. 심지어, '하나님은 이렇게 끔찍한 상황의 뒷편에 계십니까? 최소한 이를 막아주시지도 않습니다'라고 생각할 수 있다"고 말했다.
"주께서 내 심령이 평강에서 멀리 떠나게 하시니 내가 복을 내어버렸음이여 스스로 이르기를 나의 힘과 여호와께 대한 내 소망이 끊어졌다 하였도다 내 고초와 재난 곧 쑥과 담즙을 기억하소서 내 마음이 그것을 기억하고 내가 낙심이되오나"(예레미야애가 3:17~20)
그리어 목사는 "이 구절을 보면서 이것이 성경인가? 왜 저자는 이를 삭제하지 않았을까 생각했다. 예레미야는 하나님의 선지지였다. 그는 최선의 상태가 아님에도 이같은 기도의 내용을 지우지 않고 그대로 남겼다. 하나님께 감사드린다. 다윗의 시편은 더 긍정적이고 우리에게 용기를 준다. 사망의 음침한 골짜기를 다닐찌라도 해를 두려워하지 않으며, 원수의 목전에서 상을 베푸시고, 하나님의 기름부음과 인도하심이 있다. 사람들은 이러한 내용을 좋아한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하나님께서는 우울하고 대부분의 사람들이 기억하지 않는 예레미야 선지자의 기도를 성경에서 지우지 않으셨다. 하나님은 어둠 속에서 고통받는 이들의 감정을 당신도 느끼고 있음을 우리가 알길 원하신다"면서 "예레미야와 같이 하나님을 향한 감정을 드러내도 된다. 이같은 표현이 온전하지는 않다 해도 정직한 것이다. 당신의 삶 속에서, 고통 속에서 하나님께서 하시는 일을 알 수 없고 이해할 수 없을 때, 그분 앞에 정직한 모습이 되는 것도 괜찮다"고 했다.
그러면서 "때로 우리는 교회에서 '슬퍼요? 삶이 힘들어요? 그건 하나님께서 주시는 게 아니에요! 기독교인의 삶의 모든 것은 항상 긍정적이고 도전적이기 때문이에요'라는 말을 듣는다. 그러나 당신이 우울증을 경험하고 있을 때 그러한 격려는 필요하지 않다. 당신에게는 고통 속에서 함께 동행하시는 하나님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또 역사상 위대한 신앙인들도 우울증을 경험했으나 그 가운데 하나님을 더욱 깊이 만날 수 있었다고 전했다.
그는 "많은 신자들이 우울증을 경험하며, 예레미야와 같이 생각을 한다. 그리고 '진실된 기독교인들은 절대 이러한 감정을 느끼지 않아'라고 말하며 이를 눌러왔다. 그러나 예레미야는 진정한 기독교인이었으나, 영혼이 낙담됐다고 고백했다"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찰스 스펄전은 교인들에게 "우울증으로 며칠을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보냈다. 아마도 여기에 있는 누구보다 더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역사상 가장 위대한 설교자였던 그가 사역을 그만둔 이유가 깊은 우울증 때문이라고 여겨지기도 한다. 마틴 루터 역시 매우 깊은 우울증을 겪었다. 심지어 그가 자살할 것을 염려한 아내가 집 안에 있는 모든 칼을 치우기도 했다고. 루터는 "일주일 이상 사망과 지옥의 문에 가까이 있었다"면서 "계속해서 떨었다. 그리스도에 대한 생각을 발견할 수 없었고, 절망과 하나님을 모독하는 생각만 났다"고 말하기도 했다고 한다.
그리어 목사는 "우울한 생각이 당신 혼자만의 것이 아님을 알겠는가? 역사상 가장 위대한 기독교인들 역시 모든 고통과 비극으로부터 구원을 받은 것이 아니다. 그러나 고통과 비극을 통해 하나님의 인도하심을 받았다. 하나님은 당신에게도 동일한 일을 행하시며 동행할 준비가 돼 있으시다"며 우울증으로 고통받는 이들을 위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