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당탕~ 쿵쾅" "샤악~" "휭~" "쿵쾅쿵쾅"... 이게 무슨 소린지 아십니까? 저희 집 첫째가 오늘 출근을 하면서 남긴 소리들입니다. 늦게 일어났는지, 오늘따라 녀석은 요란한 소리들을 남기며 출근을 했습니다. 소리만 들려왔지만 허둥대는 녀석의 모습이 떠올라 웃음이 났습니다. 자다 보니까 느낌이 좀 쎄~했던 것입니다. 그래서 정신이 드는 동시에 자리를 박차고 일어난 녀석은 샤워장으로 달려갔고, 샤워를 대충 마치고는 머리를 말린 후에, 그야말로 대충 옷을 주워 입고는 눈썹을 휘날리며 출근을 했던 것입니다. 시계를 보니7분이 채 걸리지 않았습니다.
"늦은 거야?" 녀석에게 물었습니다. "아니, 시간이 좀 있는데 그냥 내가 정해 놓은 시간에 나가는 거야..." 생각해보면 놀라운 말이 아닐 수 없었습니다. 원래 그런 녀석이 아니었습니다. 5분이 남더라도 그거 다 채우고 나가지, 절대로 먼저 나가는 녀석이 아니었습니다. 그런데 늦은 게 아니라고 하면서도 그렇게 소스라치게 놀라 뛰어 나갔던 것입니다. 바람처럼 사라지는 녀석의 뒷모습을 보면서 이렇게 중얼거렸습니다. "그래, 남의 밥 먹는 일이 쉬운 일이 아니지..."
부모한테 용돈을 받아 쓸 때는 그냥 말만하면 되는 줄 알았습니다. 마치 맡겨 놓은 것이 있는 것처럼 당당하게 달라고 했습니다. 그 돈이 어디서 어떻게 나오는 지, 그런 거 복잡하게 생각하지도 않았습니다. 그렇게 돈을 받아 쓰면서도, 엄마가 일어나라고 깨우면 짜증을 부린 적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하람이는 불과 며칠이 안되어 전혀 새로운 아이가 되어 있었습니다. 사회 생활을 좀 해보니까, 세상이 그렇게 호락호락한 곳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던 것입니다. 열심히 일을 해야 하는 것은 기본이고, 직장 상사나 동료들과 좋은 관계를 유지해야만 어려움 없이 잘 살 수 있는 곳이 세상이란 것을, 불과 입사 몇 주 만에 깨달을 수 있었던 것입니다. 이런 저런 생각에 마음이 짠~ 했습니다. 하나님께 이렇게 기도했습니다. "하람이의 생명 줄을 쥐고 있는 것이 직장 상사가 아니라 하나님이신 것을 알게 하옵소서..."
'직업'을 다른 말로 '생업'이라고 합니다. '살아가기 위해 하는 일'이라는 사전적 의미를 가진 말입니다. 쉽게 말하면, '먹고 살기 위해 하는 일'이라는 뜻입니다. 먹고 살기 위해 하는 일이라는 말은, 그것 없이는 먹고 살 수가 없다는 뜻도 될 것입니다. 그래서 때때로, 자신의 생업을 '생명줄'로 생각하는 사람들을 볼 때가 있습니다. 직장을 잃은 상실감때문에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람을 볼 때가 있고, 더 좋은 생업을 얻기 위해 하나님을 등지는 사람들을 볼 때도 있습니다. 생업을 위해서는 그 어떤 일도 불사하지만, 정작 우리의 생명 줄을 쥐고 계신 하나님께는 예배하는 시간조차 아까워하는 사람들을 볼 때가 많은 것입니다. 기억해야 할 것은 우리의 생명 줄을 쥐고 계신 분이 하나님이시라는 사실입니다. 그것을 기억할 때 비로소, 우리의 '직업'은 '생업'이 아니라 vocation, '천직'이 되고 '소명'이 되는 것입니다. 그 직업을 통해서 우리를 불러주신 하나님의 뜻을 이루는 삶을 살 수가 있는 것입니다. 우리의 생명 줄을 쥐고 계신 하나님께 참된 감사의 예배를 드릴 수 있는 거룩한 주일 되실 수 있기를 축복합니다. 여러분을 사랑합니다. 장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