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의의 사고로 세상을 떠난 고성호 안수집사(49세, 경북 포항, 남)가 자신의 장기와 조직을 기증해 수 명의 생명을 살렸다.
지난 달 22일, 고성호 집사는 집으로 귀가하던 중 교통사고를 당했다. 횡단보도를 건너다 고 집사를 보지 못하고 달려오던 한 차량이 사고를 낸 것. 고 집사는 사고 즉시 병원으로 후송됐지만, 모든 조치에도 불구하고 뇌출혈이 극심해 결국 뇌사 상태에 빠졌다.
고 씨의 뇌사 판정에 아내 김경미 씨는 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에 연락을 취했다. 가족들은 장기기증 절차 및 자세한 내용에 대한 설명을 듣고, 고인의 뜻을 이루어주고자 장기기증을 결정했다.
생전 고성호 집사는 포항제일교회를 출석하며 농아부에서 오랫동안 장애인을 섬기는 사역을 해왔다. 또한 운영하던 학원 학생들과 함께 요양시설에도 정기적으로 봉사활동을 가는 등 어려운 이들을 돕는 일에 앞장서 왔다.
▲생명 나눔 가게에 참여한 고성호 집사(오른쪽)의 생전 모습. ⓒ(재)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 제공 |
특히 고 씨는 평소 "세상을 떠날 때 장기를 꼭 기증하겠다"며 "화장터에서 순식간에 재로 변하기보다는 쓸 수 있는 몸의 일부를 나누어 생명을 살리는 일을 꼭 하고 싶다"는 말을 자주 하곤 했다.
그는 2007년 아내 김경미 씨와 함께 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를 통해 장기기증 희망 등록에 참여한 것을 시작으로, 자신과 아내가 운영하는 영수학원과 피아노학원을 생명 나눔 가게로 등록하는 등 장기기증 홍보활동 및 장기 부전 환자들을 위한 후원에 꾸준히 참여해왔다.
지난 달 28일, 울산대학교병원에서 故 고성호 안수집사의 장기기증이 이루어졌다. 부산대학교양산병원에서 조직까지 기증했다. 고 씨는 뇌사 시 기증할 수 있는 장기를 모두 기증해 9명(심장, 간, 폐 2개, 신장 2개, 췌장, 각막 2개)에게 새 생명을 선물하고 세상과 작별했다.
그리고 2018년의 마지막 날 오전, 고인의 발인이 이루어졌다. 장례식장에는 '세상에 빛을 남긴 고귀한 사랑에 감사드립니다'라는 근조기가 놓여졌다.
유족들은 "장기가 환자들에게 잘 이식되었다는 이야기를 의료진으로부터 전해 듣고, 정말 감사했다"며 "이식을 받은 환자들이 건강하게 살아가기를 기도하겠다"는 뜻을 전했다.
아내 김 씨는 "따뜻했던 남편의 마지막 봉사가 장기기증이 되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