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들이 욕을 하시면 그 욕 듣겠습니다. 여러분들이 모욕을 주셔도 저희는 괜찮습니다. 여러분들이 지나가다가 때리셔도 맞겠습니다. 그런데, 학교는 포기할 수가 없습니다." 이 말은, 약 일 년 전쯤 서울 강서지역 특수학교 설립을 위한 주민 토론회에서 학교 설립을 원하는 한 발달장애아의 어머니가 울면서 호소했던 말입니다. 발언 내내 장내에는 고성과 욕설이 가득했고 결국 주민들은 이들의 호소를 끝까지 외면했습니다.
사람들이 특수학교 건립을 그토록 반대했던 이유는 무엇일까요? 그것은 특수학교 예정 부지에 관해 그 사람들이 가지고 있었던 또 다른 기대 때문이었습니다. 적지 않은 사람들에게 '장애인 학교가 들어서면 집 값이 떨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있었고, 또 그곳 지역구 국회의원이 하필이면 특수학교 건립 예정지로 지목된 공진초등학교에 국립한방의료원을 짓겠다고 공약을 걸었기 때문입니다. 병원이 들어서면 지역 상권이 눈에 띄게 좋아질 것이고, 특수학교가 들어서면 그 반대가 될 것이 뻔했기에 그토록 반대를 했던 것입니다.
마음이 아팠습니다. 특히, 건립을 반대하는 주민들 앞에서 무릎을 꿇고 머리를 조아리던 엄마 아빠들의 눈물을 볼 때 참 마음이 아팠습니다. 장애인 자녀를 둔 것이 죄가 아닐진대, 그들은 자녀들을 위해 무릎을 꿇어야 했습니다. 머리를 조아려야 했습니다. 강서구에 살아서 자녀들을 강서구에 있는 학교에 보내고 싶다고 말했을 뿐인데 그들은 온갖 욕설을 듣고 거절을 당했습니다. 당사자인 발달장애아들이 이 현장을 보았다면 얼마나 마음이 아팠을까요? 얼마나 큰 좌절감이 들었을까요? 그리고 무릎을 꿇은 채 머리를 조아리고 있던 엄마와 아빠가 얼마나 고마웠을까요? 먼 훗날, 자기를 위해 무릎을 꿇었던 엄마와 아빠가 더 이상 세상에 계시지 않게 되었을 때, 얼마나 그 엄마와 아빠가 보고 싶을까요? 자식을 위해 무릎마저 꿇을 수 있는 마음... 그것이 부모의 마음인 것입니다.
성탄의 주일을 맞이하면서 그런 아빠의 마음을 나누고 싶습니다. 왜냐하면, 우리 하나님의 마음이 그런 마음이었기 때문입니다. 아니, 그것보다 훨씬 더 많은 것을 포기하시고 내려놓으신 마음이었습니다. 우리의 마음에 너무나 큰 장애가 있어서 그런 하나님의 마음을 다 깨달아 알지 못하지만, 성탄은 그런 아버지의 사랑을 우리에게 가장 분명하고 확실하게 보여주신 그런 사건이었기 때문입니다. 사랑하는 성도 여러분, 오늘 우리 모두에게 성탄의 기쁨이 넘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그 사랑 때문에 우리 앞에 놓인 모든 어려움들을 이겨낼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비록 지금 당장은, 나를 위해 목숨마저 '꿇으신' 우리의 아빠를 볼 수 없지만, 약속하신 것처럼 이제 곧 우리를 데리러 오실 줄로 믿습니다. 그런 아버지의 사랑을 기억하면서 천국을 사모하시고, 또 오늘 하루, 아니 남은 우리의 인생을 승리하실 수 있기를 축복합니다. 여러분을 사랑합니다. 장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