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은이가 태어났습니다. 기도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지난 수요일 오후 4시 45분, 예은이 아빠가 카톡방에 올리신 메시지입니다. 4시 10분에 태어났으니, 아마도 아이를 낳고 이런 저런 뒤처리를 끝내자 마자 신이 나서 올리신 것 같습니다. 그동안 무거운 몸을 이끌고 주일학교를 섬기신 윤 전도사님 가정에게 고마움을 전하고, 산모와 아이를 위해 함께 기도해주신 교우들께 감사를 드립니다.
병원에서 첫 대면한 예은이의 모습은 눈이 부실 정도로 아름다웠습니다. 빵떡 모자를 쓰고 엄마 품에서 편안하게 잠든 아기의 모습... "천국이 꼭 이런 모습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고통을 무릅쓰고 아이를 낳아준 엄마의 사랑과 그 사랑을 의지하여 가장 평화롭게 잠이 들 수 있는 아이의 믿음이 만나는 곳... 우리에게 이런 믿음이 있다면, 이 세상에서도 천국을 경험하며 살아갈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딸이 둘이 되어 그런지 어깨가 참 무겁습니다..." 아이를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던 아빠의 말이었습니다. 그 무게가 싫다는 말이 아닙니다. 그 만큼 아이를 사랑한다는 말입니다. 그렇지 않습니까? 지고 가야할 삶의 무게가 더 무거워질 것을 알면서도 지고 가는 쪽을 택했다는 말입니다. 부모의 마음이요, 특별히 아버지의 마음이 아닐 수 없습니다. 아버지는 자식이 태어나는 순간부터 자식의 먹거리를 위해 일해야 하는 사람이기 때문입니다. 자식의 생명을 보존하기 위해 자신을 희생하는 것이 아버지이기 때문입니다.
저희 집 첫째가 몇 주 전에 LA로 이사를 했습니다. 다니던 직장에서 사업을 확장하면서 제 아들을 책임자로 세웠었는데, 처음 약속과는 달리 주일에 일할 것을 요구해서 그만둬야만 했습니다. 주일 문제로 회사를 그만둬야 했던 것이 벌써 두 번째, 특히 이번에는 아들이 좋아하는 분야여서 많이 아쉽기도 했지만 그런 결정을 내려준 아들이 내심 고마웠습니다. 떠나는 아들을 앉혀놓고 이렇게 기도했습니다. "하나님, 이 아들과 동행해주십시오. 이 아들을 지켜주십시오..."
"어제 밤 꿈 속에 아빠가 나왔어. 집이 너무 그리워..." 며칠 전 아들에게 이런 문자가 왔습니다. 평소에 이런 말을 잘하지 않는 녀석인데, 눈물이 났습니다. 주일도 잘 지키고 자기 말로는 큐티도 잘 한다고는 하지만, 좀 더 담대하고 간절한 믿음으로 키워주지 못한 것이 미안했습니다. 어깨가 무거워졌습니다. 먹거리를 스스로 해결해야 할 나이가 되어 육신의 아비는 떠났지만, 늘 하나님 아버지 곁에 머물기를 기도했습니다. 제 아들이 육신의 먹거리를 얻기 위해 하나님을 멀리하지 않기를 기도했습니다. 원하는 것을 다 얻어도 하나님의 은혜를 잃어버리면 다 잃어버리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십자가, 그것은 하나님의 마음입니다. 우리의 죄를 바라보시며 무거우셨던 아버지의 마음입니다. 아비가 자식의 먹거리를 위해 힘든 노동을 마다하지 않는 것처럼, 하나님은 우리의 영원한 생명을 위해 십자가를 마다 하지 않으셨던 것입니다. 사랑하는 성도 여러분, 오늘 이 마음이 우리에게 있기를 축복합니다. 이 마음이 총동원주일을 맞이하는 우리에게 있어야 할 줄로 믿습니다. 그것이 우리를 통해 세상으로 흘러가길 원하시는 아버지의 마음이기 때문입니다. 여러분을 사랑합니다. 장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