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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글에서는 우리 크리스천들이 중독의 문제를 종합적으로 이해하기 위한 영적 모델, 선택 모델, 질병 모델 중 마지막 세 번째인 질병 모델을 설명하기 위해, 서론 격으로 중독이 질병의 개념에 적합하게 적용될 수 있음을 알아보았다.

또 중독을 일으키는 신체 기관은 우리의 뇌이며 뇌 중에서도 안쪽에 자리하는 중뇌(midbrain) 보상 체계의 이상으로 중독이 발병하게 된다는 것에 대해 살펴보았다.

이번 글에서는 이제 중독의 질병 모델에 대해 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겠다. 미국 유타주의 의사인 케빈 맥컬리 (Kevin McCauley) 박사는 개인적으로 자신의 중독 문제 때문에 상담을 받아야 했다.

그런데 상담을 받던 맥컬리 박사는 상담가로부터 중독은 질병이란 설명을 듣고 나서, 자신이 생각하기에 중독은 질병이 아니라 선택의 문제라고 생각하는데 상담가가 그렇게 말하는 것에 의문을 품었다. 그래서 중독이 질병인지, 아니면 선택의 문제인지에 대한 해답을 얻기 위해 10년이란 긴 시간 동안 개인적으로 탐구에 나섰 다.

그 결과 맥컬리 박사는 중독이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질병에 해당한다는 결론을 얻게 됐고, 자신의 연구를 잘 정리하여 70분짜리 교육용 다큐멘터리를 제작했다.

'해체된 즐거움: 중독에 대한 개인적 여정(Pleasure Unwoven: A personal journey about addiction)'이란 제목의 다큐멘터리에서, 맥컬리 박사는 중독이 질병에 해당하는 이유를 5가지 이론으로 종합하여 설명을 헸다. 즉, 유전적 취약성, 쾌락 중추의 이상, 학습과 기억의 병리, 스트레스와 신체 적응, 그리고 동기와 선택의 병리를 통해 중독이 발생하기 때문에, 중독은 질병에 해당된다는 것이다.

이제부터 맥컬리 박사가 제시한 '중독의 질병 모델'을 구성하는 5가지 요소들을 하나씩 좀 더 자세히 살펴보며 중독에 대한 이해를 도모하고자 한다.

첫째, 중독은 유전적인 요인으로 인해 발생한다. 어떤 질병에 있어 그 병이 유전적 요소가 있는지를 알아보는 가장 고전적인 방법은 바로 쌍둥이를 연구하는 것이다. 대표적인 예가 1997년에 Kendler등이 발표한 연구 논문인데, 연구자들은 8,935쌍의 스웨덴 남성 쌍둥이들을 대상으로 알콜 중독 유병율을 조사하였다.

놀랍게도 유전자가 50% 일치하는 이란성 쌍둥이의 경우, 쌍둥이 중 한 명이 알콜 중독이 있을 때 다른 쌍둥이 형제도 알콜 중독에 빠지는 비율이 평생 알콜 중독의 유병률보다 거의 2.2배 높았다. 더불어 유전자가 100% 일치하는 일란성 쌍둥이의 경우에는 약 3.7배나 높은 수치를 보였다.

연구자들은 이런 결과를 토대로, 95%의 신뢰수준을 가지고 알콜 중독에 있어 유전의 영향이 54%라고 예측했으며, 가족 안의 환경적 요인은 14%에 불과하다고 예측했다. 심지어 보다 최근 2010년에 이루어진 연구에 의하면, 카페인 섭취에서도 쌍둥이 연구 결과 그 유전성이 36-58%로 예측됐다.

또 VolKow 등의 연구 결과(1999)에 따르면, 우리 뇌의 신경전달물질 중 하나인 도파민 수용체의 레벨에 따라, 중추신경 자극제인 메틸페니데이트(methylphenidate)가 함유된 리탈린(Ritalin)이라는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 치료제를 투여했을 때 호불호가 달라진다고 한다.

즉 유전적 요인에 의해 결정되는 도파민 수용체를 많이 가진 사람은 리탈린을 투여받았을 때 느낌이 좋지 않았다고 보고하는 반면, 적은 레벨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좋은 느낌을 받았다.

그러므로 이 연구 결과를 보면, 유전적으로 어떤 사람은 중독을 일으키는 약물을 접했을 때 굉장히 좋은 느낌을 받아 계속해서 그 약물을 찾게 되지만, 유전 정보가 다른 사람들은 같은 약물이라도 굉장히 싫은 느낌을 갖게 되기 때문에, 중독에 있어 유전적 취약성이 존재함을 알 수가 있다.

그렇다면 기독교적 관점에서 이러한 연구 결과들을 어떻게 해석해야 하는지, 의문이 생길 것이다. 중독이 유전적이라면, 과연 하나님께서 중독에 걸리도록 예정해 놓은 사람들을 창조하신 것일까? 답은 "그렇지 않다"이다.

하나님은 어느 누구도 중독에 걸릴 운명을 지운 채 창조하지 않으셨다. 오히려 하나님은 양으로 생명을 얻게 하고 더 풍성히 얻게 하려고 예수님을 이땅에 보내주신 분이시다(요 10:10). 우리는 위에 소개한 연구에서 일란성 쌍둥이의 경우에도 한쪽 형제가 중독의 문제가 있을 때 다른 형제가 같은 중독을 가질 확률이 54%인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일란성 쌍둥이는 유전자 배열이 정확히 100% 일치하는 경우인데, 유전적인 영향이 절대적이라면 일란성 쌍둥이의 경우 한쪽이 중독자이면 다른 한쪽도 반드시 중독자여야 하는 것이다. 그러나 실상은 54%에 그쳤다.

 

김경준 월드미션 상담 칼럼 중독 질병
▲김경준 월드미션대 교수.

따라서 유전적 취약성이 분명히 존재하지만, 어떤 사람이 중독에 걸리는 것이 그 사람의 유전 정보에 따라 예정된 것이 아님을 알 수 있다. 오히려 유전적인 영향과 함께 다른 복합적인 요인이 작용하고 있음을 독자들은 깨달았을 것이다.

 

이어지는 칼럼을 통해, 유전적 취약성외의 다른 요인들에 대해 계속 살펴보며 중독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혀 보자.

김경준
월드미션대학교 기독교상담학과 교수
성균관대학교(B.S.)
총신대 신학대학원 (M.Div.)
Southwestern Baptist Seminary(M.A. in Christian Counseling)
Fuller Seminary(Ph.D. in Clinical Psychology) 임상심리학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