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문]
부흥 강사님께 성도들이 목사님의 잘못을 자꾸 들추어내면 하나님께 벌을 받는다는 식의 설교를 들었습니다. 그 성경적 근거로 1) 노아의 아들 함이 아버지의 하체를 보고 두 형제에 알렸는데 (전후 문맥상 하체를 보고 비웃었는지는 모르겠습니다만) 노아가 함의 자식을 저주한 내용의 이야기와 2) 모세가 구스여인을 취한 것에 대해 가족들이 모세를 비난한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이 두 구절 말씀대로 목사는 하나님께서 심판하시지 성도들이 심판하는 것이 아니므로 목사를 비방하면 위와 같은(?) 결과가 따라온다고 강조했습니다. 상기의 말씀들이 과연 주의 종의 잘못을 덮어줘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노아의 아들이나 미리암처럼 벌을 받는다고 해석하는 게 맞는지 궁금합니다.
[답변]
목사는 특별한 신분인가?
죄송하지만 아직도 이런 얼토당토않고 뻔뻔하기까지 한 설교로 성도들에게 공포심을 심어주는 분들이 있다니 참으로 난감하고 안타깝기 짝이 없습니다. 인용하신 성경구절을 해석하기 전에 또 이 문제의 해답을 얻기 전에 한두 가지 먼저 밝혀두어야 할 사항이 있습니다.
그런 해석과 적용이 성립되려면 목사는 일반 성도와는 격이 완전히 다른 하나님이 세우신 특별한 신분이어야만 합니다. 성경에 그런 의미의 말씀이 없습니다. 신약시대의 목사는 구약시대의 노아, 모세는 물론 제사장 직과도 다릅니다. 오늘날의 목사직을 노아나 모세와 동일한 신분과 자격과 위치에서 두고 논하는 것 자체가 아주 큰 교만이며 자가당착(自家撞着) 적인 오류입니다.
현대의 목사는 신약성경 상으로 말씀을 가르치는 장로에 해당된다고 할 수 있습니다. 또 그래서 교회의 여러 직분자들 중의 하나일 뿐입니다. 하나님 앞에선 다른 직분자들과 똑같은 신분, 자격, 위치로 서야 하되 신앙공동체에서 담당해야할 역할만 다를 뿐입니다.
"그가 어떤 사람은 사도로, 어떤 사람은 선지자로, 어떤 사람은 복음 전하는 자로, 어떤 사람은 목사와 교사로 삼으셨으니 이는 성도를 온전하게 하여 봉사의 일을 하게 하며 그리스도의 몸을 세우려 하심이라."(엡4:11,12)
당신의 몸 된 교회를 세워서 성도를 온전하게 하는 봉사의 일을 하는 직분자들로 사도, 선지자, 복음 전하는 자, 목사, 교사 등을 그리스도가 세우셨다고 합니다. 특별히 본문에서 목사(pastor)는 오늘날 목사와도 다릅니다. 성도들의 현실 삶에서 어려운 점을 돌보아 섬기는, 문자 그대로 양떼를 치는 목양(牧羊)자를 뜻합니다. 오늘날 목사가 맡은 직분에 비추어보면 본문에선 복음 전하는 자와 교사와 더 가깝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현대교회의 목사는 주로 설교, 상담, 교육을 담당합니다. 초대교회로 치면 "말씀과 가르침에 수고하는 장로"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잘 다스리는 장로들은 배나 존경할 자로 알되 말씀과 가르침에 수고하는 이들에게는 더욱 그리할 것이니라."(딤전5:17) 하나님의 진리를 가르치므로 당연히 더욱 존경을 해야 하나 다른 직분자와 완전히 신분이 다른 자라고는 성경이 말하지 않습니다.
현대교회는 각자 역할이 다른 이들이 모인 조직체입니다. 교회 직분자들을 통일된 교회의 사역 소명이나 목표에 따라 일관되게 통솔할 대표자는 있어야 하고 담임목사가 그 역할을 맡습니다. 가정으로 치면 가장인 셈입니다. 교회에서 담임목사는 하나님께 가정을 대표하고 또 그분의 영적 진리대로 가정을 이끄는 아버지와 같은 역할을 하는 것입니다. .
그러나 하나님 앞에서 한 개인으로서 아버지, 어머니, 자녀들 모두는 동일한 신분과 위치입니다. 아버지만 특별한 계급 특권을 가진 것이 아닙니다. 또 아버지가 정말로 아버지 역할을 하지 못하고 알코올과 도박에 중독되어 가족들 부양은커녕 상습적으로 구타하는 등 명백한 잘못을 범하면 가족이 모두 아버지를 거역하고 심지어 법원에 고소할 수도 있습니다.
목사의 잘못을 들추는 두 가지 경우
지금 질문은 성도들이 일단 목사의 잘못을 범한 것이 확실하다는 전제 하에 그것을 비방하는 경우입니다. 목사에게 아무 잘못이나 허물이 없는데도 누명, 음해, 모욕, 비방하거나 신자가 교회의 정치권력을 잡으려고 모함 비난하면 당연히 성도들은 하나님의 벌을 받을 것입니다. 그 경우는 아예 논의할 가치도 의미도 없습니다.
그리고 성도들도 아무리 목사가 분명한 잘못을 범했어도 처음부터 비난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조용히 몇몇 성도 대표들이 찾아가 잘못을 고쳐달라고 진심으로 권면했을 것입니다. 그럼에도 계속 같은 잘못을 지속하니까 교회를 살리기 위해서 어쩔 수 없이 공론화시키려 했을 것입니다.
목사에 대한 근거 없는 비방이나 이권을 다투기 위해 모함하는 것 등은 하나님이 벌주시지만 목사의 명백하고도 회개치 않고 계속 되는 잘못을 바로 잡아서 교회를 회복시키려고 그 잘못을 덮어두지 않는 것까지 하나님이 벌을 줄 리는 없습니다. 오히려 하나님의 상을 받아야 할 일입니다.
"장로에 대한 고발은 두세 증인이 없으면 받지 말 것이요 범죄한 자들을 모든 사람 앞에서 꾸짖어 나머지 사람들로 두려워하게 하라."(딤전5:19,20) 성경은 두세 증인이 없으면 장로에 대한 고발은 받지 말라고 했지만, 두세 증인이 있을 정도로 확실한 장로(목사에 해당됨)의 잘못은 고발을 받아 공의롭게 처리하라고 합니다. 심지어 모든 교인들 앞에 꾸짖으라고까지 말씀하셨습니다.
부흥강사가 성도들더러 목사의 허물과 잘못을 들추어내선 안 된다고 겁주는 것은 이 경우에 해당됩니다. 다시 강조하지만 만약 성도들이 잘못 없는 목사를 비방하는 것은 하나님의 벌을 받을 것이고 그렇게 가르치는 목사의 가르침 또한 아주 정당합니다.
대신에 교회를 살리고 목사를 회개케 하려는 경우는 성도 쪽에선 전혀 문제가 없습니다. 오히려 성경은 그렇게 하라고 합니다. 예수님이 마태복음 18:15-20의 교회 성도들의 잘못을 치리하는 원칙에 따라야 합니다. 목사도 한 명의 성도일 뿐입니다. (이미 다른 글에서 상세히 설명해 놓았습니다.)
목사가 과연 노아와 모세와 같은 위치인가?
이제 문제의 인용하신 성경구절을 살펴봅시다. 아비의 하체를 흉을 본 함의 경우는 이와는 전혀 다릅니다. 형들은 아버지가 술에 취해 한 번 실수한 일로 보고 아예 쳐다보지도 않고 오히려 덮어서 허물을 가려주었습니다.(창9:21-23) 반면에 함은 그러지 않았습니다. 아무 생각 없이 마음껏 아비를 조롱한 것입니다. 이는 분명히 함이 잘못했고 부모를 공경하지 않은 죄를 지은 것입니다. 이 주제의 성도들과 비교할 대상이 되지 않습니다.
모세의 지도력에 반기를 든 미리암과 아론의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지금껏 여호와 하나님은 모세와만 친구처럼 독대하며 직접 말씀으로 계시해주었습니다.(민12:6-8) 모세는 완전히 하나님이 직접 세우시고 직접 대화하시고 직접 들어서 사용하였습니다. 단순히 그분의 종이 아니라 그분의 대리인이었습니다.
나아가 모세가 잘못한 것도 없습니다. 성경에 명시적 기록은 없으나 아내 십보라가 죽었기에 구스 여인을 후처로 취한 것으로 해석합니다. 하나님이 가나안 여인과 통혼을 금한 것은 종교적 영적 혼합을 막기 위한 것이지 이방여인과의 결혼 자체를 금지한 것도 아닙니다. 평소에 모세에게 가족이면서도 개인적인 시기 질투를 갖고 있다가 마침 이방여인과 재혼한 것을 꼬투리 삼아 불만을 터트린 것입니다. 죄는 그들이 범했고 하나님 앞에 모세는 잘못이 없었습니다.
무엇보다도 노아나 모세와 현대 목사를 동격에 놓고 비교하는 것은 전혀 합당하지 않습니다. 노아는 새 인류의 선조가 될 사람입니다. 제 2의 아담과 같습니다. 그 하체를 비방하는 것은 노아에게서 태어날 - 육신적으로는 그의 세 아들에게서 태어났지만 영적 의미로서 - 새 인류 전체를 비방하는 것과 같습니다.
모세는 또 출애굽의 소명자이자, 제사장 나라 언약의 중재자이자, 율법의 직접 수여자이며, 모세 오경을 기록한 성경의 저자입니다. 이스라엘 전 백성을 하나님 대신에 다스리는 오직 한 사람 여호와의 종입니다. 오늘날 지역교회 하나를 담임하는 목사와는 전혀 차원이 다릅니다.
결국 부흥강사의 그런 해석에는 처음부터 두 가지 결정적 하자가 내포되어 있습니다. 일단 오늘날의 성도들에겐 잘못이 없는 반면에 함과 미리암과 아론은 분명할 잘못을 범했습니다. 그들이 범한 죄 때문에 하나님의 벌을 받은 것이지 단순히 주의 종을 비방했기에 벌 받은 것이 결코 아닙니다. 또 노아와 모세는 현대의 목사들과 하나님 앞에서의 신분과 위치와 자격은 물론 맡은 역할에서 아예 비교가 안 될 정도로 차원이 다릅니다. 같은 동격으로 두고 적용해선 안 됩니다.
그런데도 이렇게 전혀 합당하지 않는 말씀을 갖고 성도들에게 공포심만 심어 줍니다. 비유를 하자면 성격이 나쁘고 힘센 아이가 아무 잘못한 일 없는 아이를 두들겨 팼는데(목사가 분명한 잘못을 저지름), 아이들이 여러 명이 찾아와서 그 아이에게 그러지 말라고 따지고 들자(성도들이 목사에게 회개하라고 권면함), 그 못된 아이가 격투기하는 형을 데리고 와서 당장 다 두들겨 줄 것이라고 엄포를 놓는(성경 말씀으로 목사의 흉을 보면 하나님께 벌 받는다고 겁을 주는 것) 꼴입니다.
하나님 앞에서 목사와 성도는 동일합니다. 목사는 교회의 대표자로 지도자로 당연히 존경해야 합니다. 그러나 명백한 잘못을 하고 교회의 권면이 있음에도 회개하지 않을 때는 예수님의 교회 치리 방침에 따라야 합니다. 바울은 디도서에서 아예 고발하라고 권했습니다. 아무 허물이나 잘못 없는 목사를 비방 모함하면 당연히 벌 받습니다. 하나님까지 들먹일 필요 없이 세상 법으로도 벌 받습니다.
지금 문제는 목사에게 여러 번 건의 했으나 고쳐지지 않으니까 공론화 하는 경우인데 부적절한 이런 말씀들을 갖고 성도에게 잘못한다고 덮어씌울 수는 결코 없습니다. 한국 속담대로 방귀 뀐 사람이 더 화를 내는 꼴입니다. 목사의 인격이 바로섰다면, 아니 영적인 삶의 본을 보여야 할 목사이기에 잘못에 대한 건의를 받으면 겸허하게 인정해야 합니다. 회중(하나님을 뜻함) 앞에서 자백하고 고치는 것이 참된 목자의 태도입니다. 요컨대 예를 드신 두 성경본문들은 이 주제와 아무 연관이 없습니다.
[출처 박진호 목사 홈페이지: http://whyjesuson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