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가니스탄 한국인 인질 19명이 피랍 43일째를 맞는 30일 모두 석방됨에 따라 사태가 완전히 종결된 가운데 현재 피랍자 가족들은 기뻐하기보다는 ‘기다렸다’는 듯이 이어지는 거센 비판 여론에 크게 걱정하는 분위기다.

그동안 가족들은 자녀들의 목숨이 생사를 오가는 상황에서도 공식입장을 발표할 때마다 늘 ‘정부와 국민들에게 죄송하고 감사하다’는 말을 먼저 했다. 가족들의 안전 때문에 온 국민이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는 데다 행여 자신들로 인해 기독교 전체가 ‘뭇매’를 맞는 사태로 번져갈 것에 대한 우려에서였다. 먼저 석방된 김지나, 김경자 씨가 귀국 직후 처음 한 말도 ‘심려를 끼쳐드려 죄송하다’였다.

하지만 피랍자들이 무사히 석방되자 “교회의 땅을 팔아서라도 세금을 돌려받아야 한다” 등의 비판들이 각종 포털 사이트를 통해 거세지자 가족들은 속을 태우고 있다.

특히 여기에 억울하게 탈레반에 의해 살해당한 고인들과 이들 유가족들에 대한 죄송스러운 마음도 더해져, 현재 기뻐할 수도 마냥 슬퍼할 수도 없는 살얼음판을 걷는 듯한 심정으로 지내고 있다.

그동안 피랍자 가족들의 대변인 역할을 해 왔던 차성민(30) 씨는 한 언론사와의 인터뷰에서 “질타를 모두 받아들이며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노력할 것이다. 피랍자들 귀국 후 비판 여론이 더욱 걱정되는데 지혜롭게 극복하려 한다”고 조심스럽게 이야기했다.

분당샘물교회도 역시 이같은 분위기에 공식적인 반응이나 대응보다는 책임지고 자숙하려는 모습이다. 피랍자 구출 소요 비용의 일부를 부담하라는 정부의 ‘구상권’ 청구도 사실은 교회측에서 먼저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샘물교회 권혁수 장로는 “인터넷에 떠돌고 있는 비난 가운데는 전혀 근거 없고 낭설인 경우도 많다”면서도 “귀국 과정과 귀국 후 발생하는 상황에 따라 최선의 지원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피랍자 가족들은 지난 40여 일 동안 심한 정신적 충격을 받은 상황에서 돌아온 피랍자들이 이러한 거센 비판을 접하게 될 경우 더 큰 충격을 받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다.

피랍자 이정란(33) 씨의 동생 이정훈(29) 씨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누나가 무사히 돌아올 수 있게 된 것은 너무나 다행이지만 비난 여론을 생각하면 돌아와도 걱정”이라며 “누나가 그런 여론을 끝까지 몰랐으면 하는 것이 솔직한 심정”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심리적으로 많이 불안한 상태일 텐데 상처를 많이 받을까 걱정이다. 누나가 오면 6개월 정도는 인터넷을 끊을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피랍자 석방 소식 직후 故 심성민 씨의 아버지 심진표 씨의 경남 거성 집을 방문했다가 발길을 돌렸던 피랍자 가족들은 곧 故 배형규 목사의 유가족을 찾아가 장례식을 지원하기 위한 방안 등을 논의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