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대문구 연희로에 있는 원천교회는 규모가 제법 되는 큰 교회에 속한다. 그래서 이 교회를 담임하는 문강원 목사도 누군가에겐 부러움의 대상일지 모른다. 그런데 그에게도 힘들었던 시절이 있었다.
문 목사는 14~16일 일정으로 서울 정릉 벧엘교회(담임 박태남 목사)에서 진행 중인 제31회 목회자자녀세미나 첫날, 첫 강사로 나서 그 힘들고 어려웠던 시절을 떠올렸다.
문 목사의 아버지는, 마친가지로 목사였다. 그러니까 문 목사 역시 '목회자 자녀'였다. 문 목사가 초등학교 5학년이었을 때, 그의 아버지는 목사가 됐다. 아버지는 인천에 있는 집을 팔아 서울에서 교회를 개척했다. 쉽지 않았다. 문 목사를 비롯한 가족들은 연탄불을 지피는 지하에서, 연탄 가스를 맡아가며 살아야 했다.
지독했던 가난. 문 목사는 그 모든 것이 목사인 아버지 때문이라 여겼고, 그토록 교회가 싫었다. 설교하는 아버지가 집 주인에게 멱살을 잡힌 채로 끌려 나가는 모습까지 지켜봐야 했다. 그에게 '목사가 된다'는 건 '저주'와 다름 없었다고 한다. 처음 대학생이 되었을 때, 한 번도 입에 대지 않았던 술을 마셨고, 그대로 취해버렸다. "왜 목사가 되었어요?" 대학생 문 목사는 울면서 아버지에게 대들었다. 아버지는 아무 말이 없었다.
이런 일도 있었다고 한다. 어느날 문 목사는 배를 움켜잡고 집 앞에서 쓰러졌다. 급성맹장염이었다. 수술이 급했다. 병원으로 달려오신 아버지. 그런데 고통스러워하는 아들을 차에 다시 태우고, 어디론가 향하신다. 도착한 곳은 어느 시골의 허름한 병원이었다고. 그곳에서 가까스로 문 목사는 수술을 받을 수 있었다.
그로부터 10년 후. 아버지는 문 목사에게 다가와 조용히 말씀하셨다고 한다. "아들아, 그 땐 미안했다. 사실 그만한 수술비가 없었다." 그랬다. 아버지는 수술비를 낼 수 없어, 수소문 끝에 거의 원가 수준으로 수술을 해줄 수 있는 병원을 찾아내신 것이었다.
"아버지가 능력이 없어서... 뒤에서 네가 아파하는 소리를 듣는데 내 마음이 많이 아팠단다." 아버지의 이 말을 듣는 순간, 문 목사에겐 참았던 설움이 밀려왔다. 그러면서 그 역시 목사가 된, 그리고 한 아이의 아버지가 된 이제야 깨닫는다고 했다. '아, 아버지도 미안해 하고 계셨구나. 당신도 배고프고 온갖 멸시에 아프셨을 텐데, 그보다 자식들을 더 걱정하셨구나.'
문 목사는 이날 모인 목회자 자녀들에게 "여러분이 원해서 목회자의 자녀가 된 것이 아니다. 그래서 때론 힘들고 아플 수 있다. 하지만 하나님의 섭리 속에서, 여러분은 목회자 자녀로서의 삶을 살아가야 한다"며 "그런데 한 가지 말해주고 싶은 게 있다. 지금은 부모님을 절대로 이해할 수 없고, 동역자도 될 수 없다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목회자 자녀인 여러분이 할 수 있는 건, 다만 부모님을 용서해 드리는 것"이라며 "이해하려 노력하지 말고 용서하면 좋겠다. 그렇게 한다면, 언젠가는 부모님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하나님은 부모님이 뿌린 눈물의 씨앗을 여러분을 통해 다 거두게 하실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20세 이상 목회자 자녀들을 대상으로 진행되고 있는 이번 세미나 강사는 문 목사를 비롯해 피종진 목사(남서울중앙교회), 설동욱 목사(예정교회), 박태남 목사(벧엘교회), 다니엘김 선교사(JGM 대표), 임우현 목사(징검다리선교회 대표), 윤대혁 목사(LA 사랑의빛 선교교회), 천관웅 목사(뉴사운드교회), 하귀선 선교사(세계터미널선교회) 등이다.
세미나를 총괄 진행하는 목회자사모신문 발행인 설동욱 목사(예정교회)는 "목회자 자녀들이 스스로 자신들이 어떤 존재인지를 깨닫고 앞으로 어떤 삶을 살아가야 할 것인지를 알게하는 세미나가 되고자 한다"며 "특히 그 동안 성장하면서 받았던 아픔을 치유해 부모들의 가장 든든한 동역자로 세우게 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