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격한 사회변화와 실천신학 과제'라는 주제로 제68회 한국실천신학회(회장 김경진 교수) 정기학술대회가 19일 서울 광장동 장로회신학대학교 여전도회기념음악관에서 개최됐다.
학술대회에서는 박관희 박사(나사렛대)가 '교인의 교회이탈 과정 연구: 종교사회학, 심리학, 예배학의 융복합을 중심으로'라는 제목으로 발표했다. 그는 '교회이탈 현상'을 기존 교회성장학 또는 종교사회학적 접근방식이 아닌, 심리적 접근을 시도했다.
◈"교회이탈, 신앙심과 소속감 모두에 의해 일어나"
박관희 박사는 "종교는 신앙심과 소속감을 제공하는데, 만약 교회가 회중에게 신앙심과 소속감 사이에서 불균형을 제공한다면 회중은 교회를 떠나거나 종교를 바꾼다. 전자는 수평이동, 후자는 개종 또는 세속화 현상으로,이 두 현상을 '교회이탈'이라 명명하고자 한다"며 "신앙심은 예배 경험과 성경공부를 통해 기독교 정체성 형태로, 소속감은 예배 참석과 목회적 돌봄을 통해 인간관계 형태로 각각 나타난다"고 설명했다.
박 박사는 "기존 연구들은 소속감에 의한 인간관계 문제로 교회이탈 현상을 설명했지만, 교회이탈은 신앙심과 소속감 모두에 의해 일어난다"며 "존 새비지(John Savage)에 따르면 교인은 먼저 교회에서 무관심(교인)과 지루함(예배)을 느끼며 이어서 불편함을 느낀다. 이때 갈등이 해소되지 않으면, 불안감이 다른 생활 영역으로 확대되면서 교회 출석과 종교적 사고가 감소된다"고 전했다.
그는 "최근 세속화 연구에서는 한 개인의 세속화 과정(cycle)을 제시했다. '소속 없는 신앙인(중고등학생 출생동시집단)- 신앙 없는 소속인(대학생활 출생동시집단)- 소속 있는 신앙인(취업준비 및 직장생활 초기 출생동시집단)- 종교적 무신론자(결혼과 가정생활 초기 집단)'의 과정"이라며 "주목할 점은 세속화(종교적 인본주의자)는 수평이동(신앙 있는 소속인 또는 신앙 없는 소속인)에서 출발해 교회를 안 다니거나(소속 없는 신앙인), 타종교로 이탈하는 현상을 보인다는 것"이라고 풀이했다.
▲박관희 박사(가운데)가 발표하고 있다. ⓒ이대웅 기자 |
박관희 박사는 "북미 교회의 경우 많은 사람들이 더 의미 있는 종교적 경험을 찾아 자유주의적 교회를 떠나 한층 더 진지한 보수적 교회로 이동하고 있음이 관찰됐다. 개종자들을 이끄는 데는 자유주의 교회보다 보수 교회가 훨씬 효과적이라는 것"이라며 "한국교회도 수평이동 현상을 '회중으로 하여금 행동하게 만드는 심적 변화요인(switching factor)'을 중심으로 연구해 보니, 그 원인은 외견상 인간관계(목회자와 교인)에서 출발하지만, 본질적으로는 '예배와 설교'에 있었다"고 말했다.
박 박사는 "구체적으로 교회이탈은 신앙생활주기 과정에서 회중이 어떤 심리적 과정을 거치는지 분석함으로써 이해할 수 있다. 사람들이 교회에 방문하는 이유는 영적 욕구를 충족하는 데 있고, 교회는 회중에게 교회의 존재 목적을 교회의 안과 밖에서 보고 듣고 생각하고 느끼도록 해야 한다"며 "교인들의 신앙생활은 일정한 주기를 갖게 되는데, 그 신앙생활주기는 일반적으로 '전도- 목회이미지- 방문- 출석- 정착- 양육- 훈련- 사역- 재생산(번식)'의 형태로 제공되는 일련의 목회사역을 말한다"고 소개했다.
그는 "교인들은 최초 교회선택과 반복 교회출석을 통해 교회에서 신앙생활을 하게 되고, 이때 교인들은 3가지 이상의 복잡한 심리과정, 즉 기대-성과 불일치, 인지부조화, 귀인과정 등을 겪는다"며 "첫째 '기대-성과 불일치(expectancy-performance disconfirmation)'는 개인이 교회를 방문할 때 이전에 가졌던 이미지(기대치)와 방문 이후 실제 경험한 이미지(실제치)를 비교해 실제치가 더 크면 출석하고, 기대치가 더 크면 교회이탈을 하게 되는 것"이라고 했다.
둘째 '인지부조화(cognitive dissonance)' 과정은 한 개인이 선택한 교회에 출석하면서, 정말 잘 선택했는지 심리적 갈등/불편함(psychological discomfort)을 의식적으로 해소하려는 과정이다. 이런 부조화를 적절히 해소하거나 감소시키면 교회에 만족하고, 그렇지 못한 경우 불만족을 유발해 교회이탈을 하게 된다. 셋째 '귀인(attribution)' 과정은 개인의 심리적 갈등 이후 다시 한 번 추론 과정을 거쳐 만족했을 때 비로소 교회 등록(정착)을 하는 것이다. 불만족하면 귀인 과정을 거쳐 교회이탈을 하게 된다.
박관희 박사는 "방문자의 교회 선택행동은 관여 수준(involvement level)과 과거경험 정도에 따라 크게 복잡한 의사결정 행동, 교회충성 행동, 습관 행동, 다양성 추구 행동 등 4가지로 나뉜다. 여기서 관여도란 청중의 행동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변수로서, 주어진 상황 하에서 특정 대상에 대한 개인의 지각 정도를 말한다"고 밝혔다. 고관여 수준은 정보탐색 양이 많을 때, 저관여 수준은 적을 때이다.
고관여 방문자의 교회선택 행동은 최초 선택행동인가 반복 출석인가에 따라 여러 교회 대안들을 자세히 비교·평가한 후 가장 선호하는 교회를 선택하는 '복잡한 의사결정 행동'과 고관여 방문자가 교회에 만족하면 호의적 태도를 형성해 반복 출석하는 '교회충성 행동'으로 나뉜다.
반면 저관여 방문자의 교회선택 행동은 방문자의 과거 선택경험 유무에 따라 그동안 선택하던 방식에 싫증이 나거나 단지 새로운 것을 추구하기 위해 다른 교회로 이탈하는 '다양성 추구 행동'과 과거출석 경험이 있는 방문자가 선택한 교회에 어느 정도 만족해 복잡한 의사결정을 피하려 동일 교회를 반복 출석하는 '습관 행동'으로 분류된다.
박 박사는 "최초 교회선택은 '전도- 이미지- 방문- 교회경험- 예배경험- 교회이미지- 신념/태도- 출석' 과정을 거치면서, 영성과 예배를 통해 하나님 임재 경험을 하게 된다. 반복 교회출석은 '정체성 경험- 인지부조화- 만족/불만족 경험- 귀인 과정- 등록' 과정을 거치면서 예배와 기독교 정체성 경험을 통해 하나님 임재의식을 형성하도록 한다"며 "결국 교회 출석의 결정 요인은 영성을 포함한 예배와 기독교 정체성 경험을 통한 '하나님 임재 의식'을 갖는다"고 분석했다.
그는 "이와 같이 한국교회의 교회이탈 과정은 융복합적 관점에서 교인의 행동을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할 수 있는 분석 틀을 제공한다"며 "이와 같은 분석 틀은 현대목회 영역에서 다양하게 적용할 수 있는 함의를 갖는다"고 덧붙였다.
▲김정 박사(가운데)가 발표하고 있다. ⓒ이대웅 기자 |
◈4세기 교회의 '미스타고지'란 무엇인가
이어 김정 박사(장신대)는 '지금 그리고 영원히: 세례 공동체의 신앙형성과 미스타고지 다시 주목하기'라는 제목으로 4세기 교회에서 행해졌던 '미스타고지(mystagogy)'에 대한 연구를 발표했다.
4세기 교회는 부활절에 갓 세례 받은 신자들(neophyte)을 대상으로 부활 후 8일간(Easter Octave) 특별한 목회적 가르침을 실시했다. 갓 세례받은 이들은 교회에 모여 자신들이 경험한 성례가 지닌 깊은 의미를 감독에게 듣고, 감독은 성례전을 통해 드러난 하나님의 신비로 이들을 인도했다. 미스타고지란 곧 '성례전을 통해 드러난 하나님의 신비(mysterion, 미스테리온)로 갓 세례받은 사람들을 이끄는(agein, 아게인) 것'이다.
김 박사는 "4세기는 미스타고지의 황금기로서 예루살렘 감독 씨릴(Cyril of Jerusalem), 밀란의 암브로스(Ambrose of Milan), 안디옥 크리소스톰(Chrysostom of Antioch), 몹수에스티아의 테오도로(Theodore of Mopsuestia) 등이 대표 인물"이라며 "5세기 이후 급증한 유아세례로 인해 미스타고지는 쇠퇴하기 시작했고 거의 잊힌 듯 보였다. 그런데 20세기 후반 RCIA(Rites of Christian Initiation of Adults) 프로그램을 통해 성인 세례와 세례자 교육이 재조명되면서, 미스타고지에 대한 관심도 새롭게 부각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콘스탄티누스 황제의 기독교 공인 이후 대규모 회심이 일어나자, 4세기 교회는 '새로운 기독교인 만들기'라는 과제 앞에 섰다. 이방인이 몰려들던 4세기 교회는 이들에게 세례를 베푸는 것이 주된 임무가 되면서 세례 신앙형성 교육과정 또는 세례예비자 교육과정을 뜻하며 교회에 들고자 처음 찾아온 순간부터 세례 대상자가 되어 세례반 앞에 서기 직전까지 일어나는 모든 과정을 포함하는 '카테쿠머네이트(Catechumenate)'가 매우 발달한다. 세례 후보자들에게 '집중 교육(lenten catecheses)'을 시키는 사순절과 이어서 세례를 받는 부활절이 성대하게 지켜지면서, 교회력도 발전했다.
그는 "신약성경에 나타나는 세례 예식 또는 기독교인 만들기 과정은 매우 다양하게 표현되고 해석된다. 그럼에도 4세기 교회의 예배가 통일성을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은 그 중심에 세례가 있었기 때문"이라며 "매우 초기 기독교로부터 단 하나의 규범적 순서 또는 원형이 있었으리라는 기대는 금물이고, 오히려 우리는 다양한 세례 예식 가운데 각 공동체가 지닌 신학적·예전적·목회적 특징을 살펴봄으로써, 오늘의 문제를 이해하는데 필요한 구조적 틀을 창조할 수 있다"고 제언했다.
김정 박사는 "미스타고지에서는 정식 예배가 설교가 아니지만 하나님 말씀으로 시작해 영광송으로 마치는 등 성경을 토대로 했고, 신속 편의주의를 추구하는 현대 문화와 달리 이미지와 상징적 행동 등 의례적 행위를 중시했으며, 그리스도의 몸으로서 교회 공동체에 참여하도록 유도하면서도 의례를 통하지 않고도 시각과 후각, 청각 등 감각과 경험, 그리고 공간을 활용했다"며 "우리는 예배 안에 나타나거나 세례예식 안에 경험한 하나님의 신비를 계속 들려줄 수 있도록 미스타고지를 회복해야 한다. 되풀이 기억함은 신앙형성에 절대적으로 중요한 요소"라고 강조했다.
김 박사는 "함께 여행을 간 사람이 같이 찍은 사진을 보듯, 하나님의 초대에 응한 세례 받은 사람들이 함께 그 시간을 기억하며 축하한다면, 당시에는 깨닫지 못했던 세례의 깊은 의미가 서서히 일상적 시간의 흐름을 깨고 다가올 수 있을 것"이라며 "그러할 때 세례 받은 기독교인의 하루는 평범한 하루가 아니라, 하나님의 현현을 체험한 날이 될 수 있다. 이러한 날들이 이어진다면, '지금 그리고 영원히' 우리는 세례 받은 기독교인으로서 계속되는 세례 성례전적 삶(on-going baptismal life)을 살아가는 것"이라고 정리했다.
이날 정기학술대회에서는 이 외에도 '폴 틸리히 상관관계 방법론의 관점에서 본 불안에 대한 실존적 탐색(한국실존치료연구소 이상현)', '오늘의 목회적 상황을 위한 설교 커뮤니케이션 이해(경동교회 배영호)', '의학과 신학의 융합교육 과정 개발과 역사적 함의, 그리고 실천에 관한 연구(연세대 손문)', '토머스 머튼의 영성에서 보는 거짓 문화와 자기소외 시대에 참 자아 찾기(한소망교회 최봉규)', '구성원의 공감 능력과 리더의 정서 지능의 상호작용이 관계 갈등에 미치는 효과에 관한 실증 연구(한남대 강태구)' 등이 오전 시간 발표됐다.
오후에는 '볼르노 해석학에 있어 진리 문제에 대한 연구(총신대 한상진)', '프로이트의 자아 이해(협성대 이세형)', '격차 사회에서의 호혜적 관계와 고린도교회 주의 만찬(서울장신대 양승아)', '구세군의 디아코니아 교회론에 관한 연구(구세군이리교회 김근수)', '프로메테우스의 선택: 정의의 관점으로 읽는 윤동주의 「간」(한일장신대 권혁일)', '급변하는 사회, 4차 산업혁명 인공지능 시대, 예배와 설교의 위치(숭의여대 김병석)', '도시선교 관점에서 본 도시공간의 창의적 접근(장신대 오동섭)' 등의 발표가 진행됐다.
이날 개회예배에서는 '하나님 나라의 포용성과 엄격성(막 9:38-50)'이라는 주제로 회장 김경진 목사가 설교했으며, 오르가니스트 김은성 교수(장신대)의 미니콘서트도 진행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