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인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경험했을 수련회, 그곳에서 흘렸던 눈물과 간절했던 기도, 그리고 결단을 기억할 것이다. 그런데 혹시 그런 수련회에 '문제의식'을 가져본 적이 있는가? 가령 '수련회 때만 되면 많은 은혜를 받는데, 왜 그것만 끝나면 다시 제자리로 돌아오는지'와 같은.
인기를 얻고 있는 페이스북 페이지 '3분묵상 카드설교'가 최근 '수련회의 불편한 진실'이라는 제목으로 이 주제를 다뤄 많은 이들의 관심을 받았다. '수련회, 이대로 괜찮나요?'라는 제목으로 지난 1월 26일 처음 올라온 '카드설교'는 '어? 저는 말씀에 은혜 받았는데?'와 '하나님, 수련회에서 만나요!'까지 세 번에 걸쳐 이어지며 다양한 반응을 이끌어 냈다.
이 카드설교는 흔히 수련회에서 듣게 되는 '하나님을 만났나요?'라는 물음을 다시 돌아보는 데서 시작했다. 이 페이지의 운영자이자 카드설교를 제작한 차성진 목사는 "저는 아마 수련회 1세대에 속할 것"이라며 "처음 수련회를 갔을 때 이미 지금의 수련회 문화가 자리 잡고 있었다"고 했다 .
그 역시 수련회에 '열심히' 참석하며 울며 기도하고 뛰며 찬양했다고 한다. 그런데 "솔직히 하나님을 만난 적이 없었다. 감정적 흥분에 빠진 적이 있었을 진 몰라도"라고 했다. "저를 제외한 친구들이 지금은 모두 교회를 떠났다"고도 했다.
그러면서 차 목사는 수련회의 목적이 '하나님을 만나는 것'이지만, 정작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모르는 경우가 있고, 때론 눈물과 같은 '감정적 격변'이 일어나면 하나님을 만난 것으로 착각하는 이도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그래서 자칫 그것을 위해 '열광적 분위기'를 조성하는 수련회가 될 수도 있다고.
그는 "울면서 기도하는 걸 나쁘다고 이야기하는 게 아니"라며 "문제는 하나님 없이도 충분히 아이들을 울릴 수 있다는 것"이라고 했다. 이어 "'하나님을 만나겠다'는 수련회 중 적지 않은 수가 '감정적 격변'만을 일으키는 수련회로 변질되었고, 기획팀도 아이들도 '하나님을 만났다' 착각하며 수련회를 마치지만 수련회가 끝난 몇 개월 후 아무 것도 변한 게 없는 서로를 발견하게 된다"고 했다.
차 목사는 이런 분위기와 궤를 같이 하는 수련회 메시지에도 주목했다. "예수를 믿었더니 가난했던 저도 이렇게 됐어요! 여러분도 할 수 있어요!" "비전을 품으세요! 날 그렇게 사용해 달라고 기도하세요!" 같은 것들이다.
특히 그는 "어려웠던 과거의 이야기로 시작되는 메시지가 종종 있다. 전부는 아니지만, 이러한 메시지는 많은 경우 '그랬던 제가 예수님을 믿으니 이렇게 많은 사람 앞에서 설교까지 하는 사람이 됐네요. 여러분도 하나님을 만나면 삶이 바뀔 수 있습니다' 이런 흐름으로 끝난다"고 했다.
차 목사는 "이러한 메시지는 삶의 고난 가운데 빠져 있는 친구들에겐 간절함으로 다가온다"며 "(그러나) 모든 그리스도인의 삶에 고통이 없는 건 아니다. 물론 우리의 바람이 있고 삶의 계획이 있지만 그 모든 것에 앞서는 것은 하나님의 계획이다. 그래서 필요한 건 위로이다. 대책 없는 기독교식 긍정주의는 반드시 상처를 남긴다"고 했다.
이 밖에도 그는 지나치게 도덕적 행위를 촉구하거나 막연하게 하나님의 사랑만을 강조하는 메시지도 문제점으로 꼽았다.
그러면서 차 목사는 '하나님을 만난다는 것'의 구체적 의미에 대해 "그것은 성령을 받는다는 것이고, 성령을 받는다는 건 '진리의 말씀, 구원의 복음'을 믿어야 한다는 것"이라며 "즉, 예수님이 십자가에서 우리 죄를 위해 죽으심을 말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결론적으로 하나님을 믿는 순간은 예수 십자가의 복음을 마음으로 믿는 순간"이라고 했다.
그런데 이것은 많은 기독교인들이 이미 알고 있지만, 그 진정한 의미를 알기란 그리 쉽지 않으며, 실제 많은 기독교인들이 '내가 왜 죄인이야?' '과거의 죽음이 어떻게 날 위한 거야?' '용서하면 되지 (예수님이) 왜 죽어?'와 같은 의문을 갖고 있으면서도 "딱히 문제를 만들기 싫어 '착한 대답'을 하곤 한다"는 게 그의 판단이다.
따라서 수련회는 이런 물음들에 대한 진지한 답을 찾는 장이어야 하고, 그것을 기획하는 자들은 '예수님께서 우리 죄를 위해 죽으셨다'라는 문장 하나를 설명하기 위해 "인적, 물적, 공간적, 지적 에너지를 다 쏟아부어야 한다"고 그는 강조했다.
차 목사는 "수많은 사람들이 각자의 지혜로 진리의 복음을 전달하는 일에 미친듯이 고민하는 것, 이것이 '하나님을 만나기 위한' 수련회가 가야할 길"이라며 "이러한 '십자가의 고백'이 마음에 있다면 어떤 체험과 상관 없이 하나님을 만난 것"이라고 했다.
그렇다면 십자가를 얘기하지 않는 수련회는 가지 말아야 할까? 차 목사는 "수련회의 특성에 따라 다를 수 있다"며 "이미 하나님을 만난 친구들 대상의 수련회라면 충분히 다른 종류의 메시지도 선포될 수 있다고 본다. 만약 십자가를 선포하지 않아서 아쉬움이 느껴진다 해도 찬양과 기도 시간에 개인적으로 십자가를 기뻐하는 방법도 있다. 어쨌거나 몇박 며칠로 찬양, 기도에 집중할 수 있는 기회는 흔치 않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