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12월 첫째 주이며 2017년도가 이제 불과 한달밖에 남지 않았습니다. 어제 우리는 성탄절 칸타타를 은혜 가운데 잘 마치면서 본격적인 대강절 사역에 들어섰습니다.
저는 지난 토요일 밤에 14년 전에 저와 함께 개척을 하셨던 김 권사님의 소천 소식을 듣고, 급하게 비행기 표를 구입해서 내쉬빌 테네시에 다녀왔습니다. 김 권사님은 저에게는 내쉬빌에서 영적 어머니와 같은 역할을 하셨던 분이셨습니다. 60이 넘으셔서 미국에 오셨고, 불교 문화가 강한 경상도 통영이 고향이셨지만, 예수님을 영접하신 이후로는 줄곧 복음전도와 교회를 섬기시는 일에 주력하셨습니다. 그러다가 젊은 목사인 저를 만나시고, 저의 미래를 가늠해 보시면서 개척을 권유하셨고, 그 강권하심 가운데 저는 그 분의 손주 2명과 함께 미국 교회의 작은 식당 한 구석에서 개척을 시작했습니다. 김 권사님은 영혼에 대한 사랑, 특별히 영어를 한마디도 못하시면서도 2세 아이들에 대한 사랑이 남달랐습니다. 때문에 다민족 찬양 집회를 할 때면 늘 한복을 입으시고, 맨 뒤에서 어깨춤을 추셨습니다.
교회 안 다니는 사람들이 있으면 항상 심방 가자고 조르시면서 결국 본인이 작정한 영혼은 꼭 교회로 데리고 오셔야 직성이 풀리시는 분이셨습니다. 교회에 문제가 일어나면 교회의 어머니로서 사랑의 매를 가지고 야단도 치시고, 위로도 하셨습니다. 늘 개척 교회를 담임하는 경험 없는 젊은 목회자의 입장에서 이해해 주셨습니다. 기도도 얼마나 정직하게 하시는지, 당신의 세 아들이 신앙생활을 안 하면, [하나님 우리 아들이 말을 안 듣고 교회를 안 나옵니다. 하나님 그만 아들에게 벌을 내려 주이소. 정신 차리게 해 주이소!] 라고 동네 방네 다 듣도록 심판의 기도를 하셨습니다.
사실은 제가 우리 교회로 부임하고 나서는 지난 7년간 한번도 과거의 교인들에게 제가 직접 전화를 하지 않고, 걸려오는 전화도 받지 않았습니다. 4년전 딱 한번 성탄절에 권사님께 안부 전화를 드린 것이 전부였습니다. 피와 땀을 흘려 그야말로 맨몸으로 개척한 교회 성도들, 특히 어머니 같으신 권사님과 연락을 하지 않고 지낸다는 것이 생각보다 참으로 어려운 일이었습니다. 그러나 교인들이 후임 목사님을 저와 자꾸 비교한다는 이야기를 전해 듣고는 아예 연락을 안 하기로 굳게 마음먹었습니다. 후임 목사님께서 소명을 가지고 목회를 소신껏 하실 수 있도록 하자는 저의 목회 철학이었습니다.
그런 생각에 지난 7년간 연락도 방문도 안 하다가, 지난달 10월에 권사님이 건강이 좋지 않으시다는 소식을 받고 비행기표를 끊었습니다. 그러나 교회 사역이 바쁘다는 핑계로 차일 피일 미루다가 가지 못하 게 되었습니다.
그러다가 토요일 밤에 권사님 소천의 소식을 듣고 얼마나 울었는지 모릅니다. 불효자가 따로 없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떻게 그렇게 매정했는가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천국 환송 예배를 인도 하면서 하나님께서 마음에 큰 평강과 위로를 주셨습니다. 관속에 들어가 계시지만 권사님의 환히 웃으시는 얼굴을 통해 이미 천국에 먼저 가서 계심을 확신했습니다. 가시는 길이지만 제 손으로 직접 천국 환송예배를 집례할 수 있어서 감사했습니다.
또한 이번 기회를 통해서 그 동안 정말 보고 싶었던 예전 교인들과 함께 다시 만나서 덕담을 나눌 수 있는 기회를 하나님이 주셔서 얼마나 감사했는지 모르겠습니다. 기도해 주신 여러분께도 감사를 드립니다. 무엇보다도 개척한 교회를 통하여 노(老) 권사님과 같은 분들과 함께 내쉬빌에 있는 수많은 영혼들에게 복음을 전하고 침례를 줄 수 있어서 감사했습니다.
교회를 개척하고서 거의 하루도 빼놓지 않고, 밤중에 집 밖으로 나와서 하늘을 바라보며 기도하던 습관이 있었습니다. 천국으로 가신 권사님을 생각하면서 과거에 기도하던 그 자리에 서서 별을 바라보는데, 그 별빛이 이런 성경 구절을 생각나게 했습니다. "지혜 있는 자는 궁창의 빛과 같이 빛날 것이요, 많은 사람을 옳은데로 돌아오게 한 자는 별과 같이 영원토록 비취리라 (다니엘 12장 3절)." 거기에 김 권사님을 추모하는 별도 빛을 발하고 있는 듯 했습니다.
여러분! 사랑합니다. 감사합니다. 그리고 주안에서 여러분을 축복합니다.
주안에서 최성은 목사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