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덕성의 논문 하나로 인해 소란스럽다. 대부분 큰 찬사를 보내고 박수를 치지만, 일부 논문의 취지를 오해한 사람들이 최덕성을 공격하는 양상이다. 조롱은 둘째 치고, 심지어 인신공격까지 서슴지 않고 있다.
특히 인터넷 공간에서의 소위 '키보드 워리어(keyboard warrior)'들에 의한 일방적 매도는 가히 목불인견(目不忍見)이다. 이런 수준 낮은 사론(私論)들을 언제까지 지켜보아야 하는지 안타깝다.
최덕성은 종교개혁 500주년 기념 7개 공동학술회(2017년 10월 20일, 경기도 광주 소망수양관)에서 이 논문을 발표했다. 논문 제목은 '종교개혁자들과 로마가톨릭의 교회론 대화 -아조르나멘토 교회론에 대한 베커와 설리번의 논쟁을 중심으로'라는 것이다. 최덕성은 이 논문을 통해 주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하나의 보편적인 교회'가 주님의 뜻임을 재천명했다. 이 교회의 하나됨이 종교개혁 500주년을 맞는 시점에서 진지하게 궁구하고 논의해야 할 교회의 시대적 과제라고 말했다. 이를 위해 개신교회는 가톨릭교회와 하나가 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언뜻 들으면 그의 주장은 다소 의아스럽다. 지금까지의 그의 일관된 신학적 입장에서 보면 완전히 상반된 입장 표명으로 보여서 당혹감을 느끼게 하는 주장이다. 최덕성은 2103 WCC 부산총회 개최철회를 강력히 요청했던 신학자였다. 그는 그때 『신학충돌 Ⅰ,Ⅱ』을 저술하고 WCC의 신학적 문제 및 WCC를 통해 개신교회의 가톨릭교회로의 귀화를 노리는 로마가톨릭교회의 저의를 고발한 바 있다.
그런 그의 입에서 카톨릭과 연합하고 일치해야 한다고 하니, 오해를 살 법도 하다. 실제로 많은 언론들이 논문의 전체 내용과 의도와 논지를 정확하게 인지하거나 간파하지 못하고 겉으로 드러난 제목만 보고 선입견으로 판단하고 보도했다. 이런 여파가 인터넷 공간에서도 횡행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오해는 오해다. 실제 논문의 의도와 내용은 정반대이다. 아마 가톨릭교회의 관계자들이 이 논문을 숙독했다면, 그들은 분개하고 당혹해 했을 것이다. 그만큼 이 논문은 역설적이고 파격적이고 가톨릭교회의 비성경적인 교리의 민낯이 드러나게 만드는 일격이다. 시원한 카타르시스가 느껴진다.
원래 최덕성은 이렇듯 역설의 대가이다. 그의 최근작인 『위대한 이단자』가 대표적이다. 책 제목만 보면 이단자들을 위대하다고 한 저자는 제정신이 아닌 사람이 된다. 그러나 최덕성은 이 작품에서 바울부터 주기철에 이르기까지 당대의 편견과 이념적 잣대에 의해 이단자로 낙인찍혔던 기독교회의 위대한 순교자 17명을 선정하고, 이들의 반대자들 입장에서 불리는 이름을 사용함으로서 극적 효과를 반등시키고 있다. 이 논문도 바로 이런 효과를 노린 것임에 틀림없다.
논문의 요지는 이렇다. 예수 그리스도는 하나의 교회를 세웠다고 전제하고, 그러므로 세계 기독교계의 최대 교회론적 과제는 로마교회와 프로테스탄트 교회의 재결합이라는 것이다. 다만 재결합을 위해선 반드시 장애요소가 제거되어야 하는데, 그것은 바로 로마가톨릭교회가 가지고 있는 잘못된 교리를 바로잡는 것이며, 그중에서 특히 교회론 교리를 수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알다시피 로마가톨릭교회는 트리엔트 공회 이후 "로마가톨릭교회만이 그리스도의 유일한 교회"임을 천명했고, 이 배타적 교회론은 지금에 이르기까지 포기하거나 버리지 않았다. 이에 따르면 프로테스탄트교회는 교회가 아니라고 선언한 것이다. 물론 제2차 바티칸공의회(1962-1965)를 통해 나름대로 '아조르나멘토(개혁, 쇄신)'를 표명하며 프로테스탄트교회를 형제로 여기고 참 교회로 인정한다고 발표했지만, 2007년 발표한 교황청 성명서는 이 선언에 찬물을 끼얹고 다시 옛날로 회귀하고 말았다. 자신들만이 '하나님의 하나인 양떼'이며 '하나님의 하나이고 유일한 교회'라고 했다.
이에 최덕성은 프로테스탄트교회와 가톨릭교회가 하나 되는 길은 가톨릭교회가 지금의 교회론을 수정하고 제2차 바티칸공의회의 아조르나멘토로 돌아가야 한다는 것이다. 이 주장은 가톨릭교회의 입장에서는 매우 뼈아픈 목소리이다. 자신들의 이중성과 위선을 발가벗기는 소리이고, 날카롭고 예리한 비수를 자신들의 목에 겨눈 형국에 처한 것이다.
이처럼 로마가톨릭교회의 입장을 난처하게 만드는 일이 또 어디에 있는가? 역설적으로 이것은 로마가톨릭교회에 대한 회심의 촉구인 동시에, 하나님의 교회로 다시 태어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제공한 셈이다.
일부에서는 두 교회의 하나됨을 아예 반대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들은 '그리스도와 벨리알이 어찌 조화되느냐'는 흑백 이분법이라는 사고의 틀을 붙들고 있는 사람들이다. 가톨릭교회는 벨리알이 아니다.
어떤 이는 교황을 적그리스도라고 부른다. 그렇게 낙인을 찍고 싶어 하는 마음이야 어찌할 수 없다 해도, 그런 주장을 공개적으로 하려면 반드시 논리적 근거와 타당성과 합목적성을 갖추는 것이 순서이다. 그 모든 것의 기초는 성경이어야 한다. 교황은 적그리스도가 아니고, 가톨릭 교인들은 악마나 그의 추종자들도 아니다. 그들이 비록 현저하게 성경의 정박지를 벗어나 전혀 다른 교리와 이념과 가치관을 가진 존재가 되었다 해도 그들에게 회개의 기회마저 빼앗을 권리가 우리에게는 없다.
주님은 하나의 교회를 세우셨다. 주님의 선언을 기초로 사도들은 교회를 설립하는 일에 헌신하고 순교했다. 그들에 의해 초대교회가 세워졌다. 그리고 초대교회는 가톨릭교회를 중심으로 세력을 키웠다. 안타깝게도 중세에 이르러 그들은 하나님으로부터 점점 멀어졌다. 결국 하나님은 종교개혁으로 그들을 정죄하셨다. 그리고 새로운 교회를 탄생시키셨다.
그럼에도 여전히 그들은 가톨릭이라는 이름으로 생존해 있다. 이 시점에서 우리는 가톨릭교회가 진심으로 회개하기를 간구해야 한다. 나아가 가톨릭교회가 비성경적 교리를 버리고 성경적 교리로 개혁할 것을 요청해야 한다. 그럴 가능성이 있든 없든, 그것은 하나님의 몫일 것이다.
그럼에도 가톨릭교회와의 하나됨을 반대한다면, 당신은 남북이 분단된 채로 영원히 나누어져 존속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일 것이다. 대한민국인이라면 모두 남북통일을 염원해야 하듯이, 모든 그리스도인들은 '교회의 하나됨'을 위해 기도하고 노력해야 할 것이다.
최더함 박사(바로善교회, 개혁신학포럼 책임전문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