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차고를 정리하다가 오래 된 박스 하나를 찾게 되었다. 요즘 들어 더 이상 사용하지 않는 물건을 정리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 터라 더 눈에 뜨인 것이다. 안 뜯은 지 오래 된 박스를 열어보니 뜻밖에 물건이 나왔다. 천막이었다. 6명이 잘 수 있는 천막인데 적어도 17년은 된 것이었다. 그 천막을 보는 순간 지나간 시간이 기억나기 시작했다. 금방 기억을 할 수 있었던 이유는 그 천막을 한 번 밖에 사용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 당시 5명이었던 온 가족이 함께 산에 올라가서 하루를 지내려고 큰마음을 먹고 샀던 천막이었다. 그런데 문제는 여름에도 눈이 올만한 8000 피트가 되는 높이에서 그 새로 산 천막을 펴는 순간 앞에 아찔했다. 그 천막은 천장이 모기장으로 만들어진 공원용이었기 때문이었다. 지붕이 모기장으로 되어 있어서 여름에 공원에서는 안성맞춤이었지만 밤에 눈보라가 내려 칠 수도 있는 그 산 꼭대기에서 6살에서 15살에 이르는 세 아이들을 데리고 아내와 함께 밤을 지낸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었다. 그런데 그 때 한 가지 지혜가 생겼다. 마침 가지고 갔던 물건 중에 두꺼운 비닐로 만든 깔개가 있었는데 그것을 끈에 잘 묶어서 천장을 덮으면 바람 정도는 막을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래서 그렇게 한 후 5개의 침낭과 2-3개의 얇은 담요로 안쪽에서 막고 밤을 지냈는데 얼마나 찬바람이 천막 안으로 많이 들어오는지 모두 옷을 두껍게 껴입고 얼굴을 침낭에 묻고 하루가 아닌 5일을 지났던 기억이 나서 혼자서 박스를 열고 웃고 말았다.
그 기억을 하면서 그 때 고생을 했다는 생각보다는 이제 그러한 추억은 만들지 못할 것이라는 생각이 먼저 났다. 그동안 첫 아이는 시집을 갔고, 둘째는 사회생활로 얼굴 보기가 어려우며, 막내는 곧 대학으로 진학하여 집을 떠나기 때문이다. “그런 때도 있었구나!”라는 생각이 들며 하나님께서 그 때도 행복하게 하셨구나! 생각하고 감사하게 되었다.
우리가 살면서 얼마나 많은 에피소드가 생기는가? 과거 아프고 힘들었던 일이었다고 하여도 지금 생각하면 좋은 추억 거리가 되고 웃을 수 있을 정도의 회복이 된 일들이 너무나 많이 있다. 그렇기 때문에 예수님을 믿는 성도들은 세상의 그 어떤 사람들보다도 귀한 추억들이 많이 있는 것이다. 그것을 고백과 간증이라고 한다. 나 혼자가 아닌 하나님께서 함께 가셨기 때문이고, 하나님께서 그 때도 지켜주셨고, 그 일도 이루셨으며, 그 상황에서 행복을 주셨기 때문이다.
그 때에는 정말 많이 어려웠지만 지나고 나니 하나님의 은혜였다는 이야기다. 그것이 기도의 응답이 아닐까? 어떤 사람은 더 특별해서 하나님께서 몇 만 번 기도를 응답하셨을까? 아니다. 내가 기억하지 못해서 그렇고, 하나님께서 주신 응답이라고 깨닫지 못해서 그렇지, 어쩌면 나는 그 사람보다도 더 많은 응답을 받았는지도 모른다. 아마 그럴 것이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하나님은 지금 나를 위하여 먼저가시고, 나를 안고 가시며, 먼 훗날에 돌아 볼 때에 행복 했다는 이야기를 할 수 있을 만큼의 은혜를 지금도 나에게 주고 계심을 믿어야 한다.
시인은 이렇게 고백한다. “내가 주의 영을 떠나 어디로 가며 주의 앞에서 어디로 피하리이까 내가 하늘에 올라갈지라도 거기 계시며 스올에 내 자리를 펼지라도 거기 계시니이다 내가 새벽 날개를 치며 바다 끝에 가서 거주할지라도 거기서도 주의 손이 나를 인도하시며 주의 오른손이 나를 붙드시리이다.”(시편 139편 7-10절) 하나님의 사랑은 지금도 우리에게 좋은 추억거리를 주고 계신다. 지나간 것을 생각하며 웃게 하시고 앞을 보며 소망을 따라 살게 하신다.
천막을 만지작거리다가 다시 버리지 않기로 했다. 너무나 좋은 추억이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