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호수아가 여리고에서 사람을 벧엘 동쪽 벧아웬 곁에 있는 아이로 보내며 그들에게 말하여 이르되 올라가서 그 땅을 정탐하라 하매 그 사람들이 올라가서 아이를 정탐하고 여호수아에게 돌아와 그에게 이르되 백성을 다 올라가게 하지 말고 이삼천명만 올라가서 아이를 치게 하소서 그들은 소수니 모든 백성을 그리로 보내어 수고롭게 하지 마소서 하므로 백성 중 삼천 명쯤 그리로 올라갔다가 아이 사람 앞에서 도망하니 아이 사람이 그들을 삼십육 명쯤 쳐 죽이고 성문 앞에서부터 스바림까지 쫓아가 내려가는 비탈에서 쳤으므로 백성의 마음이 녹아 물같이 된지라"(수 7:2-5)
이스라엘은 왜 아이성 전투에서 실패하였을까? 이 질문은 그에 대한 답이 너무도 명백하기 때문에 의미 없는 우문(愚問)처럼 보인다. 물론 아이성 전투에서 이스라엘이 실패한 근본 원인은 아간이 하나님의 물건을 훔치는 죄를 범했기 때문이다. 여호수아는 실패의 원인을 깨달은 다음 범죄자인 아간을 색출하여 처형시킴으로서 근본 문제를 해결하였다.
그러나 성경 내용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아이성 전투의 실패에는 아간의 범죄와 더불어 여호수아가 저지른 실수도 크게 작용하였음을 알 수 있다. 아간의 범죄로 인하여 이스라엘이 아이성 점령에 실패한 것은 사실이지만, 패배의 실제적 원인은 여호수아의 잘못된 전략 때문이었다. 근본적 원인이 아간에게 있었다면, 실제적 원인은 여호수아에게 있었던 셈이다.
그렇다면 여호수아가 범한 실수는 어떤 것일까? 우선적으로, 아간의 잘못으로 인하여 여호수아에게까지 영적으로 전달된 부정적 영향을 생각해 볼 수 있다. 성경은 한 개인이 단순히 개인에 머물지 않고 전체에게 막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강조한다. 이간이라는 한 개인이 저지른 잘못 때문에 전체 이스라엘이 예상치 못한 패배를 겪어야 했고, 또한 한 개인 때문에 자신의 가족 전체가 죽음을 당해야 했다. 그런 것과 같이 아간의 범죄는 보이지 않게 이스라엘의 지도자인 여호수아에게 영적 판단력을 흐리게 만드는 부정적인 영향을 끼쳤다.
과연 여호수아의 영적 판단력이 흘려졌다는 것은 무엇이었을까? 그것은 그의 영적 긴장감과 집중력을 유지하지 못한 것과 관련이 있다. 여리고성 점령에 전력을 기울였던 여호수아는 그 후 안도의 한 숨을 쉴 수 있었다. 때로 우리들에게도 일과 일 사이에 잠시 동안의 휴식이 필요하다. 그러나 그것이 너무 지나쳐 긴장이 풀어지고 영적 집중력이 떨어지는 결과를 가져온다면 큰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
아이성 전투에 임하는 여호수아는 다음과 같은 점에서 그와같은 영적인 해이를 보여준다.
(1) 첫째는, 하나님의 지시나 허락을 받지 낳고 전쟁에 나셨다는 점이다. 이것은 가나안정복이 여호와 전쟁이라는 속성을 잠시 잊은 처사였고, 그 결과 여호수아는 하나님께 우선적으로 드릴 기도가 부족했다. 그것은 후에 여호수아가 하나님의 허락과 지시를 받은 다음 아이성 공격에 나선 것과는 대조적이다(수 8:1).
(2) 두 번째는, 자신은 참여하지 않고 부하들만 전쟁에 내보냈다는 점이다. 그는 전쟁의 지휘관이 하나님이시라는 점을 잠시 동안 잊고 있었다. 하나님께서 전쟁의 지휘관으로 직접 참전하신다는 점을 잊지 않았다면, 병사에 불과한 자신이 뒤에 남아 있을 생각은 할 수가 없을 것이다. 후에 여호수아는 아이성을 재차 공략하면서 최선봉에 서서 전쟁을 직접 지휘하였다(수 8:3).
(3) 세 번째는, 여리고성 점령으로 인한 자만심이었다. 여호수아는 부하 장군의 조언에 따라 직접 전쟁에 나서지 않았을 뿐 아니라 삼천 명 정도의 병사들만 내보냈다. 자신감과 자긍심은 권장할만한 요소이지만, 허황된 자만심은 철저하게 배격해야할 경계 대상이다. 후에 여호수아는 삼만 명의 군대를 이끌고 전쟁에 나섰다(수 8:3).
(4) 네 번째는, 작은 성이라고 얕잡아 보고 특별한 전략을 세우지 않고 무작정 전쟁터로 나셨다는 점이다. 이것은 전쟁에 임하면서 최선을 다하지 않았음을 보여준다. 후에 여호수아는 주도면밀한 작전 계획을 세워 전쟁에 임하였다. 특히 패하는 척하면서 도주하는 연막작전과 함께 군사들을 매복시키는 작전을 병행하여 효율적인 기습공격을 감행하였다.
아이성 전투와 관련하여 여호수아가 보여준 실수와 그의 변화된 모습은 올바른 신앙인의 자세가 무엇인지를 잘 설명해 준다. 아무리 작은 일이라도 최선을 다하는 것, 그것은 신앙의 가장 기본적인 자세이며 늘 지켜야 할 덕목이다.
권혁승 교수(서울신대 구약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