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호숙 박사(전 총신대 교수)가 자신의 SNS에 지난 3일 '하나님이 하라고 했어요'라는 불편함에 대해 기술했다.
강 박사는 "무슨 일을 함께 하려고 할 때, 누군가로부터 '하나님이 하라고 했다'면서 자신은 하나님의 사인(sign)이 오지 않으면 움직이지 않는다는 말을 듣노라면, 왠지 마음이 불편하고 별로 신뢰가 가지 않는다"며 "하나님으로부터 오는 감동과 사명감을 설령 느꼈다 할지라도 상대방의 견해와 신앙에 대해 열려있어야 함이 기본이거늘, 어찌된 일인지 자신의 하나님 안에 갇혀 신앙적으로 대화할 줄을 모른다고 느껴지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또 "하나님이 하라고 말씀하지 않아도, 상식적이며 정의와 평화를 추구하는 일이라면 함께 마음과 지혜를 모아 연합하는 게 더 하나님 보시기에 나은 게 아닐까"라며 "교회 안에 갇혀 있는, 타인에게 역사하는 하나님의 은혜와 통찰, 깊이를 헤아려 보지도 않는 폐쇄적이며 이기적인 신앙의 결말은 위태롭고 답답하게 보인다"고 지적했다.
강 박사는 "허구한 날 말씀을 읽고 기도한다는 이들이 쏟아내는 낡고 식상한 말에서 거리감을 느끼는 내 자신도 무척이나 생경스러울 때가 있다"며 "하나님을 믿는다는 것은 하나님이 시키는 대로 하는 게 아니라, 자유케하는 말씀을 따라 인격적으로 반응하며 타인의 견해에 귀 기울이며 연합하는 삶이 아닐까"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신앙의 독선적 확신이 직분적 권위와 합세해 교인이나 타인을 기죽게 하거나 맹목적이게 만드는 것처럼 위험한 일도 없는 것 같다"며 "태극기 든다고 애국자가 아니듯, '하나님'을 연신 외쳐댄다 해서 신앙이 좋은 건 아니다"고 강조했다.
강 박사는 "한국교회에 '너 없이 나도 없다'는 이타적 마인드가 목마를 뿐"이라는 문장으로 글을 마무리했다.
또 5일에는 '세상 속에서 십자가 지는 교회를 희망한다'는 글도 올렸다.
강호숙 박사는 "교회는 교인들에게 십자가 지라고 강조하면서, 정작 자신은 왜 세상을 향해 십자가를 지지 않는 것인가"라며 "'너희는 세상의 빛과 소금'이라는 말씀을 실천할 수 있는 비결은 교회의 십자가 지기인데, 지금까지 교회는 개개인에게만 십자가를 지라고 하면서 사회의 불의와 타협했고, 권력과 물질에 따라 사회적 약자를 짓밟는 기득권 집단이 됐다"고 비판했다.
강 박사는 "교회에서 십자가 정신이 사라지면서 정의와 공공성은 온데간데없이 점점 저급하고 이기적인 집단으로 변모하고 있는 듯하다"며 "오른 뺨을 맞거든 왼뺨도 돌려대 맞는 일, 5리를 가자고 하면 10리를 가 줘야 하는 일이 교회의 십자가 지기가 아닐까? 성추행한 목사를 지켜주고 보호해야 교회가 지켜지는 게 아니라, 성추행 목사가 있다는 걸 부끄러워하여 징계하고, 피해 여성에게 사죄하는 게 교회의 거룩을 지키는 것이 아니겠는가"라고 언급했다.
강호숙 박사는 "세월호 유가족과 같이 억울함을 당한 자들의 깨어진 마음을 보듬어주는 일이야말로 하나님의 사역에 동참하는 일이요 정의를 세우는 사역"이라며 "그리스도의 십자가가 헬라인에겐 미련한 것이고 유대인에게는 거리끼는 것이겠지만, 구원을 주시는 하나님의 능력이라고 믿는 교회라면 마땅히 십자가를 질 줄 알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와 함께 "입으로 '주여 주여' 한다고, 십자가를 목이 터져라 외쳐댄다고 주님의 교회가 아니라, 주님이 지신 십자가의 길로 가고 있는 교회인지를 묻게 된다"며 "교회는 세상 죄를 지고 가는 하나님의 어린 양 예수가 가신 길로 가고 있는가? 아니면 역행하고 있는가"라고 반문했다.
마지막으로 강 박사는 "세상과의 단절로 부패한 교회가 아니라, 세상 속에서 십자가 지는 교회가 되길 희망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