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서울 서초동 한민족복지재단 사무실에는 인질 8명이 석방됐다는 보도 후, 1명이 살해됐다는 보도, 그 이후엔 그 8명이 석방이 되지 않았다는 보도가 이어지면서 피랍자 가족의 애를 태웠다. 희비가 교차하는 언론 보도를 접하면서 피랍자 가족들과 한민족복지재단 관계자들은 무너져 내리는 가슴을 부여 잡았다.

25일 오후 6시 30분 한민족복지재단 사무실. 극도의 초조감과 긴장감이 사무실에 감돌았다. 이날 오후 2시 탈레반 대변인으로 알려진 유수프 아마디가 AFP 통신을 통해 “협상에 진전이 없을 시 오후 6시 30분(한국시각)까지 한국인 인질 중 일부를 살해할 것”이라 밝혀, 가족들의 불안은 최고조에 달했다.

시시각각 보도되는 언론의 보도에 가족들은 촉각을 곤두세우며 피랍자들의 무사귀환만을 간절히 기도했다. 다행히 살해 예고 시한을 지나서도 아무런 소식이 없자 가족들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계속 언론의 보도를 주시했다.

저녁 9시. 8명 피랍자의 석방소식이 정부의 관계자를 통해 알려지자 가족들은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하지만 이러한 기쁨의 시간도 잠시였다. 25분 후 또 다시 언론의 보도가 이어졌다. 로이터 통신과 아랍권 위성방송 알자지라 방송이 “한국시각으로 저녁 8시 45분, 인질 가운데 1명이 살해됐다”고 보도했다.

이러한 보도에 사무실은 한동안 혼란과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가족들은 주체할 수 없이 흘러 내리는 눈물을 닦으며, 언론의 보도를 믿지 못하겠다는 반응을 보였다.

피랍자 가족 대표 차승민 씨는 “아직 정부로부터 어떠한 소식도 듣지 못했다. 정부의 공식적인 발표를 듣고 입장을 표명하겠다”고 밝혔다. 피랍자 가족들의 반응에 관해서는 “슬픈 소식이 들려와 마음이 동요되기는 했으나, 일단 이를 믿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가족들의 이런 바람에도 불구하고 결국 배형규 목사가 살해된 것으로 확인됐다. 배 목사(42)는 분당샘물교회 부목사로 이번 봉사활동을 인솔했다. 한양대와 서강대 대학원을 졸업하고 회사에 취업했으나 곧 그만두고 장로회신학대학교에 입학했다. 신학대를 졸업한 뒤에는 영동교회에 수년간 몸담았으며 1998년 박은조 목사와 함께 분당샘물교회 창립에 참여했다.

한편, 저녁 10시경 정토회 스님들과 손학규 전 경기도지사가 한민족복지재단 사무실을 방문하여 피랍자 가족들을 위로했다. 마지막 협상시한인 26일 새벽 5시 30분(한국시간)을 앞두고 가족들은 초긴장 상태로 밤을 지새웠다. 그러나 현재 석방됐다던 8명의 행방은 여전히 오리무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