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초 운동하다가 왼쪽 다리 정강이 근육을 다친 지 한 달 반이 지나고 나서야 처음으로 다시 운동을 시작했습니다. 다친 후 한 달쯤 지난 후부터 그냥 걸어 다니는 데는 별 지장도 없고 불편하지도 않았지만 막상 운동을 다시 하려고 하니까 다시 다칠까봐 겁도 나고 해서 두 주간을 더 기다렸다가 운동을 시작한 것입니다. 오랫동안 운동을 안 하니까 몸이 찌뿌뚱(?)해서 시작을 하기는 했지만 조심하다보니 운동량이나 비중은 전에 비하면 겨우 몸을 풀어 주는 정도였습니다.

“자라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보고 놀란다.”는 옛말처럼 운동을 하면서도 다시 다치면 회복 기간이 더 오래 걸릴까봐 마음을 다잡고 의도적으로 주의를 하면서 혼자서 하는 기본 개인 연습부터 시작했습니다. 운동을 시작한 첫날에는 그렇게 조심하면서라도 다시 운동하니까 몸도 그렇고 마음까지도 다시 새로워지는 것 같아서 좋았는데 그렇게 혼자서 기본 동작만을 하니까 호구를 쓰고 대련(스파링) 연습하고 싶은 생각이 금새 드는 것이었습니다.

그래도 선뜻 대련 연습을 하지 못한 것은 혼자서 기본 동작을 할 때는 나 혼자만 조심하면 되지만 상대방과 함께 하는 대련 연습은 개인 연습과 달리 상대에 따라 여러 가지 변수가 작용할 수 있기에 하고 싶은 마음을 참으면서 며칠 더 혼자서 기본 연습을 하고 나서야 호구를 착용하고 대련연습을 했습니다.

막상 대련을 해보니 생각했던 것보다 제 몸이 아직 정상이 아니라는 것을 금새 알 수 있었습니다. 몸에서 불편한데는 왼쪽 다리뿐인데도 불구하고 전체적으로 몸의 자세가 불안정하고, 게다가 다시 부상을 입지 말아야 한다는 부담감이 제 자신도 모르게 몸을 움츠리게 했나봅니다. 그렇게 몸이 불편하다보니 자연히 대련을 하면서도 제가 먼저 상대방을 공격하기보다는 수비 자세를 취하게 되고, 상대방의 공격을 되받아 반격하는 연습을 많이 하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불편한 몸으로 대련을 하면 평소보다 힘은 더 많이 들고 그에 비해 유효타는 훨씬 적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막상 연습을 해보니 평소에 비해 힘도 덜 들고, 유효 공격도 훨씬 더 많아 기분이 좋았습니다. 정해진 시간의 연습을 마치고 묵상하는 시간에 잠깐 동안이지만 왜 그랬을까를 생각하다가 그리 새로운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아주 중요한 이유가 그 속에 있음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우선 그날 불편한 몸으로 연습하면서도 평소보다 힘이 덜 든 것은 제가 몸이 자유롭지 못하니까 상대방을 먼저 공격하기 보다는 상대방의 공격을 막는 수비 위주로 연습을 하게 되었고, 그러다보니 평상시 연습하면서 가장 힘이 많이 드는 게 공격이었는데, 공격을 자제하니 그만큼의 힘이 덜 들게 된 것입니다.

그리고 상대방을 먼저 공격하기보다 상대방의 공격을 수비하는데 집중하다보니 상대방의 공격을 간파하기가 그만큼 더 쉽고, 그만큼 반격의 틈새도 더 넓게 보인 것입니다. 평소 대련하면 어떻게 하면 내가 상대방을 공략할 수 있을지에 집중하게 되고 그만큼 상대방의 공격에 대해서 집중하지 못해 상대의 공격을 당하기가 쉬운데 먼저 공격하지 않고 상대방의 공격을 어떻게 막을까에 집중하다보니 그만큼 상대방의 공격을 더 잘 간파할 수 있게 되고 그러니 공격을 되받아치는 반격도 더 좋아지게 된 것입니다.

이렇게 그날의 연습을 되새기면서 제가 깨달은 것은 사실 이렇게 상대방을 먼저 공격하기 보다는 상대방이 공격하는 틈새를 노려서 반격하는 자세의 중요성에 대해서 이미 잘 알고 있었습니다. 특별히 나이가 들수록 검도는 선제공격보다는 수비 후 반격이 유효하다는 충고를 많이 들어왔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막상 대련하게 되면 거의 자동적으로 어떻게 하면 상대방을 잘 공격할 수 있을까에 집중하게 되고, 그러다보니 몸에 무리가 생기고 그만큼 수비가 허술해져서 상대방의 공격을 당하기가 일쑤였습니다.

무엇이 제게 적합한 운동 자세인지를 많이 들어 잘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연습을 하게 되면 제가 아는 대로 하지 못했는데 몸이 불편해서 어쩔 수 없이 공격을 자제하고 수비에 집중할 수밖에 없게 되다보니 그렇게 잘 알고 있으면서도 하지 못하던 바로 그 자세로 연습을 하게 된 것입니다. 몸이 성할 때는 하고 싶어도 되지 않던 연습이 몸이 불편해지므로 오히려 하게 된 셈입니다.

운동을 하기에는 아직도 몸이 편안하지가 않아서 제대로 연습을 하지 못할 거라고 생각을 했었는데 오히려 몸이 편안할 때는 하지 못하던 연습을 몸이 불편해지므로 할 수 있게 된 것을 생각하면서 운동만이 아니라 우리가 살아가는 삶도 마찬가지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살면서 편안한 게 꼭 좋은 것만도 아니고, 불편한 게 꼭 나쁜 것만은 아닙니다.

/글 이승우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