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가니스탄 피랍자 가족들의 기자회견이 22일 오후 4시 열렸다. 가족들은 눈물을 훔치면서도 피랍자들에게 희망을 가지라는 메시지를 전하는 등 의연한 모습을 보였다.

이주연(27, 간호사) 씨의 아버지는 “피랍된 딸은 총칼을 들고 싸우러 간 것이 아니라, 연약한 몸으로 헐벗고 굶주린 자들에게 사랑을 전하러 간 것이다. 딸이 담대히 용기를 낸 것을 기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이 문제에 정부와 국민 모두가 주목하고 있다. 이들이 건강한 모습으로 머리털 하나 상하지 않고 돌아와, 고국과 가족의 품에 안길 것을 기대하고 있다. 모든 일에 감사한다”고 말했다.

이 씨의 어머니는 “고통에 떨고 있을 딸을 생각하니 말문이 막힌다”며 인터뷰 내내 눈물을 멈추지 못했다. 그녀는 “우리 딸은 내가 KS마크라는 별명을 붙여줄 정도로 모범적 아이였다. 지금의 상황에서도 스스로 잘 인내하고 있으리라 믿는다”라고 했다. 그녀는 이어 정부에 대해서는 “어제 외교부를 방문해 정부가 밤잠을 자지 않고 사태해결에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고 안심했고 신뢰감이 생겼다”고 말했고, 탈레반에 대해서는 “우리로서는 세상 무엇보다도 귀한 사람 생명을 정치적 목적으로 이용하는 것이 이해가 되지 않는다. 그러나 그들도 부모고, 생명의 귀함을 아는 사람이다. 자녀들이 피랍된 우리 부모들의 마음을 이해해 무사히 보내주길 바란다”고 간곡히 요청했다.

이정란(33) 씨의 남동생도 누나의 무사귀환을 기원했다. 이정란 씨는 개인적 이유로 일행과는 별도로 먼저 귀국하려 했었다. 그러나 비행기 탑승자 명단에 없어, 현재 피랍된 일행과 함께 있는지 아니면 혼자 있는지 정확하게 확인이 안된 상황이다. 남동생은 “누나는 회사에 휴가신청을 내고 봉사활동을 갔다. 무사히 돌아오면 누나에게 더 잘해줄 것이다. 누나가 빨리 돌아오길 바란다”고 말했다.

서명화(29, 간호사), 서경석(27, 미용사) 남매의 아버지도 “자녀들은 아프간에 가기 전에도 우간다, 인도 등의 국가를 다니며 봉사활동을 했다. 명화는 ‘봉사활동을 가면 현지인들이 우리를 너무나 좋아한다’며 기뻐했다. 나도 좋은 일을 하고 싶다는 마음이 있었는데 우리 아들딸이 그 일을 한다고 하니 나는 기쁜 맘으로 환영했었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그런데 좋은 일을 하러 간 사람들에게 왜 이런 일이 생긴지 모르겠다. 지금은 내 발등을 찍고 싶은 심정이다”라며 말끝을 흐렸다. 그러나 이내 아들딸에게 “낯설고 무서운 곳에서 억류받고 있을 너희를 밤낮으로 생각한다. 그러나 어둡고 긴 터널을 지나면 밝은 곳이 나온다. 인내심을 가져라. 함께 기쁨의 포옹을 하자”는 메시지를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