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살짜리 시리아 난민 꼬마의 시신이 2일(현지시간) 아침 터키 해변에서 발견돼 전 세계를 충격과 슬픔에 빠뜨리고 있다.
이슬람 수니파 극단주의 무장단체 IS(이슬람국가)로 인해 난민들이 처한 끔찍한 상황을 대변해주는 사건으로 부각되면서, 국제사회에 IS와 난민 문제에 대한 심각성을 일깨워주고 있다.
빨간색 티셔츠와 파란 반바지, 그리고 테니스화 차림의 이 꼬마는 터키 휴양지 보드룸의 해변에서 모래에 얼굴을 묻은 상태로 싸늘한 시신으로 발견됐는데, 시리아 북부 코바니 출신의 에이란 쿠르디(Aylan Kurdi·3)로 확인됐다.
특히 터키 도안 통신이 찍어 주요 외신이 보도한 꼬마의 마지막 사진은 트위터 등 소셜네트워킹서비스(SNS)를 통해 '파도에 휩쓸린 인도주의'라는 해시태그와 함께 공유되면서 전 세계적인 공분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터키 언론 아나돌루에 따르면, 올해 초부터 고향에서 IS가 쿠르드 족과 잔혹한 전쟁을 벌이면서 가족과 함께 고향을 떠나 난민이 된 쿠르디는 터키에서 소형보트에 몸을 싣고 2일 그리스의 코스섬을 향해 떠났다가 터키 보드룸 해변 인근 아크야라 지역에서 배가 뒤집히면서 변을 당했다.
쿠르디의 5살 된 형 갈립도 또 다른 터키 해변에서 발견됐고, 어머니도 함께 숨졌다.
쿠르디의 아버지 압둘라는 "나는 아내와 (마주 보고) 손을 잡고 있었는데 아이들이 어느 순간 내 손에서 빠져나갔다"면서 "우리는 고무보트에 매달려 있으려고 했지만, 배의 바람이 빠지고 있었고, 어두운 상황에서 모든 사람이 비명을 지르고 있었다"고 말했다.
이날 쿠르디 일행을 태운 소형보트 2대는 23명을 태웠는데, 2대가 모두 전복되면서 어린이 5명과 여성 1명 등 모두 12명이 숨졌다.
이런 가운데 쿠르디의 가족이 올해 초 캐나다 정부에 난민 자격으로 이민 신청을 했지만 거부된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쿠르디 고모는 캐나다 현지 언론 내셔널포스트에 "아일란의 가족 4명이 나를 스폰서로 해서 캐나다로 이민하기 위해 터키에서 신청서를 냈다"며 "이민부는 터키를 거친 신청 과정이 복잡하다며 이를 거절했다"고 말했다.
그녀는 압둘라가 2일 아침 가족들의 장례를 치르기 위해 터키로 돌아가는 중이라고 연락해왔다고 덧붙여 안타까움을 더했다.
저스틴 포시스 국제어린이구호단체 세이브더칠드런 CEO는 "시리아에서 전쟁을 피해 도망치다 목숨을 잃은 꼬마의 비극적 사진은 너무 충격적"이라며 "더 나은 삶을 위해 떠나온 난민들이 처한 위험을 상기시킨다"고 말했다.
그는 "이 아이의 참혹한 죽음이 전세계인의 마음을 모으고, 유럽연합(EU)을 압박해 난민위기 해결을 위한 방안을 도출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는 쿠르디의 사진과 관련, 1면 머리기사에 "난민위기의 진정한 비극을 보여준다"고 지적했고, 가디언은 "난민의 참상이 얼마나 끔찍한지 통절히 느끼게 했다"고 보도했다.
인디펜던트는 "파도에 실려온 시리아 꼬마의 사진이 난민에 대한 유럽의 태도를 바꾸지 못한다면, 대체 무엇이 바뀌겠는가"라고 지적했고, 허핑턴포스트는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를 겨냥해 "데이비드, 뭐라도 좀 하세요"라고 제목을 달았다.
스페인 일간 엘문도와 엘파이스 엘페리오디코 등은 홈페이지에 "유럽의 익사"라는 제목과 함께 쿠르디의 사진을 실었다. 이탈리아 일간 라레푸블리카는 사진을 트위터에 올리면서 "전세계의 침묵에 대한 사진"이라고 설명했다.
남침례회(SBC) 윤리와종교자유위원회의 러셀 무어 위원장도 이 사진을 리트윗하면서 "끔찍하고 가슴이 찢어진다"고 안타까움을 표했다.
국제인권감시단체 휴먼 라이츠 워치의 나딤 하우리(Nadim Houry) 중동·아프리카 디렉터와 피터 부카에르트(Peter Bouckaert) 비상사태 디렉터도 이 사진을 리트윗하면서 난민 문제에 대한 유럽의 변화를 촉구했다.
부카에르트 디렉터는 "가공할만한 사제 폭탄과 IS의 참수를 피하려다 이러한 끔찍한 일이 일어났다"면서 사제 폭탄을 이용하는 시리아 정부군과 IS를 비난했다.